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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3일 17시 31분 등록


재무상담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생계획’(Life Planning)이라고 앞의 칼럼에서 여러 번 강조했다. 재무상담에서 ‘계획’은 처음이자 끝이라고까지 이야기할 수 있다. 재무상담사들이 고객의 인생을 조감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인생주기가설’이다. 재무상담사들이 백지를 꺼내놓고 지출과 수입곡선을 그려가며 설명하는 것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생애주기가설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케인즈학파의 프랑코 모딜리아니의 대표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생애주기가설은 소비수준은 전 생애를 통해 발생하는 소득과 자산총액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즉 각 개인의 상황, 수준, 단계에 의해 소득과 소비와 소득이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는 곡선이기도 하다.

인생주기곡선.JPG

생애주기가설을 근거로 하여 수입과 지출곡선을 현재 자신의 나이를 기준으로 곡선을 그려보게 되면, 대략적인 자신의 인생에 대한 조감도를 그려볼 수 있다. 위 그림을 보면서 설명을 잠깐 해 보자. 가로선은 인생선(나이)을, 세로선은 소득의 크기를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인생선(나이)은 점차 길어지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미 남자 75세, 여자 82세라고 한다. 평균수명은 2년에 1세씩 늘어나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물론 무한정 평균수명이 연장되지는 않겠지만, 90세, 100세 시대라는 말이 절대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65세 노인인구 7% 이상)를 지나,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곧 65세 노인인구가 20%인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앞두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인생선은 재무적 리스크의 총합이라고도 이야기 할 수 있다. 전 유엔 사무총장 코피아난은 평균수명의 연장과 고령화를 ‘피할 수 없는 재앙’에 비유했다.

반면에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이 종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샐러리맨들의 경제적 활동기간은 점차 단축되고 있다. 사오정, 삼팔선, 오륙도와 같은 서글픈 단어들이 회자된 지 오래다. 평생 직장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으며, 노동시장은 유연화를 빌미로 비정규직이 일상화되고 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먹고 살 수 있는 경제활동 기간은 줄어들고 있으며, 직업 없이, 소득 없이 살아야 하는 노후는 끝을 알 수 없는 터널과 같이 길어지고 있다.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면, 파란색의 수입곡선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시간이 흐를수록, 승진과 더불어 증가할 것이다. 아니 밥벌이를 위해서라도 증가해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수입곡선은 불확실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안되겠지만, 수입이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실직 및 해고. 둘째, 치명적인 질병. 셋째, 사고. 넷째, 사망이다. 이 4가지 경우가 수입곡선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대표적 경우이다.
 
그런데 첫째의 경우, 실직이나 해고는 쉽지는 않겠지만 재취업이나 창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둘째, 셋째, 넷째의 경우는 인간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신(神)의 영역이다.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 세 가지 경우를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잘 알고 있는 ‘보험’이다. 아무튼 일반적인 경우 소득은 경향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소비 또한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지출이 수입을 능가하는 시점이 다가온다. 그 시점은 언제일까?
이 시점은 보통 첫아이의 대학 입학 시기라고 한다. 현재 대학등록금이 한 학기에 500~1000만원을 넘어서 가계의 가장 큰 경제적 부담요인이 되어버렸다. 더구나 사교육 광풍이 식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재정적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이미 정상이 아니다. 재무상담을 하다 보면, 저축과 투자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사교육비’이다. 부모들은 밑빠진 물붓기와 같은 마음으로 사교육 행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첫째 아이가 대학 입학 시점까지 저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이 시점을 다른 말로 ‘실질적인 경제적 정년’이라고 한다. 현시점부터 경제적 정년까지를 ‘저축가능기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대학 입학 이후부터 막내 아이가 출가하는 시점까지를 ‘지출집중기간’이라고 한다. 이 기간은 자녀들의 대학교육비와 자녀결혼자금이 중첩되어 나타나게 된다. 대다수 부모들이 등골이 휘어지는 시기이다.

만약 당신이 현재 35세의 가장이고 5살, 3살의 사내아이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당신의 경제적 정년은 50세이고, 저축가능기간은 15년(35~50세)가 되는 것이다. 막내 아이가 30세에 결혼을 가정 한다면, 지출집중기간은 12년(50~62세)가 된다. 즉 당신은 가장으로서의 책임이 62세가 되어야 끝나게 된다. 62세가 되어야 비로소 아이들로부터 자유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모든 경제적 부담이 끝날까? 잘 아시다시피 경제활동기간 보다 긴 노후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여기서 노후자금을 단순하게 밥값만으로 계산 해 보자.(단, 현재가치와 인플레이션 요소는 무시하겠다) 설렁탕이 보통 한 그릇에 5,000원인데 부부가 하루에 세끼 설렁탕만 먹는다고 생각해보면, 설렁탕이 보통 한 그릇에 5,000원이니까 5,000원 x 2명 x 3끼 x 365일 x 27년 = ? 현재가치로 3억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이 밖에 거주비용, 여행경비……기타 비용이 추가하게 된다면, 현재가치로4~5정도의 노후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특히 노후자금은 80세를 전후로 증가하는 특징을 보인다. 왜냐하면, 80세 이후는 노인성 질병(대표적으로 치매)으로 인해 지속적인 간호와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기를 ‘간병의 시기’라고 일컫는다. 이제 죽음도 ‘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수입과 지출 곡선을 근거로 일반적인 사람들의 미래에 대해 살펴보았다. 물론 각 개인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이 생애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각 단계별 필요자금(주택, 교육, 결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정확한 개인의 생애필요자금에 대한 계산과 예측은 주변의 재무상담사에게 받아볼 것을 권유한다.

중요한 것은 저축가능기간에 최대한 절약하고, 아끼는 미덕과 습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모든 재테크 책들의 공통적인 성공 비법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또한 어떻게 내 소득과 자산을 투자하고 저축할 지에 대해 지혜가 필요하다. 당신에게 누군가 돈을 벌 수 있는 마법(?)이 있다고 꼬시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 행위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다. 미국의 연기금 조사에 의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법은 투자의 타이밍도, 종목선정도, 뛰어난 직감도 아니다. 당신도 알고 있는 전략적 자산배분(분산투자)에 있다. 진실은 비밀스런 커튼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알고 있는 상식 안에 존재한다.

얼마전 고객과 함께 식사를 하다 공허한 푸념 하나를 들었다.

“아이는 Financial Risk야~. 아이를 괜히 낳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두려워~”

사랑하는 아이를 재정적 위험으로 바라보는 것이 그렇기는 하지만, 쉽게 부정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림형제는 통찰력 있는 우화 <인생의 시간 동안>에서 중년이란 짐을 잔뜩 싣고 가는 당나귀에 비유했다. 만약 당신이 학교를 졸업하고, 발법이를 하고 있다면, 당나귀의 삶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꼭 당나귀의 인생으로 끝나겠는가?

우리의 인생은 기나긴 여행이다. 길 위에서 우리는 웃고, 울고, 싸우고, 보듬아 주고, 사랑을 하게 된다. 다만 약간의(?) 돈이 필요할 뿐이다. 찰스 핸디는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비참해진다.’고 했다. 생애주기가설은 영원히 살 것처럼 재산을 모으거나, 자산을 증식하기 위한 이론이 아니다. 미래의 생애필요자금을 예측하고, 이것을 근거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참고서일 뿐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자금 ; 생활, 주택, 교육, 자녀결혼, 노후자금, 이 모든 것들이 재정적 위험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재정적 위험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달라이 라마는 ‘행복한 삶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인생주기가설을 통해 재무상담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준비이며, 행동이다. 결국 재무상담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금융상품의 구매를 통한 수익이 아니라, 두려움이 없는 ‘마음의 평화’(Peace of Mind)이다.

혹시 시간이 있다면 백지를 꺼내 놓고,
당신의 인생에 대해서 한 번 그려보는 것은 어떤가?
어쩌면 그것이 당신 인생에 작은 변화의 씨앗이 될 지도 모른다.

 

IP *.244.22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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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3 18:17:58 *.96.12.130

오~ 중환아~ 그림 올리는데 성공했구나. (아직 내용은 못읽어봤다.) 담주에 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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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10.27 14:35:23 *.97.37.242
재무설계 법칙. 노후설계에  관한 내용이 나오니, 앞으로 내가 써야될 내용의 일부를 보는 것 같네.
거암, 우리 '공저'로 한번 가볼까? 인세는 연령에 비례해서 나누는 걸로 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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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10.27 18:40:01 *.37.24.93
여러번 듣기만한 내용인데,  잘 정리된 중환이 글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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