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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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만들어 놓은
한 번의 상처가
그의 삶의 의지를 꺽지 못했다.
하늘로 향한 그의 마음은
붉게 피어난 여름을 만들어 냈고
이 가을엔 역시나 파란 하늘을 향해
아름다운 결실을 만들어 냈다.
내가 가끔 가는 도서관에는 `말하는 사람'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혼자 말하는 사람'이다.
심한(?)공부를 하다 보면 약간의 증세는 누구나 보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열람실 안에서는 조용히 책을 읽는 걸 보면 분명 사리 분별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휴게실에만 오면 자신의 주장을 설파한다.
저자의 주장이 자신의 생각과 잘 안 맞는 다는 것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는 그 사람은 나를 아는 듯 했고 나도 그 사람을 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그 아저씨는 외교문제와 경제문제에 관심이 많은 듯 했다.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분야가 그 쪽인 거 같았다.
요사이는 나와 얘기하고 싶어하는 듯이 보이기도 했으나 방어적인 나는 멀찍이 떨어진 휴게실 창가에 서서 커피를 마셨다.
웃음이 나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아저씨의 독백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서 휴게실에 와서는 독백의 대사를 외우듯, 말하면서 써머리 하기도 하고 어느 주장을 반박하기도 하는 듯 했다.
아저씨가 조금만 젊었더라면 가능성(?)도 있었으리라는 건방진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세월이 무슨 상관인가.
쉬자는 휴게실에서 남에게 피해를 줘서 그렇지, 자신에게는 좋은 공부방법이라고 생각 했다.
철학이나 문학에 관한 독백이었다면 내가 더 귀를 기울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창문너머 보이는 수많은 지붕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 집들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했고, 지붕과 지붕이 맞물린 집들을 바라보며 집평선이라는 조어를 만들어보기도 하며 사람 사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휴게실은 조용했다. 뒤를 돌아보았다. 아저씨가 앉아 있던 의자는 비어있었다. 아저씨가 독백을 마치고 책을 읽으러 들어간 모양이었다. 왠지 모르게 나의 맘은 그 아저씨를 위해 진심어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절망과의 싸움이라면 이기게 해달라고....
한번의 상처가 우리 모두의 삶의 의지를 꺽지 않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