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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6일 07시 2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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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돌아간 사람들 2 - 헬렌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 부부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조화로운 삶’이라는 책을 통해 이들을 만난 뒤 내 인생의 중요한 롤모델로 자리잡은 니어링 부부.

세상을 떠난 지 이미 몇 십년이 흘렀지만 이들 부부가 추구한 삶은 여전히 현대에도 유효하며 선구적이다.

물질적 풍요가 아닌 자신들의 정신적 가치를 고양시키는 데 관심을 뒀고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생각하며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그들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알던 일반의 방식과는 다른 형태의 삶을 보여줌에 있어 그들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먼저, 이 부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부인 헬렌 니어링은 1904, 뉴저지 릿지우드의 중산층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나 바이올린을 전공한 엘리트였으며 젊었을 적부터 유럽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하며 살아온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말괄량이 아가씨였다.

남편 스코트 니어링은 왕성한 저술과 강연으로 존경받는 교수였으나, 자본주의의 노동착취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반전 운동의 명목으로 당시 주류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있던 지식인이었다.

이들은 21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국 자급자족적 경제를 꿈꾸며 1932년 버몬트의 시골로 찾아든다. 서로가 일평생의 멋진 파트너였던 이들 부부의 삶은 남편 스코트 니어링이 10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때까지 지속된다. 스코트 니어링의 죽음 또한 특별했는데 100세 되던 해에, 음식을 서서히 끊음으로써 자신을 붙들고 있던 목숨과 작별을 고하는 방식이었다..

 

이들 부부는 시골 생활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오늘이 아니면 내일하지식의 방종적 낭만과 게으름을 철저히 경계했다.

그들은 스스로 12가지의 삶의 원칙을 세워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먹고 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이후 시간은 그들의 정신을 풍성히 하는데 힘쓰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들의 시골 생활에서의 삶의 원칙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1. 우리는 먹고사는 데 필요한 것을 절반쯤은 자급 자족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이윤 추구의 경제에서 할 수 있는 한은 벗어나기를 희망한다.


  1)   우리 밥상에 올리기 위해 땅과 기후가 허락하는 한 곡식을 많이 가꾼다.

  2)   거둔 곡식을, 우리가 생산하지 않거나 생산할 수 없는 곡식이나 물건들과 바꾼다.

  3)   연료로 나무를 때며, 나무는 우리 손으로 해온다.

  4)   농장에 있는 돌과 나무를 써서 필요한 건물을 짓되, 반드시 스스로 한다.

  5)   썰매, 짐수레, 모래 치는 망, 사다리 같은 장비들을 만든다.

  6)   돈을 주고 사야만 하는 장비,연장,부속품, 기계 같은 도구는 되도록이면 적게 쓴다.

  7)   만일 쟁기,트랙터, 경운기, 불도저, 기계톱과 같은 장비들을 한 해에 몇 시간이나 며칠쯤만 써야 한다면 그 기게를 돈 주고 사오는 대신 동네 사람들에게 잠시 빌리거나 다른 것과 바꿔 쓴다.

 

 2. 우리는 돈을 벌 생각이 없다. 또한 남이 주는 월급을 받거나 무언가를 팔아 이윤을 남기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바람은 필요한 것들을 될 수 있는대로 손수 생산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하는 것이 일차 목표이다. 한 해를 살기에 충분할 만큼 노동을 하고 양식을 모았다면 그 다음 수확기까지 돈 버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3. 우리는 모든 일에 들어가는 비용을 우리가 가진 돈만으로 치를 것이다. 은행에서는 절대로 돈을 빌리지 않을 것이다. 땅이나 집을 담보로 넣어 융자를 얻은 뒤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8. 우리는 낣은 집들을 고치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필요할 떄까지는 그 집들을 그냥 쓸 것이고, 수리는 꼭 해야할 떄만 할 것이다.



남편 스콧 니어링의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더불어 주류 사회에서의 실패가 이들 부부가 시골 생활을 하도록 만들고 그들이 세운 원칙들에 영향을 미쳤을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의 삶의 방식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것들은 시골에서의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 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삶의 원칙 몇 가지쯤은 정해 놓고 의식적으로 살아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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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들 부부의 삶에서 나는 세가지를 배우고 싶다.

하나, 자연과 몸을 생각하는 것.
이들 부부는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소비하며 자연스럽게 살아가기를 원했다. 자연에서 얻는 것들에 욕심을 부려 신체를 혹사시키면서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한다거나 과도한 생산과 소비로 낭비하는 삶을 철저히 경계했다. 또 이들 부부는 자연에서 필요한 만큼만 얻도록 노력하는 단순하고 순리적인 삶이야 말로 건강을 챙기는 좋은 방법이라고 믿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아래와 같은 식습관 원칙도 있었는데, 이 원칙들은 스콧 니어링이 100세가 되어 스스로 곡을 끊고 생을 마칠때까지 건강한 몸을 지킬 수 있도록 함으로써 원칙의 올바름과 철저한 실행력을 증명해 보였다.

 1.  한해에 겨우 석달만 서리를 피할 수 있는 밭에서 곡식을 가꾸어 한 해 열두달 먹는다.
 2.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음식만 먹는다.
 3.  완벽한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채소와 곡식을 가꾼다.
 
4.  땅에서 거둔 것을 통조림 따위로 만들어 보관하는 일을 되도록이면 줄인다


, 스스로 규칙과 목표를 세우고 지켜나가는 삶에 대한 엄격함
이들 부부는 타인에 대한 엄격함이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가 세운 목표를 위해 규칙을 세우고 평생을 실천해 나갔다. 밭농사를 위해서는 밭일 공책을 마련해 꼼꼼히 기록해 나갔고, 새해 초에는 그들이 한해 동안 할일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토론하고 미리미리 적어 놓았으며, 그것들을 이루어 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반드시 시골 생활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안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 정신적인 자유로움과 행복의 추구

이들은 정신적 자유와 풍성함을 소중히 여겼다. 매일 오전 네 시간이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노동의 시간이라면 점심 이후의 네시간은 정신적 자유와 풍요로움, 행복을 위해 맘껐 즐겼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앉아서 햇살을 즐기며 숲속을 산책한다. 음악을 연주하고, 시내 나들이를 가는 일들 또한 그들의 정신적 행복과 만족감을 더하는 활동들이었다. 오전 네 시간 동안 일을 해서 신체적 풍성함을 얻고 그렇게 마련된 오후 네시간의 여유를 통해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인상을 마음껏 즐겼다.

현대인의 9 to 6의 타이트한 근무시간과 업무 스트레스, 그것마저도 잠들기 전,아니 꿈속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내 정신이 내 정신다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없는 우리의 삶과 비교한다면 이에 대한 가치는 충분히 증명되고 추구해야 할 모습이라는게 나의 생각이다.

그들은 어느 순간이나 어느 날이나, 어느 달이나, 어느 해나 잘 쓰고 잘 보냈다. 그들은 그들이 할 일을 했고, 그 일을 즐겼다. 충분한 자유 시간을 가졌으며, 그 시간을 누리고 즐겼다.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을 할 떄는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결코 죽기 살기로 일하지는 않았다. 그 모든 것들은 그들의 자유로운 삶을 위한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매일매일을 마음이 행복한 하루로 채우기 위해 최소 범위의 타협과 규칙을 정하고 최선을 다해 실천함으로써 매일의 정신적,육체적 행복을 맘껏 누린 부부.

 

문득 영화 <행복>의 여자주인공의 대사가 떠오른다.

영악하고 도시적인 속물 타입의 남자 주인공이 같이 사는 여자 주인공이 지겨워질 때 쯤 밥상 머리에서 앞으로 살려면 노후 자금이 얼마가 필요하다는 말을 건내게 되는데 이때 여자 주인공은 아래와 같이 대답한다.

“ 난 내일 몰라. 하루 하루 행복 하게 살면 안돼? “

 

물론 영화 속에서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여자 주인공의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필연적인대답이었을 것이지만 그런 절실함에서 나온 저 대답이야 말로 우리가 간과하고 보류시켜 왔던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바로 실천해야 할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삶을 넉넉하게 만드는 것은 소유와 축적이 아니라 희망과 노력"
이라고 말하는 그들 부부의 말을 새기며 시골에서의 멋진 삶,아니 인생에서의 멋진 삶을 만들수 있도록 더욱 정성을 쏟아야 겠다고 단단히 결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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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10.06 08:47:39 *.36.210.239

글을 읽으며 바탕학교의 용달교장이 생각나누나. "내일이 오지도 않았는데, 올 지 안 올 지도 모르는데 사람들은 내일 걱정에 오늘을 마음껏 살지 못한다"고 하던.

3기 연구원 운제 언니야와 괴산 행복숲에 다녀오며 자네 부부생각이 났더랬지. '아차' 하고. 주말에 아침 일찍부터 가게 되어 모처럼의 휴일, 과제하기도 힘들 것 같아 우리끼리 가면서 내내 함께 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생각이 나더구먼. 이들 형제가 살아가는 모습도 이와 별반 틀리지 않고 또 앞으로는 우리 가까이서 그렇게 노력하며 살아가게 될 것 같아서.

몸이 많이 무거워져 힘들텐데 애쓰는 구나. 엄마가 이쁘면 아가는 절로 더 아름다울 것이다. 늘 건강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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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10.07 21:38:11 *.37.24.93
"삶을 넉넉하게 만드는 것은 소유와 축적이 아니라 희망과 노력" 좋은 말이다.
얻어갈께..^)^

지난 주 토요일 지인이 초대해서 그의 전원주택에 갔었는데 지혜와 지환이가 생각나더라.
시골은 아니었지만 도시도 아니었지. 진디밭도 있고 조그마한 텃밭에서는 무우가 자라고 있었어.
여기저기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헝클어진 집주위도 보였다.
그 부부는 30대 중반이다. 남편은 서울 직장으로 출퇴근을 하는데 이웃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모습이
정겹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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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8 09:40:06 *.38.102.209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 꾸었던 꿈. 대단하다. 지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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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년지혜
2008.10.09 11:40:01 *.251.5.1
현웅 오라버니~ 인터뷰이 후보감 소개 감솨~ㅋㅋ
앤 성님~ 대단하긴요.. 소박하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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