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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9일 00시 02분 등록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발표됐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혁을 한다고 한다. 개혁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공무원 사회에서는 명퇴 바람이 불었고, 매년 3000명 안팎이던 명퇴자가 지난해 5400명으로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54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올 한해동안 1만 여명에 이를 거라는 예측이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지금 그만두지 않으면 연금 수령액이 크게 줄어든다는 소문이 나돈다고 한다. 퇴직을 얼마 남지 않은 공무원 입장에서 보면 이만저만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명퇴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주변에 있는 공무원 몇 분은 내게 개인적인 의견을 물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동안 연금업무를 해온 입장에서 보면, 소문의 내용은 사실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다. 공적연금제도를 개혁할 때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 바로 ‘기득권 보호’이기 때문이다.

지금 발표된 개혁안대로 연금제도가 바뀐다면 연금이 얼마나 줄어들게 될까? 공무원으로 임용 후 30년을 근무한다고 가정할 때, 1989년에 임용되어 20년을 근무한 사람은 169만원에서 158만원으로 11만원이 줄어든다. 1999년에 임용되어 10년을 근무한 사람은 166만원에서 152만원으로 14만원이 줄어든다. 2009년에 신규 임용될 사람은 개혁 전의 기준으로하면 158만원인데, 개혁 후에는 118만원으로 40만원이 줄어든다.(이상 한국일보 기사 참조) 연금액이 줄어드는 액수를 보면 20년, 10년 근무한 사람과 신규 임용자의 경우 각각 11만원, 14만원, 40만원으로 커진다. 이것이 바로 ‘기득권 보호’의 효과다. 개혁안이 법으로 정해지기 전까지 근무한 기간에 대해서는 이전 법률의 연금계산 방식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래서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일수록 개정된 법률의 영향을 덜 받게 되고, 줄어드는 연금액의 규모가 적어진다.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 영향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제도는 초장기(超長期) 사회보험제도이다. 20년, 30년을 가입하고, 20년 이상 연금을 받게 된다. 공적연금에 가입한 사람은 짧게는 30년에서 길게는 50년, 60년을 가입자로 혹은 수급자로 연금제도와 관련을 맺고 인생을 살아가게 마련이다. 이렇게 수십년을 가입하고 또 수십년 동안 연금을 받아가는 장기(長期)제도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존중되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연금제도에 대한 신뢰다. 이 신뢰가 무너지면 제도의 존립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 기득권 보호가 중요한 것은 이전에 법으로 정해 놓은 약속을 지켜야만 신뢰가 지켜질 수 있고, 이것이 연금제도의 존립 기반이기 때문이다.


연금제도 개혁에 있어서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되는 원칙은 ‘형평성 유지’다. ‘형평성 유지’는 연금제도 개혁 이전 과 이후를 비교할 때 연금수급 조건이 급작스럽게 바뀌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금 수급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기로 했다면, 5년에 1세씩 2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조정해 가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다.(이것은 작년에 개정된 국민연금의 경우와 동일한 방법이다.) 즉 연금 수령액 또는 연금 수급연령의 변화가 완만하게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변해야 가입자들은 그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고 또한 가입자들 간의 형평성 문제가 최소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득권 보호와 형평성 유지는 전 세계의 모든 공적연금 제도에서 지켜지고 있는 연금 개혁의 일반적이 원칙이다. 우리나라의 공적연금도 이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연금개혁이 충분한 효과를 나타내기까지는 20년에서 3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가 이 두 가지 원칙에 충실하면서 개혁을 이루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오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연금개혁은 기금고갈 이 예상되는 훨씬 이전부터 준비하고 미리 대비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작년에 개혁을 통해 2047년 기금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연장시켜 놓았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개혁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번에 시도되는 연금 개혁을 통해 공무원 연금이 성공적인 제도로 발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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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9.29 19:34:29 *.244.220.254
기득권 보호와 형성평 유지라는 개혁의 2가지 원칙, 음~~~~~
현재에도 국민의 세금으로 공무원 연금의 적자 부분을 메꾸고 있는 상황에서 
기득권보호와 형평성 유지를 개혁의 원칙으로 삼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일까요? 

국민연금의 개혁구조도 지금의 기득권 세력 ; 노령세대가 납입한 것보다 많은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야만 점진적인 개혁을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미래세대에게 책임과 부담을 떠넘긴다는 부채의식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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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10.01 15:50:30 *.97.37.242
좋은 지적이네.
공무원연금 적자가 심각하니 뭔가 빨리 효과를 볼 수 있는 개혁안이 마련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군. 기득권 보호고 형평성 유지고 따질 것 없이 보험료를 대폭 올리고, 급여는 대폭 삭감시켜서 가능한 최단기간 내에 적자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이런 생각은 연금에 대한, 더나아가서 우리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동이 될 수 있지.

사실 공무원 연금 개혁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미 오래 전 부터라네. 1990년대 중후반 부터라고 기억되는 데, 그때는 아무도 그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지. 전문가 몇 명이 논문수준의 발표를 하는 정도로 끝났으니까.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그런 주장이 더 강력하게 제기되고 빈번해 졌지만, 실행 동력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훨씬 더 필요했던거야.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건 이거야. 지금 당장 적자구조를 바꾸기 위해 '기득권 보호' 원칙을 무시하게 되면, 다음에도 또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거지. 미리미리 준비해서 바꾸어야 할 것을, 한참동안 묵혀 두었다가 적자가 심하게 발생하면 적당한 수준에서 연금을 깍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지배할 수 있게 된다는 거지. 그럼 법에서 정한 바를 사람들은 점점 믿지 않게 될거야.  은퇴 후 공적연금을 얼마나 받을수 있냐고? 그것으로 노후 설계를 한다고? 그건 아무도 모르게 되겠지. 내가 받을 시점에 가봐야 알 수 있지. 왜냐하면 2008년 개혁 때 부터 '기득권 보호'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거든.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땜질식으로 바꾸어 나갔으니까..... 앞으로 연금개혁이 필요할 때마다 2008년에 기득권을 보호받지 못한 공무원들은 이런 말들을 하겠지. 기득권 보호? 무슨 얼어죽을.... 우리도 보호 받지 못했는데, 누구를 보호하자는 얘기야? 당장 확 뜯어고쳐벼려!.....지금 당장 보면 적자구조를 빨리 없에는 게 잘하는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우리 사회의 신뢰를 우리가 무너뜨리는 게 되는거야. 이것을 안철수는 '원칙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지킬 때 의미가 있다'고 말한 것이고.  다음 번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고쳐나가면 된다고 보는 것이지.  돈은 많이 들어가지만, 이번 실수를 사회적 교훈을 얻은 것으로 치자는 거야.

내가 오히려 심각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거암이 지적한 두 번째 문제야. 이건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한 구조지. 시몬 보브와르가 이야기한 우리 사회의 '주도세력'인 현 세대가 임의로 결정해 버리면 끝나는 문제이지. 사실 이부분이 더욱 신경써야 할 부분이야. 후세대의 연금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얼마만한 속도로 줄여나갈 수 있을까? 현세대가 모두 신경써야 할 부분이고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야.  물론 내게는 아주 중요한 숙제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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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10.01 22:01:50 *.37.24.93
형님 공적연금의 수령액은 생각보다 많은데요..ㅎㅎ
국민연금의 경우 예상 수령액은 아마도 나이가 적으면 적을 수록 혜택을 봐야 할 시기가 되면 더 적어지겠죠.
그러니까. 나이가 적으면 적을수록 돈은 더 내고 받는건 적게 받게 되는 구조가 불가피해지는 거니까 말이죠.
피터드러커의 말이 자꾸 걸립니다.
'고령화 쇼크'에 대해서 그 거장도 어떤식으로 그 충격이 다가올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다만 그것이 생각보다 더 심각할꺼라는 겁니다.
국민연금이 한 사람의 노후를 확실히 책임져 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현실입니다.
국민연금이 노후를 보장한다는 식으로 비춰지는 장미빛 미래를 경계해야 합니다.

저는 사회적으로 최소한의 보호기능으로 봐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사는 현실에 급급해서 노후를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결국 현실로 나타날 때는
국민연금의 비용 보다 훨씬 더 큰 댓가를 국가가 고민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결국 개인에게 돌아올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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