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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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은 백승진의 떨리는 손이 맘에 걸렸다. 뭘 잘못한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래 승진이는 국가와 사회를 들먹인 내 이야기에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거야’
“음~~”
이상한은 음악소리가 더 이상 흐르지 않는 오디오를 보며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이번 고슴도치 컨셉에 대한 이야기는 뭔가 문제가 있어.’
“뭐해~~”
“나와서 사과 먹어”
밖에서 이상한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이상한은 그 소리도 듣지 못했다.
“뭐하냐니까~~”
이상한의 아내 이름은 손명이다. 손명은 아까보다 훨씬 크고 날카롭게 이상한을 다시 부르며 방문을 열었다. 그때서야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멍한 모습으로 몸을 돌렸다.
“응. 그냥 있어.”
회전의자의 자세를 고쳐 잡으며 이상한은 아내 손명을 바라봤다.
“아니. 세상 고민은 혼자 다 짊어지고 있는 사람처럼.”
손명은 쟁반에 받쳐 들고 온 사과 접시를 책상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평소 당신답지 않게 왜 그래.”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넣어 먹으며 이상한에게도 먹어보라는 눈짓을 한다.
이상한은 두 가닥의 작고 가느다란 포크에 찔린 사과를 바라봤다.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 맘에 걸려서.......”
손명은 어이가 없다는 듯 이상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게 왜 잘 다니던 회사는 때려 치고 정식 교사도 아닌 임시직 교사를 한다고 고생을 사서하고 그래.”
“말 많고 탈 많은 데가 실업계 고등학교라고 하던데.”
“애들이 당신 말을 듣기나 하겠어.”
“자기 전공도 아니면서 왜 선생 흉내는 내려고 그래.”
손명은 남편이 임시직 교사를 하는 것을 반대했다. 남편이 그동안 인정받으며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생계문제가 더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내년에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둘째는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 회사 다닐 때도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돈 같은 건 별 관심이 없다는 듯 태연한 남편이 더 얄미웠다.
“당신이 그 학교 교장선생님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반 조각이 덜 남은 사과가 포크에 찔린 채 접시에 떨어졌다.
“난 이해할 수 없어.”
손명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미는 듯 눈에 힘을 주어 이상한을 바라봤다.
“하긴 당신이 언제 내말을 들었어야지.”
“언제나 먼저 결정하고 나한테는 통보만 하니까?”
그러나 이상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꺼냈다.
“당신도 언젠가는 날 이해해 줄 꺼라 믿어.”
손명은 포크에 찔린 반쯤 먹다 남은 사과를 바라봤다.
“잘 해보셔.”
“당신은 언제나 이런 식이지.......”
손명은 체념한 듯 고개를 반쯤 숙이며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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