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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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가 오면서 캠핑인구가 많이 늘었습니다.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고, 가족이나 연인끼리 자연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많아진 것 같아요. 요새는 나홀로 캠핑족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혼자 가든 여럿이서 가든 캠핑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불멍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멍때리기가 몇 개있는데요. 불멍도 그 중 하나입니다. 다른 멍 때리기로는 바다멍, 나무멍, 하늘멍 등이 있습니다. 날씨 좋은 날, 공원에서 나무 밑에 돗자리 깔고 누워서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금 이 순간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봄이 절정에 이르고 꽃이 만개하니 요즘은 벤치에 앉아 꽃을 보면서 멍 때리기도 하는데요. 이것 또한 나이가 좀 든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중에는 멍 때리기는 커녕 한시도 마음 놓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요. 하지만 바쁜 주중의 일상이 지나고 멍 때릴 수 있는 주말의 존재가 제게는 축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멍 때리기를 좋아해도 실제 멍 때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그럴 여유가 없다고 한시도 제 마음이 저를 가만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멍 때릴 시간이 어디 있어!'
저의 에고는 꽃이 아닌 미래를 보라고 쉬지 않고 떠듭니다. 그렇지만 저는 다시 꽃을 바라봅니다. 꽃을 보며 멍 때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이런 저런 생각들이 왔다갔다 하는데요. 그러다가 꽃을 보며 지난 추억에 잠깁니다. 어렸을 적 화사했던 그 날의 꽃구경이라든지, 칙칙했던 지금보다 산뜻했던 과거의 저를 떠올리게 됩니다. 나른한 추억에 빠졌다 다시 현실로 되돌아오면 참 현실은 삭막하고 퍽퍽하기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현재를 살고 있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현재와 과거를 왔다 갔다 합니다.
프랑스 예수회 신부이자 생물학자인 테이야르 드 샤르뎅이란 사람은 인간의 진화를 네 단계로 구분했습니다.
그 네개는 각각 광물권, 생물권, 정신권, 그리스도권입니다. 오쇼 라즈니쉬는 네 번째인 그리스도권을 붓다권이나 마호메트권이라 불러도 상관없다고 말합니다.
광물권은 돌같은 걸 말 합니다. 생물권은 동물의 세계이고, 정신권은 인간의 세계입니다. 그럼 그리스도권은 신의 차원이겠죠.
생물권은 과거지향적인 세계입니다. 반면 정신권은 미래 지향적인 세계입니다.
오쇼는 자신의 조국인 인도사람들이 생물권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인도인들이 느긋해보이고 편안해 보이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서 그런게 아니라 단지 미래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런 행위는 동물과 다를 바 없다고 오쇼는 일침을 놓습니다.
물론 정신권에 머무르며 미래지향적인 삶을 영위하는 미국과 같은 서구 세계 사람들에 대해서도 오쇼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차라리 두번째인 생물권보다는 세번째인 정신권이 더 고차원적이고 바람직하다고 했죠. 물론 최고의 단계는 네번째 단계입니다. 붓다나 예수가 진입한 단계죠. 그들 또한 인도인들처럼 편안한 상태에 있습니다만, 그들의 편안함은 과거지향적인 삶에서 온 것이 아니라, 시간 자체를 버렸기 때문에 온 것입니다. 마음 이하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넘어선 단계죠.
오쇼는 말합니다.
"미래를 버리지 말고, 에고를 버려라!"
네네, 하지만 미래를 버리기도 쉽지 않고 과거를 버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멍 때리는 순간의 편안함만큼은 진짜인 것 같습니다. 그 밖에는 어떤 다른 말도 할 수가 없네요. 햇살이 더 따가워지기전에 이 꽃들이 다 지기 전에 좀더 꽃멍을 때리러 나가야겠네요. 그럼 남은 한주로 행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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