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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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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12일 08시 12분 등록

저는 회사에서 새로운 잠재 시장을 찾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데 최근에 시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데이터를 다루는 방법을 새로이 배우면서 이 업무를 하다 보면 개인의 삶 속에서 앞으로의 방향성을 그려보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예감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우선 데이터 분석은 데이터를 하나하나 뜯어보며 특이점을 찾는 것보다 ‘어떤 새로운 포인트가 있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가지고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것이 훨씬 빠른 시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접근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보면서 의미 있는 가설을 바로 떠올리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가설 수립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우선 찾고자 하는 질문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세운 다음, 그 대답이 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가설을 도출해 본 뒤, 시장 이해도가 높은 인원들과의 토론 혹은 다른 보고서나 전문가 의견 등을 참고하며 해당 가설을 탄탄하게 합니다. 그 후로 데이터를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가며 가설을 검증합니다.


그렇다면 많은 가설 중에 어떤 가설이 의미가 있는 걸까요? 저는 이게 조직적 맥락과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의미 있는 가설이란 두 가지 축을 만족시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조직에서 관심을 갖고 신규 투자를 할 수 있을 만큼 새로움(Newness)을 갖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적으로 해당 아젠다를 해결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면 어떤 의사결정자라도 기꺼이 새로운 가설의 검증과 향후 대응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지요.


장황하게 데이터를 검토하는 방법론을 소개한 것은 제가 이렇게 업무적으로 배우는 방법론이 제가 그동안 가장 원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감정과 현황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삶은 매 순간 새로운 기회와 다채로운 경험으로 가득합니다. 마치 엑셀의 Raw data처럼 의미를 한눈에 알기 어려운 숫자들이 빼곡히 채워져있지요. 또한 그 기회와 경험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우리는 결정적인 계시들을 너무 쉽게 흘려보내곤 합니다.


제 경우에는 이런 고민들 사이에서 가지 않은 길을 오래 들여다보거나 혹시 그 길은 아니었을까 문득 후회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지금의 궤도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렵고 아쉬워하고 있었습니다.


‘더 알고 싶다’, ‘재밌다’, ‘만족스럽다’ 같은 사인을 캐치해 내기 위해 우리는 기억을 더듬고 내면을 탐구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웁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고 어떤 일을 해보면 좋겠다는 것을 고민합니다.


만약 제 삶이 새로운 데이터라고 한다면, 가설을 세워야겠지요. 저는 이 인생에 대한 가설을 얻는데 가장 좋은 참고 자료는 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 다 살아본 사람들, 특히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고민하고 실천해 본 사람들에게서 의견을 듣는 것이지요.


그런 사람 중 한 명을 저는 러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그처럼 명쾌하게, 행복 같은 추상적인 것을 정의할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삶과 그렇지 않은 삶 사이의 차이를 잘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실제로 책에 이렇게 썼습니다.


행복이 당신을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물어야 한다.
교육은 즐겁게 사는 법을 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즐겁게 사는 법이란? 아빠는 러셀의 책을 읽고 아래의 부분을 독서시로 뽑으셨습니다.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나간 이유가 있다.

만나는 사람을 지배하려하거나

열광적인 찬사를 얻으려고 할 때

행복은 당신 곁을 떠나간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려하거나

사랑했다 생각한 만큼 되돌려 받기를 원할 때

행복은 당신을 떠나간다.

 

좋은 책에도 지루한 부분이 있고

위대한 삶에도 지루한 시기가 있게 마련이다.

권태가 두려워 더 많은 자극을 찾게 될 때

갈망이 심해 심신을 황폐하게 한다.

약간의 권태를 견디지 못할 때 행복은 당신 곁을 떠나간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경쟁'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성공을 위한 경쟁'이라 불러야 한다.

누구도 내일 아침을 굶을 까봐 걱정하기보다는

옆사람에게 뒤처질까봐 두려워한다.

친구가 경쟁자가 될 때 행복은 당신을 떠나간다.

이름을 알리고 싶어 화랑을 세울 때조차

그림을 고르는 일은 전문가를 시킨다.

그림을 감상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아니라

다른 돈 많은 사람이 그 그림을 가질 수 없게 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을 때

행복은 당신을 떠나간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는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내 인생을 지배해 왔다.
사랑에 대한 갈망,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알 수 없는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열정들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으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이제 늙어 종말에 가까워서야
비로소 그대를 알게 되었다.
그대를 알게 되면서
나는 희열과 평온을 모두 찾았다.
안식도 알게 되었다.
그토록 오랜 외로움의 끝에
나는 인생과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아노라 말할 수 있다.
이제 잠들게 되면 아무 미련없이 편히 자련다.


느닷없이 러셀식으로 내 삶의 세 가지 열정을 꼽으려고 하면 늘 말하고 나서 아쉬움 남습니다. 앞서 붙은 단서들, 새로운 만남, 사랑, 우정을 경험하며 순수한 행복감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고, 그것을 삶과 일의 범위로 확장해 늘 살펴 가며 자신에 대한 가설을 검증할 때 비로소 내 마음의 가장 주요한 열정이 무엇인지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제 인생길을 걷는 발걸음도 꽤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IP *.143.2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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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5:32:50 *.225.171.202

좋은 말씀들 정말 감사합니다. 러셀의 싯귀가 가슴에 와 박히네요. 지난 30년 직장생활에서 남들 보기에 '상식인'이란 범주에서 이탈당하지 않기 위해 헛힘을 쓰느라 행복을 외면하고 살았던 듯 합니다. 그런 일상적 안이함에 경종을 울려주시는군요. 잘 적어놓고 새겨두도록 하겠습니다. 햇살 가득한 찬란한 오후군요. 구하은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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