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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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소화(周邊小話, 주변의 소심 이야기) #1
오늘 소심에 대하여 소개할 사람은 역사적 위인도 아니고 현대의 유명한 인물도 아니며, 그렇다고 뚜렷한 공적을 세우거나 타인을 위해 좋을 일을 많이한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눈에 잘 띄지도 않을뿐더러 얼마전까지만 해도 소심으로만 치자면 절대 남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을 가지고 지냈던, 현재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는 한 남자이다.
먼저 그의 외모를 살펴보자. 165cm를 간신히 넘겼지만 대한민국 표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작은 키--본인은 스스로 작기 때문에 귀엽다 또는 자세히 살펴보면 동안이다 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에, 점점 위로 영토를 확장하며 넓어지고 있는 이마. 이 때문에 우산없을 때 무방비의 상태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방바닥으로 여름휴가나온 바퀴벌레 대가족을 보는 것만큼이나 싫어한다고 한다. 또한 본인은 복코라고 우기지만 다소 낮은 코는 그냥 숨쉬기에만 적당한 용도로 보여진다. 이리저리 최대한의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치아배열은 군대도 헌병대나 해병대를 다녀오기 전에는 제대로 정돈시키기가 쉬워 보이지 않아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어디 그 뿐인가! TV에서 가수인지 개그맨인지 전문 MC인지 헛갈리지만 왕성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신정환씨의 유명한 'Narrow Shoulder(좁은 어깨)'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명품 어깨의 소유자 이기도 하다. 또한 태생이 그래서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타고난 숏팔이와 숏다리는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기 전에는 어찌할 수 없는 문제로 보여진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사는데 아무 문제없어~!!'라고 자신있게 외치지만 주변의 사람들에게 '보는 괴로움'을 준다면 자신만 괜찮다라고 하는 생각은 본인만 생각하는 이기적 삶의 원형이 아닐까?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여진다.
외모에서 그치기만 하면 그래도 나을 것이다. 매사에 동굴탐험을 하는 듯한 그의 한없이 좁고 기다란 속마음에 대해서 알아보자. 그의 가족에 의하면 그는 이미 2가지 분야에서 장인의 위치를 넘어 대왕의 자리에 올랐을 정도로 이미 탁월한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바로 썰렁과 삐치기 분야이다. 그의 썰렁함은 한여름에도 추위를 느낄 정도의 내공이 있다고 한다. 수시로 발휘하는 썰렁함의 힘 때문에 그의 집에서는 지금까지 에어컨없이도 추운 여름을 나고 있다고 할 정도인데, 다가올 겨울이 걱정이라고 한다. 그의 성격에 있어 썰렁함과 삐치기는 실과 바늘의 관계이다. 썰렁함이 통하지 않을 때 그가 뽑아드는 또 하나의 무기가 바로 삐치기이다.
그의 삐치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번 삐치게 되면 막가파 이리와라 저리가라할 정도로 막무가내이다. 이미 늙어가고 있는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라고는 하지만 그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아직도 그의 유아기적 삐치기와 함께 유리로 만든 마음새는 아주 조금의 충격에도 금가거나 쉽게 깨지기 쉬울 정도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비위를 잘 맞추어야만 일상생활은 잘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번 삐친 마음이 언제 풀릴지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런 그의 성격은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누구도 말리지 못할 성격을 가지고 자라났다. 평소에는 그런대로 잘 놀다가도 한번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아 삐치기 시작하면 부모의 말은 물론,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그의 무기는 단식투쟁이었다. 무조건 굶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밥 한톨, 물 한모금 삼키지 않았다. 지쳐 쓰러질 정도가 되어도 누울 지언정 먹을 것을 찾지 않았다. 한끼, 두끼 그리고 세끼에 이어 하루가 넘어가면 그도 지치고 그의 부모도 지쳤다. 하지만 그는 먼저 손을 들지 않았다. 항복을 선언한 쪽은 언제나 그의 부모였다. 그는 항상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그의 소심함과 끈질김을 알 수 있는 일화도 하나 있다.
아마도 그가 유치원을 다니기 전, 4살이나 5살 정도 때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가 하루는 집에서 산 지 얼마 안되는 작은 프라스틱 밥상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고 한다. 그 밥상의 다리는 접는 식이었는데, 그는 접고 피고 하는 방식이 재미있어서 밥상을 장난감 삼아 놀고 있던 중, 어찌된 일인지 그 밥상 다리 중의 하나가 뚝 부러지고 말았다고 한다. 어린 맘에 얼마나 놀랐겠는가!! 그의 머리 속에는 온통 빗자루를 들고 달려오는 엄마의 화난 얼굴이 떠올랐고, 가슴은 콩딱콩딱!! 그대로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당시는 추운 겨울이었다. 그는 무서운 마음에 제대로 외투도, 양말도 챙겨 입지 못한채 그대로 뛰쳐 나갔는데 막상 갈 곳이 없었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사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조금만 멀리 가면 길을 잃어버릴 것은 뻔한 일이었을테고. 그는 결국 집 뒤쪽 장독대 뒤에 숨었다고 한다. 오전부터 해질녁까지 계속 추위에 벌벌벌 떨면서도 무식하게 끈질기도록 버티었다. 엄마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장독대 앞을 지나가도 절대 나가지 않고 꼭꼭 숨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해가 져 어두워졌을 때 그는 온통 얼어붙은 얼굴, 손, 몸을 힘들게 움직여서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화를 내기는 커녕 꼭 안아주었다고 한다. 따스한 엄마 품에 안겨 그는 한동안 펑펑 울었다고 한다. 춥고 배고파 너무너무 힘들었던 하루 때문에, 자신을 용서해주신 엄마가 고마워서 그리고 포근하고 따뜻한 엄마 품이 너무나 좋아서 눈물, 콧물 범벅이 될 정도로 울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