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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1일 21시 21분 등록
 

잘 안되는 온갖가지 것들


화실일기 - 20081015

20081015-1.JPG 

‘반닫이가 있는 정물’을 마무리 했다. 이 그림을 그릴 때 난 늘 그리던 대로 그렸던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배웠다고는 하나 잘 써먹지 못한다. 처음부터 심하게 틀어진 것들은 나중에도 고칠 수 없었다. 나는 수채화의 그런 점이 마음에 안 든다.

화병에 있는 문양을 그리는 것으로 마무리를 마쳤다. 부처님을 그릴 때 눈동자를 나중에 그린다는 말을 들었다. 새로운 사찰이 지어져 그곳에 부처님을 모실 때 눈에 눈동자를 그려 넣는 의식을 한다. 난 꼭 그렇게 중요한 순간을 맞는 것처럼 긴장했다. 실수는 해서 삐치면 지우고 다시 할 수 없으니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온 신경을 집중했다.


선생님은 번지기를 이용해서 정물화를 더 그려보라고 하셨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화실의 책을 다 뒤져 보아도 마음에 드는 그림이 없다. 이번과 지난번처럼 유화 그림을 보고 수채화를 연습하고 싶지 않다. 지금 형태를 배우는 게 아니고 기법을 배우는 건데, 유화 보고 그린다면 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는 순서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작품집이니까. 화집에는 완성된 후의 그림만 있다. 그것도 답답하다. 과정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답답했다. 마크 선생님께서 누군가의 화집을 들고 오셨는데 그림이 너무 작았다. 홍당무 그림이었는데 색은 작은 중에도 무척 예뻐 보였다. 작은 그림을 보면서 따라하는 것은 갑갑증이 난다고 그거 그리고 싶지 않아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그 후에 그것만큼 좋은 그림을 찾지 못했다. 화실에는 참고할 만한 그림 너무 없다.

그러고 보니, 나는 보이는 대로 보는 유형은 아닌 모양이다. 그림을 보면서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고 갑갑해 하는 것을 보면.

보이는 만큼만 그래도 그리면 정말 잘 그리는 걸 텐데.


#1. 번지는 기법을 이용한 풍경화

마크 선생님께서도 작은 것을 보고 그리는 것이 별로라고 하셨다. 참고할 그림이 없는 게 안타깝다. 정물화는 더 연습해야 하지만 일단은 접어두고 풍경화를 연습하라고 하셨다. 풍경화 역시도 기법별로 순차적으로 설명해주는 책을 찾기 어렵다. 마크 선생님께서 직접 시범을 보여 주시면서 알려주셨다.


종이는 지금 사용하는 것(5절지)의 절반으로 나누어서 그렸다. 작품을 하려는 게 아니고 그 기법을 배우려고 하는 거니까.

엷게 밑그림을 그렸다. 아주 엷게. 밑그림의 내용은 단순했다. 산을 그리면서 하늘과 땅을 나누었다. 그리고 땅에 강을 그렸고, 그 후에 하늘에 구름을 위치만 잡아두는 것처럼 엷게 그렸다.


20081015-8.JPG

 

색칠은 위쪽부터 시작했다. 색칠에 앞서 물칠을 하셨다. 하늘 전체에 물칠을 했다. 색칠은 이제까지 쓰던 둥근붓이 아닌 조금 거친 평붓이다. 예전에 아크릴용 붓으로 사둔 것인데 이럴때는 평붓이 낫다고 하신다.  이전 그림에서 물칠할 때 썼던 30mm자리 백붓은 이번에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이게 더 나은 모양이다. 붓질은 가로로 줄무늬를 그려가듯 쭉쭉 그러갔다. 다시 조금 엷게 섞어서 옆으로 쭉, 또 다른 색을 조금 섞어서 옆으로 쭉쭉 칠해갔다. 색을 섞어 쓸 때는 하늘이라고 파랑색 계열만 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을 쓸 수 있다고 하셨다. 하늘의 노을색으로, 혹은 미색으로도 칠할 수 있다고. 그런데 산까지 넘어가게 칠하진 않으셨다. 붓을 돌려서 좁은 면이 되게 해서 산은 넘어가지 않게 했다. 산을 올리브색을 주로 해서 섞어서 칠하셨다. 파레트의 물감을 그대로 쓰지 말고 섞어서 쓰라고 하셨는데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원색은 보다 섞어 쓰는 것이 더 좋은가? 땅은 산과 원래부터 연결되니까 경계에서 서로 섞어주라고 하셨다. 하늘의 구름은 휴지를 이용했다. 구름으로 자리 잡아둔 지면에는 색을 칠하지 않았는데도 물을 따라 번져 들어가고 있었다. 그곳을 휴지를 느슨하면서도 둥그렇게 먼저 칠한 색을 빨아냈다. 휴지는 넓은 면이 아닌 둥그렇게 뭉친 모서리 부분을 비틀게 잡아 그 부분을 종이에 갖다 대었다. 꾹꾹 눌러서 빨아내는 작업이었다. 휴지의 아무렇게나 접혀진 것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늬가 생겼다. 그 무늬는 구름처럼 보였다. 그 후에 구름 아래쪽으로 그림자를 넣었다.


20081015-7.JPG 

설명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번지는 기법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물감이 마르기 전에 재빨리 하셨다. 그것과 경계가 되는 다른 부분을 칠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면서 설명하면서 순식간이었다. 그중에서 산은 한 가지 색으로 칠한 후에 한쪽면을 더 어둡게 칠해 그림자를 넣었다. 산에 삐죽삐족 나온 나무 꼭대기를 조그만 붓으로 살살 찍으셨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그리고 물이 가득한 느낌이 났다.


#. 연하게 칠하고, 색을 잘못 선택하다

다음은 내 차례였다.

선생님처럼 그린 그림이 책에는 안나오는 것 알지만 그래도 볼만한 책이 있었으면 해서 하나 골라왔다. 기법은 볼 수 없어도 색깔이라도 볼 수 있을까하고. 하늘이 많이 들어간 그림으로 골랐다. 아름다운 붉은 구름이 많고, 눈 덮힌 산이 있는 하늘과 산이 서로 호응하는 유화풍경화였다.

20081015-9.JPG 

하늘은 푸른색 쪽에서 붉은색으로 옮겨갔다. 하늘빛과 같이 산도 붉었다. 하늘과 산을 나누어서 색칠했다. 마크 선생님께서는 이런 경우에는 하늘빛이 바로 산빛이니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하라고 하셨다. 산과 들판이 한 가지 계열의 색으로 연결되듯이 하늘과 산도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칠해버린 후라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산에서 붉은 빛이 약간은 더 많은 부분을 찾아서 그림자가 지는 부분이라 여기고 더 진한 색으로 칠했다. 바빴다. 마음이 바빴다. 나는 물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에 빨리 마르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데도 바빴다. 마음만 서둘렀지 종이는 그렇지 않은 듯 했다. 너무 많이 젖은 탓에 심하게 번졌다.그나마 더디 말라 다행인 것도 있었다. 구름은 휴지로 닦아내야 하니까 빨리 마르면 안된다.


참고한 그림은 하늘은 무척 붉었고, 산 중에 빛을 제대로 받은 부분은 레몬엘로우색이 감돌았고, 빛을 받지 못한 부분은 붉은 기운이 돌았다. 뻔히 보고 그리는 데도 색은 제멋대로 되었다. 하늘빛을 받아 눈덮힌 산이 붉게 된 붉은 산이다. 선생님의 ‘레몬엘로우’ 발언에 내가 그린 산은 온통 붉다는 것을 알았다. 산에 ‘레몬엘로우’를 진하게 칠했다. 눈 덮힌 산인지 봄꽃이 흐드러진 산을 표현한 것인지 분간이 안 된다. 노을과 산이 호응하지 못해서 어색했다.


얼마 전 책에서 읽은 피아노 레슨 대목이 떠올랐다. 소녀는 자신의 연주를 ‘이렇게 이렇게 했다’고 했다. 그말은 남의 귀에 피아노 연주가 ‘이렇게 이렇게 들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타인의 귀에 ‘이렇게 이렇게 들리지 않았다.’ 레슨을 하는 선생님이 자신이 듣는 방식대로 연주하겠다고 했을 때 그것은 확실히 소녀가 연주한 것과는 달랐다. 자신이 듣는 데로, 들릴거라고 예상하는 대로 연주하게 되면 멋진 연주가 될 거라고 했다. 소녀는 좀더 기교를 덜 부려서 연주를 했고 먼저 했던 것과는 다르게 들렸다. 그 소리를 옆에서 듣고 있던 소년에게도 선생님은 가르쳐 주셨다. ‘너에게도 들리니? 너도 네 귀에 들리는 대로 연주를 한다면 멋진 연주자가 될 수 있다.’

젠장, 보이는 대로 그릴 수 있다면 잘 그릴 수 있다. 자신이 설명하는 대로 그릴 수 있다면 말이다. 보이는 대로 그린다는 것은 어렵다.


서두르고, 번지고, 색이 너무 연하고, 다른 색을 사용하고, .......  종이는 얼마나 젖어 있는지 감은 잡히지도 않고 온통 잘못된 것 투성이다. 실망스럽다. 흰색산은 무리였나 보다.


#3. 번지기 기법을 이용한 풍경화2

이번에는 수채화 교본 책을 찾아 나섰다. 내가 배우길 원하는 기법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그림을 찾았다. 아주 작은 그림이었다. 보기에 갑갑한 작은 그림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선생님께서 시범을 보여주신 것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먼젓번에 너무 많은 물 사용으로 온통 번진 것을 생각하고는 이번에는 먼저보다 물을 조금 적게 썼다. 하늘은 그런대로 되었다. 산에서는 어찌 연결되어야 하는지 또 막혔다. 산에 곳곳에 있는 관목들은 진해 보이는 데 점점이 찍어가도 되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그림보고 따라 그대로 그리기도 어렵다. 난 욕심이 많은 편인가 보다. 한번 보고 그대로 해낼 욕심을 부린다. 선생님은 구름은 자연스럽게 되었다고 그러는데, 그것은 제쳐두고 난 왜 자꾸 안되는 것만 보일까.

구름처럼 불규칙적인 패턴이 있는 자유스런 것은 그런대로 되나보다. 그런데 꼼꼼하게 조심스럽게 해야 할 것은 영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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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에서도 내 성격 그대로 드러나는 구나. 에휴, 그림 그리면서 성격개조하게 생겼다.




화실일기-20081016


다시 정물화로 돌아왔다. 번지기 기법을 제대로 연습하고 싶었다. 홍당무 그림을 찾는 데 나오지 않았다. 그림을 찾는 내게 이번에도 마크선생님께서 그림을 하나 권해주셨다. 너무 많이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하셨다. 유화였다. 번지기 기법으로 그리면 좋겠다고 하셨다. 꽃이 많아 내 눈에는 어려워 보이는 데 선생님께서는 중간 난이도라고 하시니 그런가 보다 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번지기 기법으로 할 것이니까 꽃의 형태를 자세하게 잡지 않았다. 연필로 그린 꽃들이 겨우 보일 만큼 엷게 그렸다.


#1. 바탕의 얼룩

밑그림을 그리고 났을 때 막막했다. 흰색 꽃이니 꽃이 드러나려면 바탕과 색대비가 일어나야 할 텐데 번지기 기법으로 가능할까? 선생님께서 바탕 칠하는 순서와 색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바탕을 칠하려면 물감을 많이 섞어서 써야 하는데 바탕이 모두 한가지 색으로 되지 않아도 되니 조금씩 섞어가며 써도 된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색은 올리브를 중심으로 하는 게 좋겠다 하셨다. 화병의 왼쪽아래 부분부터 시작해서 위쪽으로 그리고 꽃을 돌아서 오른쪽 아래로 차례로 색을 칠해 나가되 붓질은 항상 아래쪽으로 가게 하라고 하셨다. 번지기 기법을 이용해 가며 칠하는 것이니까 물감이 아래쪽으로 번져 내려오게 종이를 돌려가며 그리라는 말이었다. 주전자는 배경과 같은 색 계열이니 바탕하고 따로 떼어서 칠하지 말고 같이 칠해라고도 하셨다. 설명을 들은 후 붓에 물감을 잔뜩 묻혀 색을 칠해 나갔다. 마구 번지고 얼룩이 졌다. 처음에 물을 칠하지 않아서 일까 의심했다. 물감이 떨어지면 다시 비슷한 색들로 섞어서 계속 칠해나가는 데 종이가 온통 얼룩덜룩했다. 도저히 이러면 안되겠다 싶은데 어찌해야할지 또 난감했다. 여기서 수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선생님께서는 수채화는 원래 이렇게 얼룩이 있는 게 멋이라고 하신다. 그래도 나는 이건 아니다 싶다. 바탕에 얼룩이 많으면 시야가 분산된다. 선이 많거나 색이 요란한 것에 눈길을 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바탕이 너무 요란해져 버린 거 같다. 역시 물조절을 못하는 탓이다. 바탕과 연결해서 그려야 할 주전자는 때를 놓치지 않고 색을 칠했다.

20081016-2.JPG 


#2. 흰색 꽃 그리기1

꽃은 너무 어려울 것 같아 피해간다. 되도록이면 뒤로 미루어 둔다. 수채화에서는 연한색부터 칠한다던가 넓은면부터 칠한다던가 하는데, 이건 ‘그때 그때 달라요’이다. 그런 것은 언제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밝고 연한색’이라면 꽃을 먼저 칠했어야 하고 ‘넓은면’이라면 바탕이 먼저다.


그것보다 흰색의 물체에 도전한 게 잘못이다. 선생님이 중간 난이도라고 했던 것은 거짓일 거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난 흰색 물체 못 그린다. 번지기 기법으로 그리라고 그것은 더더욱 아닌  것 같다. 꽃 그리기를 앞두고 너무 막막하니 별 생각 다든다. 매번 그릴 수 있는 것만 그린다면 연습이 안된다는 것도 알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싶다. 복잡하고 섬세한 것에다가 흰색이라니.


20081016-7.JPG 


선생님께 어떻게 그리는지 헬프를 요청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 지도하느라 한참 후가 될 것 같다. 번지기 기법으로 그려보라고 했으니 그 방법으로 시도한다. 꽃 전체에 물을 칠하고 꽃에 어두운 부분에 엷게 보이는 곳에 보라색을 칠한다. 아, 마구 번저버린다. 꽃의 형태가 안 나올 거 같다. 얼른 물기를 닦아냈다. 붓질 한번씩에 휴지 한번. 꽃 한송이를 망쳤다. 물칠한 곳에 붓질과 닦아내기를 번갈하 하는 것도 아닌가? 이번에는 물칠하고 번지게 둔다. 닦아내지 않아 계속 번저 이상하다. 이번에는 탁자위에 놓인 꽃을 시도했다. 또 전체에 물칠을 하고 물이 마르기 전에 한번 찍고 한번 닦는다. 물칠을 한 의미가 없어진다. 이것도 아니다 싶다.


20081016-5.JPG 


세 번의 실패로 손 들었다. 흰나리들을 그대로 두고 아직 봉오리인 채로 있는 것들에 색을 먼저 칠했다. 그마나 이건 흰색이 아니니까 색을 좀 진하게 써도 괜찮은 것이다.

 


#3. 흰색 꽃 그리기2

선생님께 요청했다. 흰색 꽃은 어떻게 그려야할지 모르겠다고. 선생님께서는 꽃잎 전체에 물칠 같은 것은 하지 않으셨다. 물감을 붉게 찍어서 조금 긋고, 그 옆에 다른 색깔이 보이면 또 다른 물감을 묽게 풀어 찌어서 먼저 찍은 것과 번지게 하면서 좁은 영역을 조금씩 칠하셨다. 꽃잎을 몇장을 그리는 동안 세세한 붓놀림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으로는 꽃이라는 느낌이 안났다. 화병의 색이 엉성하게 칠해져 있어 꽃과 화병의 경계에서 모호했기 때문이었다. 꽃잎을 살리기 위해 화병을 칠하시면서 꽃잎의 형태를 잡았다. 그리고 밑그림이 약해서 어느 것이 꽃잎이고 어디가 초록의 잎사귀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며 밑그림을 조금 더 자세하게 그리라고 하셨다. 그리고 초록을 먼저 칠해서 꽃잎 부분만을 남겨놓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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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흰색 꽃 그리기3

밑그림을 조금 손봤다. 흰색으로 남겨두었던 부분을 초록으로 칠했다. 그 부분은 나중에 색이 더 진하게 들어갈 거기 때문에 한톤으로 해두어도 나중에 형태를 살릴 수 있다고 하셨다. 이건 처음부터 마스킹 액을 써야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그 기법을 배우는 단계는 아니지만, 꽃잎들을 그래야 할 것 같다. 마스킹액은 좁은 면이나 밝은 부분을 남길 때 쓰는 방법이다. 위쪽에 물감을 칠해도 표면을 덮고 있는 마스킹액이 방수해 주니까. 나는 그 방법을 쓸 수 없으니 붓으로 세세하게 경계를 따라서 칠해야 했다. 초록색으로 칠하다가 밑그림이 너무 엉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꽃잎과 잎사귀가 거의 구분이 안되었다.

20081016-8.JPG
 

초록으로 경계를 만든 후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으로 꽃잎을 칠했다. 흰색 꽃이 푸르스름하다. 다른 꽃에서는 괜찮겠지 했는데 여전히 엉성하다. 아, 많이 실망스럽다. 형태가 나온 것도 아니고, 비슷한 색이 나온 것도 아니다. 화실 마칠 시간 되었는데, 몇 개의 꽃을 더 붙들고 있어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진척이 없다.


#5. 바탕 칠할 때 주의하기

마크 선생님께서 카메라를 들고 오셔서 그림을 들여다 보신다.

그림을 손으로 가리키며 “요기 요런 부분은 처음부터 칠할 때 경계를 확실히 해두세요.” 라며 일러주신다. 테이블과 벽과의 경계다.


오늘 연습한 것들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고칠 일이 까마득하다. 여기서 멈추고 다시 그리고 싶은 심정이다.

20081016-1.JPG 

IP *.247.8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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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10.22 14:28:45 *.244.220.253


지난 오프 수업 정리한 글을 읽으면서, 자유롭게 언어를 구사하는 재능이 돋보였다.
그런데 이 칼럼은 일기라 그런지 그런 화려한 글쓰기는 찾아볼 수 없구나. 너무 사실에 대한 나열이라고나 할까, 평범하다고 할까.............네 문학적 상상력이 함께 가미되면 어떨까? 좋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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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10.23 05:18:12 *.36.210.204
글이 길어졌구나. 우선 이 곳으로 글을 옮겨 온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글쓰기를 하면서 공간을 찾지 못하고 한쪽 구석에서 서성이는 듯한  생각이 들었거든.

너의 진화를 대하니 감회가 새롭구나. 멋진 작품에 눈이 먼저 혹하는 유혹보다 진정성이 돋보여 편안하다. 그리기의 입문에 들어선 이로서의 묘사 부분들에 대한 세세한 감정 표현이 전보다 좋아 보인다.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림이나 글을 통해서 일상의 깨달음의 과정이 나타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한결 차분해져 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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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10.27 18:35:06 *.37.24.93
마크 선생님과의 대화 내용을 좀더 사실적으로 처리하면 어떨까?
그리고 그림에 대한 글이 같은 장점으로 묘사를 강화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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