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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3일 10시 00분 등록

최근 전에 출판에 참여했던 책들을 다시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에게서 구하라>, <구본형, 내 삶의 터닝 포인트> 그리고 제 첫 책인 <아빠, 구본형과 함께>를 다시 훑어보고 그 과정을 복기했습니다. 무엇을 얻었고, 쓰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도 찾아보았습니다. 원고, 그리고 책을 완성했을 당시의 설렘과 뿌듯함이 다시 기억나는 듯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한 가지 명확해진 것은 제가 글쓰기를 꽤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글을 통해 대상이 무엇인지 나의 언어로 정의하고 내 삶 속에서 그것이 어떤 맥락으로 얽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아주 재미있는 과정입니다.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글이 나아가는 것도 짜릿한 일입니다.


책을 출간한 이후로 오랫동안 저는 어떤 주제의 책을 낼까 고민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가 내고 싶은 책과 세상이 내게 원하는 책 사이에서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직장인으로 다니다보니 ‘돈이 되는 것을 써야 한다’는 사업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크게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렇게 첫 책을 내고 4년이 흘렀습니다.


마음 편지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다시피 저는 지난 6개월 동안 제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제 글쓰기에 가장 중요한 게 빠져있었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바로 ‘욕망’이었습니다. 내가 가장 글을 쓰고 싶은 것은 제쳐두고 독자 혹은 End-user라는 이름의 가상의 다른 사람의 눈치만 보며 제가 가지고 있는 욕망을 재단하려고 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가장 주관적인 생각을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는 모든 제품의 근본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두근거리는 욕망이 우선하지 않으면 그저 편안하기만 한 무언가가 될 뿐이라는 것을, 아니 무엇보다 만들 수조차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왜 그랬는지 압니다. 제가 학생이었을 때만 해도 덕질을 하는 것이 이렇게 대중적이지 않아 늘 숨어서 혼자 덕질을 했었습니다. 좋아하는 만화책을 사면 꼭 책장 안쪽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그 앞에 일반 서적을 진열해놓았습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그림도구들은 학교에 다녀오면 사라져 있곤 했습니다. 또 큰 기업의 상품기획부서에서 실무자가 업무 중에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시장 적합도를 따져 타깃 세그먼트에 걸맞은 제품을 기획해야 하는데 그 타깃에 꼭 제가 속해있지는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마저도 리소스를 핑계로 이리저리 수정되기 일쑤입니다. 어릴 때도, 커서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맘 놓고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로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내렸습니다. 책, 게임, 애니, 영화, 음악, 방탈출, 여행 등 마음 편히 즐길 수 있고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는 것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한편 글쓰기 중심의 과거의 이력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업무 위주의 이력서만 정리했다면, 덕질 위주의 이력서도 한 번 리스트업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에버노트에서 노선으로 갈아탔는데, 노선은 많은 항목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하는 데에 유리한 기능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책이나 애니, 게임들에 대한 감상들도 정리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과 덕질의 이중생활을 하면서 덕질 부분을 더 강화하고 정리해 보는 것이 매우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서른다섯 살이나 먹었고 이제는 자기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도 괜찮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욕망에게 솔직해지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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