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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1일 02시 20분 등록



내가
그를 처음 만난 3 홍콩 문화센터의 대극장에서 열린 다이앤 리브스 재즈 콘서트에서였다. 나는 해마다 구정이 끝나면 홍콩으로 날아갔다.홍콩의 최대 문화 페스티벌인 홍콩아츠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한달 동안 진행되는 페스티벌을 위해 나는 해외사무국 한국담당 매니저로 일 년에 달씩 일을 했다. 나는 그날 그가 어떻게 해서 연주회에 오게 되었는지 모른다. 혼자 건지, 누군가와 같이 건지도 모른다. 나는 연주회가 끝나자 뒷수습에 바빴다. 사실 그와 인사를 나눈 1분도 되지 않았다.

 
Chapter 4

 

나는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나의 왕년의 직업은 밴드 뮤지션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밴드에서 연주를 했다. 이제는 이상 밴드에서 연주하지 않지만 옛날이 생각날 때면 가끔 시내 클럽에 나가 연주자들과 즉흥연주를 벌이는 나의 유일한 낙이다. 그랬었다. 어느 내가 연주하던 클럽, <The Ranch> 무리의 녀석들이 들이닥쳤다. 그것은 훈풍이 불던 3월의 어느 날이었다. 홍콩의3월은 뜨겁다. 나는 뜨거운 날씨를 좋아한다. 더구나 뜨거운 기타는 더욱 그렇다. 연주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보통 스테이지에서 멀리 떨어져 앉아 무대와 사람들을 동시에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날은 수요일이었다. 내가 연주를 하는 날은 대체로 수요일이다홍콩 사무실 직원들은 일이 끝나면 사무원 복장을 저녁을 먹기 위해 시내로 몰려들었다. 저녁을 먹고 이후에는 어딘가로 하러 가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었다. 클럽에서의 연주는 10 시작된다.보통 나는 9 45분쯤 무대에 서기 위해 준비를 한다. 준비란 별게 아니다. 정성껏 나의 애마를 닦아주는 것이 준비의 전부다. 내가 갖고 있는 기타는 미국산 펜더(Fender). 그녀가 뽑아 내는 소리는 50 칼리버 머신 건처럼 기가 막힌다. 단풍나무로 만들어진 목은 섹시한 스트릿 걸의 립스틱처럼 붉고, 컨트롤 부분은 반짝이는 검정색이다. 나는 기타를 레드 이라고 부른다. 그녀를 때마다 짜릿하다. 그런 기분을 레드 만큼이나 표현해주는 단어는 없다. 레드 ,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삶의 방식이다. 나의 레드 킬링 머신을 어깨에 걸고 음을 맞춘다. 앰프도 조정한다. 전날, 그러니까 화요일에 연주하는 뮤지션들은 나와 다른 세팅으로 연주한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연주하고 나는 나의 방식대로 연주한다. 그제서야 나는 함께 연주할 친구와 연주할 곡목을 정한다. 나는 미리 곡목을 정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그날의 손님들을 둘러본 후에야 곡목을 정한다.그것은 고향 사람들이 태어난 아이의 얼굴을 후에야 이름을 지어주는 것과 같다. 애기를 보아야 애에게 맞는 이름이 떠오르는 것이다..

 

안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젊은 친구들은 앞에서 두번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나는 “ Have you Ever Seen the Rain”,  “Pretty Woman”,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Twist and Shout”, “Johnny B.Goode” 같은 음악을 들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조합이 손님들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예감은 별로 틀리는 적이 없다. 나는 노래의 가사를 가끔 로컬 언어로 대체하곤 한다. 어처구니 없는 시도지만 사람들은 그런 좋아한다. 사람들이 좋으면 나도 좋다. 내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은 그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급기야 맛이 간다. 물론 항상 내가 그렇게 정신없이 연주하는 아니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순간, 나는 이처럼 긴장을 풀고 자신에게 조금 편안해지는 , 자체가 좋은 일이란 알았다.

 

그날도 나는 연주했고, 사람들은 많이 웃었다. 우리는 함께 노래했고 춤을 추었다. 그렇다 그들은 친구들과 춤을 추고 나는 나의 기타와 춤을 추었다. 특히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같은 다소 느린 곡을 부를 나는 팔을 기타에 둘렀다. 그리곤 무대에서 그녀와 실제로 춤을 추었다. 나는 그녀를 원하고 그녀는 나를 원했다. 우리는 부드럽게 사랑을 나누었다. 안다. 어떤 이에게는 내가 하는 짓이 우스워보일 것이다. 특히 알코올기 없는 사람이 나를 보면 넋이 나간 놈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밴드가 그렇게 악기와 사랑에 빠지면 사람들도 음악에 빠지게 마련이다. 밴드가 웃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맛이 가면, 사람들도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맛이 간다. 맛이 사람들을 바라보면 밴드는 몰입해 연주하게 된다. 그날 사람들은 우리의 연주에 열광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젊은 친구들이 나를 그들의 테이블로 데려갔다. 우리는 함께 맥주를 마셨다. 친구들은 모두 영어를 잘했다. 우리는 서로를 소개했고, 나는 그들이 아츠페스티벌 기획팀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라는 알게 되었다. 그들은 야근까지 하고 컬컬한 목을 축일 그곳에 것이었다. 그들은 애초 그곳에 오려고 아니었다. 가려고 하던 바를 찾지 못해 헤매다 우연히 곳에 들어온 것이었다. 모든 인연은 항상 우연에 기인한다. 그들이 그곳에 그날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나를 그들의 테이블에 초대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피곤하다고 그들의 초대를 거절했더라면, 아니 이전에 내가 그날 연주하러 클럽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아니 이전에 내가 홍콩 지사로 발령이 나지 않았더라면….내가 어떻게, 어떻게 운명 그녀를 만날 있었겠는가.


맥주는
위스키로 이어지고 나는 그들과 꽤나 수다를 떨었던 같다. 과도하게 마시는 법이 없는 나는 그날 마셨다. 음악이 맺어준 연대 속에서 우리는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요한 그날 그들이 거기 있었고, 내가 거기 있었다는 사실이다. 음악은 모든 것을 이어준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음악이라는 매개로 금방 우호적이 되었다

 

나는 미국에 본사를 다국적 기업의 홍콩지사에서 일했다. 회사원인 이상  전업 뮤지션처럼 풀타임으로 연주를 없다. 그날 젊은이들은 연주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공연 업무를 하는 친구들이라 나와 통하는 많았다. 우리는 음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내게 무슨 음악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사실 그런 질문은 대답하기가 매우 곤란하. 나는 모든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음악과 문화에 관련된 것이라면 나는 무엇이든 좋아한다. 그것은 내가 안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는 많이 알지만, 많이 모른다. 바깥 세상에는 실로 배울 것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나에게 아츠 페스티벌의 공연에 초대하겠다고 했다. 그렇잖아도 나의 취미는 홍콩의 메이저 공연장들의 연간 공연 리스트를 펼쳐놓고 가고 싶은 공연을 선택해 하나씩 보러 다니는 것이었다. 홍콩아츠 페스티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옛날 옛적에 나는 나의 세상과 함께 행복했었다. 세상은 모든 받아들여졌고, 모든 납득이 되었었다. 그곳은 서로가 안아주고 토닥여주는 따뜻한 세상이었다. 우리 모두는 같은 꿈을 꾸었고 같은 것을 욕망했다. 때는 정말 모든 것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나는 나이지리아와 카메론에서 무리의 새로운 친구들과 축구를 하게 되었다. 그들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만나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가끔 나는 기억력이 형편없음을 느낀다. 그러나 어떤 때는 기억력이 제법 쓸만하다고도 느낀다. 가족들과 함께 친구들은 밴과 차를 들판에 세웠다. 그곳에는 푸짐한 음식과 음악이 있었다. 그곳은 나의 작은 세상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커다란 세상이었다. 나는 음악을 들었다. 음악은 귀를 타고 가슴으로 흘러들었다. 나는 작고 행복한 세상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지금은 새로운 것들과 모험으로 가득한 크고 행복한 세상만을 바라본다. 


나는
젊은 친구들에게 이메일 주소가 적힌 명함을 주었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맥주도 마셨다. 나는 연주를 했다. 친구들은 일어나서 노래를 같이 불렀다. 사람들이 같이 노래를 불러주면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진지한 사람이지만, 아주 진지하지는 않았다. 나는 다시 웃고, 노래하고, 춤을 추었고  다시 조금 맛이 갔다. 나는 사람들이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맛이 조금 가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이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 이렇게 것은 그다지 오랜 일은 아니다. 이제 나는 즐길 것은 즐긴다. 연주 세션이 끝나자 젊은 친구들과 나는 함께 밖으로 나왔다. 다시 출출해진 친구들은 어느 식당으로 가면서 나에게 함께 가자고 했다. 나에게는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나는 551살이나 먹은 늙은 아저씨다. 그들은 모두 젊고, 20대이고, 미혼이다. 자신들의 행복한 작은 세상이 허락하는 그들은 보다 맘껏 자유롭고 분방할 있다. 그들은 그런 나이인 것이다.

일주일이 지나고 그날 우리 클럽에 왔던 젊은 친구 중의 명에게서 메일이 날아들었다. 그는 다이앤 리브스 공연에 나를 초대했다.나는 바로 답장을 썼다. 공연이 끝나면 로비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싶다고 적었다
 

그런데 그날 그들이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IP *.51.218.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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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10.13 10:06:18 *.244.220.253

조교님의 글을 읽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나시다는 겁니다.  언어를 아름답고 유혹적으로 조합하시는 것에 재능이 많으시구요.  WkrWkrWkr! 무릇 네루다형님을 읽는 듯합니다! (너무 딸랑거렸나?)

과거 Rock에 심취한 경험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골수 Rock 매니아는 아니군요. ㅋㅋㅋ 그런데 약간의 설명을 첨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체 내용에 대한 윤곽이 잡히질 않네요....ㅜ.ㅜ

* 북리뷰 때문에 연구원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데,
   조교님 북리뷰를 보면서, 최선을 다했던 열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카르페 디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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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10.13 13:48:32 *.97.37.242

ㅎㅎㅎㅎ,ㅎㅎㅎ
혹시 모닝페이지 대신해서 쓰는 건가여?
마음속에서 나오는 대로 쓰는... 비구상 소설?
아니면 구상을 하고 쓰는 건가?
여하튼 내 생각엔 연구 대상 컬럼인게 분명한데...
술술 잘 읽히고, 읽다보면 맘이 편해지는, 아니 그보다는 긴장이 풀어지는 효과는 있는 거 같네요.
재미난 현상이야. 독자가 왜 그런지도  모르면서 읽고 뭔가를 느끼는 글? 추상 소설인가? ㅎㅎㅎ
다음주에 면대면 때 설명좀 해줘요...친절한 소은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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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10.14 10:18:47 *.160.33.149

분량이 적다.  글이 홀로 스스로 길을 찾아 가려면 몰아쳐 가는 맛이 있어야 할 껄 . 넘치는 맛이 없잖아.  넘쳐야 갈길로 가는데,   찔끔 거린다.   그러면 머리털 빠진다.  모닝페이지 처럼 가라.  호흡을 길게 하여 휘몰아쳐라.   춤추는 사람은 없고 춤만 남 듯,  너는 없고 글만 남아야 훌륭한 구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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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2008.10.14 10:57:49 *.122.143.151
다음 주 이야기엔 '격정적 러브씬'이 나오나요?
이제나 저제나 언제 나오나 기대 중..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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