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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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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8일 22시 22분 등록

P양은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그녀에게는 J라는 아주 절친한 동기가 있었다. 그 둘은 너무나 친해 학창시절 내내 항상 붙어 다녔다. 4학년이 되어 졸업할 때가 되자 둘은 자신들의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즘같이 어려운 세상에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남들처럼 스펙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토익점수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또한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자신이 뭘 잘하는 지도 몰랐다. 어느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올라온 직원채용공고를 보고는 둘은 같이 그 회사에 지원하기로 했다.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둘은 운 좋게 같은 직장에 들어갔다. 비록 부서는 달랐지만, 너무도 친했던 그들은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된 것 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다.

P가 발령받은 곳은 해외마케팅팀이었으며, J는 비서실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둘 다 그 직장이 대단히 맘에 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요즘같은 세상에 백조가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일해보자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J는 일할수록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이들었다. 뭔가 자신과는 맞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둘을 퇴근후 술을 한잔 하기로 했다. J는 P에게 이 일이 자신과는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그것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P는 그런 J를 말렸다. 요즘 세상에 나가서 뭘 해먹고 살 것이냐며 그녀를 달랬다. 그리고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사는 것이라고. P역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별 수 있겠는가? 자신의 분수에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괜한 욕심을 내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J는 일단 친구의 말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그녀는 몇 달을 고민한 끝에 결국 사표를 냈다. 그런 J를 P는 이해할 수 없었다. J가 한심하게까지 느껴졌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짓을 하는 J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반드시 후회하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J는 회사를 나와서도 마땅히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동네 영어학원에 강사로 취직을 했다. 하지만 그 일 또한 마땅치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진짜 잘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고 싶었다. 그런 방황의 시간의 몇 년 동안 반복되었다. 어느덧 J는 결혼을 하고 딸도 낳았다. 그런데 남편과는 얼마 안되 이혼까지 하고 말았다. 이제 그녀는 어린 딸을 두고 당장에 생활비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가끔씩 J의 소식을 듣는 P는 지난 날 J가 직장을 그만 둘때 예상했던 일이 생기는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꾺 참고 그 일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J는 어느 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대학 때 불문학을 전공한 그녀가 아니던가? 그녀는 상상하길 좋아했다. 상상 속에 빠져있는 그 순간에는 그녀의 고달픈 현실이 느껴지지 않았다. 행복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주 마음먹고 상상의 속으로 들어가보고자 마음먹었다. 글을 쓸려니 컴퓨터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것마저 없었다. 그녀는 인터넷으로 중고 타자기 한 대를 구했다. 글을 쓰려니 아이가 울어대는 방 안에선 쓸 수가 없었다. 잠시 아이를 맞기고 동네 커피숍에 타자기를 들고 들어가 작업을 했다. 그녀는 그렇게 미친듯이 써내려갔다. 그녀의 상상속의 세계를 그대로 글로 옮겼다.
작품을 완성한 그녀는 책을 내야했다. 어렵게 출판사를 구하고, 원고를 보냈다. 원고를 보내기 위해서 원고를 복사해야 했으나, 그 돈도 없어 다시 한번 몇날 밤을 세워 타자기로 원고를 다시 쳐야만 했다. 어쨋든 <태리포터> 라는 제목의 그녀의 책은 세상에 나오자 바로 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책에 매료되었고, 그녀가 상상속에서 만들에 낸 세계에 열광했다. 그 책은 그야말로 날개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각개국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의 서점가를 휩쓸기 시작했다. 그녀의 책은 세계적 영화사를 통해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30살의 나이에 무려 1조원의 자산을 가진 부자가 되었다. P는 J의 소식을 9시 뉴스를 통해 듣게 되었다.

당신은 나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당신은 항상 가면을 쓰고 산다. 자신의 진짜 모습은 감춘 채 항상 가면을 쓰고 산다. 너무나 오랫동안 그것을 쓰고 살았기 때문인지, 이제는 당신조차도 자신의 진짜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제는 그 가면을 좀 벗었으면 한다. 평범함이라는 당신의 가면을 말이다. 당신은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정말로 평범한가? 이 물음에 "그렇다"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앞으로도 쭉 그렇게 평범하게 살 가능성이 크다. 평범한 사람이 그저 평범하게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므로, 남들처럼 특별한 삶을 살지 못한다고 해서 불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당신이 이 물음에 당당하게 "아냐, 난 특별해, 누구보다 더" 라고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은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인생을 살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들 말한다 "사는게 뭐 별거 있나, 그냥 이렇게 사는거지"라고. 혹시 그런 말을 자주 내뱉는가? 아니면 마음속으로라도 그런 말을 자주 되뇌며 살고 있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가? 정말 자신의 삶에 완전히 만족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그것보다도 진정으로 꿈꾸는 삶을 포기한 자신을 위해 조금 듣기 좋게 말로 위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세상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살고, 아주 조금은 특별한 삶을 산다. 그런데 이 세상엔 대부분이 특별한 사람들이고 진짜 평범한 사람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80/20의 법칙인가? 나는 "사는게 다 그런거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젊은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그 사람과 오래도록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이 세상에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 없고,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없다.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만 봐도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똑같은 부모 밑에서 나온 녀석들도 제각기 다 다른 생김새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특별하다. 평범하지 않다. 자신 스스로 자신을 평범한 사람으로 한정짓고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평범함을 가진 영웅이여, 그대는 도대체 언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그것을 감추고 살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IP *.34.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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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2008.09.28 23:14:13 *.179.68.77
대단히 도전적인데.........좋아좋아! 그래~ 평범한 속에서 자신 안의 영웅성을 찾아보자구나~
그리고 책 제대로 써라........가면을 벗고,  평범함의 도약도 좋지만, 분유값은 벌어야 하지 않겠냐? 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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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9.29 19:41:59 *.127.99.29
평범하지 않은데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한 예로 해리포터 작가는 좀 적당하지 않지 않나?
조안은 자기를 찾기 위해 평범한 직장을 떠난 것은 아니잖아. 위의 글대로라면 그게 아닌 것 같아 대안없이 그만둔 거지. (대안 없이 그만 두는 행동 자체는 직장에 그대로 남아 있는 친구의 행동보다 낫다고 할 수 없지)
생활고 때문에 어쩌다 쓴 글이 대박을 터뜨린 것이고.
조안이 좋은 예가 되려면 끊임없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해매다 작가라는 직업에 이르러 성공한(성공하지 않고 먹고 살 베이스만 구축한 경우라도 상관없이) 케이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논점은 아주 좋고 글도 긴장감이 있어. 
예만 적절하면 아주 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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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10.01 21:31:41 *.37.24.93
요즘 직장구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이야기에 동의할 수 없어....
돈을 많이 주는 혹은 자신의 처지보다 더 높은 곳을 갈망하기 때문에 있는 일이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꽤 중요하다고 봐. 물론 재능을 발견하는 것 굉장히 중요하지.
자신이 선택하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열정은 재능을 발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빨리 발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꺼야.
사실 재능을 발견하는 방법같은 건 사기일지도 몰라.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 그 자신의 내면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것이 열정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터뜨려 줄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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