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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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대 중반에
접어들며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잘 설명되어 있는 매뉴얼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쭈그려 앉았다 일어날 때 저도 모르게 ‘아이고’ 소리를 내는 저를 보며 20대와 크게 달라진 자신에게 깜짝 놀라곤
합니다. 이제 청년을 지나 중년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체적인 부분뿐
아니라, 그동안 인생이 흘러온 길도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저는 성인이 되면서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거나 글을 쓰며 먹고사는 기자,
혹은 책을 만드는 편집자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다못해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하게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어째 그동안 그쪽과는 전혀 연이 없었습니다. 대신 경영학과에 입학해서 어쩌다
보니 IT 제조사를 다니다가 또 갑작스럽게 배터리 제조사로 옮겨 직장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책을 한 권 냈지만 여전히 월급으로 먹고살고 있습니다.
최근 제가 경력
개발 관련으로 유재경 연구원의 원더우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드렸었지요. 이번
달의 과제는 멘토를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멘토라고 한다면, 사실
제 주변에 생각나는 사람들이 아주 많지만, 저는 사람을 따로 만나는 것이 좀 쑥스럽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쑥스러운
연락의 순간이 잠깐 지나고 멘토들의 커리어 여정과 조언을 들으면서 좀 더 많은 사람과 얘기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고민들과 상황이 내용은 달라도 결이 비슷한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생각해 봐도
회사 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떠도는 경험이나, 하고 싶은 일과 직장이 일치하지 않는 것 등은 사실
저만의 어려움은 아닙니다. 그렇지 못할 때 그 간극 사이를 어떻게 보낼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을 알아보고,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가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베를 짤 때는 씨실과
날실이 필요하지요. 그중에서 날실은 베틀에 고정시켜놓는 실입니다. 고정되어
있는 날실 사이사이로 씨실을 가로로 통과시켜서 옷감이 되는 것입니다. 베를 짜는 사람은 날실에 거의
개입할 수 없습니다. 제가 결과를 결정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이 저의 날실들이 되었던 것이지요.
안정적이지만 저와
상성이 매우 다른 산업에서 종사하면서 씨실과 날실을 조화롭게 연결시키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제 성격에
직장 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양한 상황 속에서 제가 고민하고 느꼈던 것들은 제 삶의 일부였습니다. 더욱이 글은 경험 없이는 쓸 수 없습니다. 꼭 맞는 경험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상황에 처해보는 일은 피부에 와닿는 깨달음을 줍니다. 안 맞는 직장을 다니는 와중에도 글을 계속
쓰고, 내면의 필요를 발견하고, 어떻게 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계속해서 흘러들어온 제 경험들이 저에게 자극을 주며
저만의 무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언제나 나의 현실은 나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더 나은 나를 꿈꾸고 그 이상적인 나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데에는 나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시간은 그 믿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내 인생의 큼직한
것들은 스스로 정할 수 없다 해도,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듭니다. 그중에서 가장 만만한 것이 자신입니다. 스스로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믿어봅시다. 달리기조차 어제보다 조금 더 달릴 수 있으면 일주일 뒤에는 더욱
괜찮은 기록을 낼 수 있습니다. 한 달이 지나면 주변 사람들이 나의 변화를 알아챕니다. 한 달 반이 지나면 스스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깨닫게 됩니다. 무슨 일이든 이렇게 정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꾸준하기만 한다면 정상에 오를 수 없는 산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