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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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며,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문장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입니다. 사람과 일에 진심을 다하고 겸허히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좌우명이라 하는 것은 기실 이상향에 불과한지라, 그 속을 살펴보면 좌우명과 반대로 살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인듯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진인사라는 말이 점점 더 무거워져가는 것을 느낍니다. 진인사는 최선이 아닌 진심을 다하는 것입니다. 최선이라 함은 자신의 관점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것은 타인의 관점인 경우가 많습니다. 최선은 상황과 조건의 단어입니다. 많은 경우 최선은 그 당시의 맥락은 잊혀진 채 최종 결과에 대한 부합도로 변질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진심은 자신의 단어입니다. 그렇기에 진심은 최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과 사람에 대해 지치고 힘들어 할 때 언제나 가족이라는 존재는 큰 힘이 됩니다. 저는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거나, 사람을 만나고 오면 와이프에게 모든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속상했던 일도 이야기합니다. 생각한대로 잘 안되서 속상했던 일, 마음처럼 맞지 않아서 힘든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가슴 밑바닥에 있는 말들을 다 늘어놓습니다. 그럴 때마다 와이프는 진실하게만 하면 다 잘 될거라고 저를 위로하곤 합니다. 진심을 다하라고 하지만, 최선을 다하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그 최선이라는 것이 곧 진심인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합니다. 자신의 보폭이 아닌 남들이 원하는 보폭으로 걷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합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랭이가 찢어진다라는 말이 있지요. 뱁새와 황새가 함께 걸을 때 최선이라 함은 가능한 황새의 보폭에 맞추는 것입니다. 뱁새에게 진심이란 뱁새가 가지고 있는 보폭으로 걷는 것일겁니다. 그것이 뱁새에게 진정한 최선일테지요. 잘나고 못남의 문제가 아니죠. 황새와 뱁새는 전혀 다른 새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곤 합니다.
얼마전 어떤 책을 읽다가 소로가 쓴 <윌든>의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버려두라....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자신만의 보폭 - 이것이 진심이 아닐런지요. 자연스럽게 나만의 보폭은 얼마인지, 그리고 그 발걸음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디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타인을 쫓기 위한 힘겨운 발걸음 대신 사뿐히 내딛는 자신만의 발걸음으로 오늘 하루 차분히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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