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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1일 20시 16분 등록

 

요즘 TV를 보고 있노라면,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프로그램보다 기업광고가 더욱더 흥미롭게 느껴질 때가 많다. 빠른 화면구성, 현란한 카메라 테크닉, 임팩트 있는 광고카피, 관능적인 여성모델. 이러한 광고들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TV를 응시하곤 한다. 선정적이다 못해 다분히 유혹적이다.

광고는 끊임없이 소비를 통해 새로워질 수 있으며,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속삭인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문구는 이를 대표한다. 광고는 욕망의 교사이자, 소비의 전도사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를 ‘욕망의 시대’라 명명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욕망의 시대를 만들어낸 자본주의라는 거인을 잠깐 살펴보자.  이 거인의 가장 기본전제는 ‘개인’이다. 개인은 소비와 소득을 발생시키는 개별적 존재이며, 독립적 단위이다. 주류경제학에서 가정하는 개인은 무인도에 표류하고 있는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독립적 존재로 보면 된다.

이 개인은 자신의 욕망을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한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한계효용’ (marginal utility)에 도달할 때까지 소비를 지속한다. 선택의 기준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달성하는 것이다. 합리성의 다른 이름은 바로 ‘이기심’이다.

이 이기심을 자유롭게 교환하는 공간이 바로 ‘시장’(市場)이다. 시장은 최대한 개인의 이기심을 극대화하고 최적화하는 역할을 한다. 시장은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관심이 있지, 각 개인의 선행이나 도덕적 행위에는 관심이 없다. 선악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은 끊임없이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고, 재생산해내는 유일하며 절대적인 존재이다. 흔히 쓰이는 마케팅이라는 단어도 근본적으로 욕망을 재생산해내는 방법일 뿐이다. 심하게 말하면, 마케팅은 불필요한(?) 욕망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고도의 기술인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은 탐욕의 어머니이자, 욕망의 아버지이다.

물론 이 거인은 위대한 인물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자본주의처럼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 사회는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시장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을 최대로 극대화시켰다. 그것을 통해 눈부신 물질문명을 만들어냈으며, 상상을 넘어선 신천지를 건설해 냈다. 자본주의는 이 지구라는 별을 낮과 밤의 구분없이 24시간 풀가동하도록 만든 엄청난 동기부여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위대한 거인은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그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정도로 ‘힘’이 남아돈다는 사실이다. 즉,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는 근본적으로 적정소비를 넘어서 과잉생산을 초래하게 된다. 과잉생산은 새로운 소비를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갈증의 화신이 된다.

과잉 생산된 제품들이 소비되지 않으면, 자본주의라는 거인은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이 거인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우리 인간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들을 소비해야 한다. 탐욕에 대한 극치가 바로 전쟁(戰爭)이며, 반대로 이 탐욕이 채워지지 못해 중대한 질병에 걸리게 되면 그것이 바로 공황(恐慌, panic)이다.

어쨌든 자본주의는 개인이 시장을 통해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 해서 행복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설파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 자본주의는 당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소비의 복음을 전파한다. 소비를 해야 절대효용이 늘어나며, 이것이 바로 행복의 증가이기 때문이다.(주류경제학에서는 행복 = 효용 = 쾌락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공리주의 철학을 근간으로 하는 태생적 한계이다)

이런 복음의 논리로 보면, 행복에 대한 방정식을 이렇게 정의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소비
   행복 =    --------
                    욕망

자본주의는 분자(소비)를 지속적으로 늘림으로 인해 행복에 이르라고 가르친다. 문제는 소비는 유한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한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붓다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갈증이 난 상태에서 바닷물을 들이키는 행위’로 일찍이 비유하였다.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인간의 욕망을 절적한 수준에서 제어하지 못한다면, 궁극적 행복은 요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욕망을 내려놓기 위한 대표적 방법이 바로 금욕(禁慾)이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기본적으로 강조하는 수행법도 이 ‘금욕’인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최대한 내려놓고 홀로 수행하거나, 타인의 삶을 위해 절대봉사를 하는 방법도 그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범인(凡人)의 수준에서 금욕을 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범인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계획’(計劃, Planning)이라고 생각한다. 계획은 욕망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라는 존재를 유혹에 견딜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물론 자신의 욕망을 무한히 극대화시키기 위한 계획도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계획’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많은 이들이 ‘부자’(富者)를 꿈꾼다. 그리고 소망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망들은 막연함 속에서 떠다닌다. 그저 우연하게 그 소망들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어떤 이들은 부자의 개념을 OO억이상의 자산 소유자라고 말하기도 하고, 연봉 O억 이상자라고 정의내리기도 한다. 아무튼 절대 수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사실은 인간은 일정 이상의 욕망이 채워지게 되면, 추가적인 소비의 증가와 부의 축적으로 인해 행복감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효용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체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금들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부자’에 대해서 나름의 개념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부자’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부(富)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또한 부자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명확한 꿈과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이 가치있고, 의미있는 사람이라 정의하고 싶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 있다. 그러나 나름의 부자에 대한 정의라고 이해주길 바란다.

‘계획’은 개인의 삶을 속박하는 수단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이다. 인생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불필요한 욕망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해주며, 목표 실현에 따른 성취감과 행복감을 준다.

일천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돈에 대한 탐구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 삶에 대한 철학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재무설계의 근본적인 핵심은 바로 ‘인생 계획’(Life Planning)을 통한 행복의 실현이다. 이 행복의 실현은 우리가 인생에 대한 로드맵이 명확하고, 선명하느냐에 달려있다.

매일 맞이하는 ‘하루’를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재무 설계의 첫걸음을 될 것이라 생각한다.

IP *.111.3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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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10.13 13:27:48 *.97.37.242
거암, 열심이네.
댓글도 열심이고, 컬럼도 좋아지고..... 음~~~조와조와.
깊어가는 가을 속에 성숙해가는 여인네(?)의 매혹적인 모습이랄까..... ㅋㅋ

"재무설계에 관심을 가질수록 돈에 대한 탐구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 삶에 대한 철학이 더욱 필요하다. "는 생각.
충분히 공감가는 얘기야.  우리가 배우는  많은 부분이 궁극적으론 인간과 철학으로 귀결되는 것 같더군.
요즈음 읽은 피터드러커의 관심도  '인간'이 었다고 하지? 경영학도 깊이 들어가면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 되고 마는거야. 
재무설계는 내게도 많은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네. 그리고 거암의 컬럼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
계속 좋은 글 부탁허이.... 땡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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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10.13 16:22:30 *.111.35.149


정산 선사께서 더욱 열심이신 것 같습니다........ㅎㅎㅎ
11월 1~2일 오프 수업때는 시간이 많으니, 주옥같은 이야기 나눠주시지요.............
저는 국민연금 테제보다 '제2의 인생'이라는 화두가 더욱 마음에 들어오는 것은 왜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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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3 20:45:38 *.163.65.181
철학과 돈, 어울리지 않는 것의 조합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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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4 00:23:08 *.180.129.135
삶에 대한 철학, 잘 정리해 보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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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땐양
2008.10.14 10:48:10 *.122.143.151
사람은 말이지... 생긴대로 살아야 하듯이, 글도 생긴대로 써야하는 법...
평소 <무위중환>과 칼럼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어...
어려워... 생긴대로 웃기고 재밌게 써 바바..
생각만 해도 벌써 재밌자너... 안 그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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