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 조회 수 972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여행의 영혼은 자유, 원하는 대로 사고하고 느끼고 행하는 완벽한 자유다. 모든 방해와 불편에서 벗어나려고 여행을 떠난다. 자신을 남겨두려고. 타인들로부터 벗어나려고 떠난다….내겐 방해 없는 침잠한 마음뿐이며, 그것만이 완벽한 웅변이다. ㅡ윌리엄 해즐릿, <여행 떠나기에 대하여>
얼마 전 출장으로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일정이 끝나고 잠시 짬이 나서 브로슈어를 잔뜩 담은 배낭을 메고 해운대 해변을 따라 한 시간쯤 걸었습니다. 결혼 후 혼자서 먼 바닷가를 걷는 것은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파도 소리가 들리고 버스킹 하는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유로움을 마음껏 즐기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특히 혼자 걷는 것은 매우 즐겁습니다. 동행이 있어 속도가 그에게 맞을지, 그가 들르고 싶은 곳이 있는지, 대화 주제로 어떤 것을 이야기하면 좋을지 살펴야 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이지만, 혼자 하는 산책만큼 자신과 연결되긴 어렵습니다.
<낭만적 은둔의 역사>란 책에서는 고독을 만나고 그 안에 깊이 들어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걷기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도심 외곽에 거주지를 구한 노동자들이 12시간 이상의 노동 전후로 걸어서 출퇴근을 했다는 이야기, 19세기 걷기가 유행하면서 얼마나 멀리, 오랫동안, 빠르게 걸을 수 있었는지에 관한 도전과 내기가 성행했었던 이야기 등을 읽으며 사람에게 걷기가 주는 힘과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빠는 걷기를 통해 회사원에서 작가로 정신적 전환을 이뤄냈습니다. 마흔여섯의 나이로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배낭 메고 2달간 남도를 걷는 일이었습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25킬로 내외를 걸었으며, 아침에 여관을 나와 저녁에 다른 여관에서 잘 때까지 하루 종일 한 일은 걷는 일뿐이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두 달 후 집에 도착했을 때 아빠는 회사원이었던 20년간의 묵은 때를 홀딱 벗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과정을 담은 책이 <떠남과 만남>이었습니다. 두 달간의 남도 걷기는 새 인생을 살기 시작한 아빠가 첫 번째로 한 가장 멋진 일이었다고 평했습니다.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운동 중에 걷기가 유일할 것입니다. ‘자신만 남겨두고 나머지로부터는 모두 벗어나게 한다’는 것은 걷기의 유일하고 독특한 매력입니다. 걷는 시간 외에는 삶에서 나만 남기는 것이 거의 어렵습니다. 또한 움직이면서 얻게 되는 자유로움도 걷기가 선사하는 주요한 특징입니다. 이 자유를 속에서는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출퇴근길 차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7월 마지막 주라 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떠난 모양입니다. 재충전의 시간이 되시길 바라며, 잠시라도 동행과 떨어져 혼자만의 걷기를 즐겨보시기를 권합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270 | 목요편지 - 한 해를 보내며 [1] | 운제 | 2018.12.27 | 879 |
4269 | [수요편지] 월급쟁이, 구멍난 양말 같은 | 장재용 | 2019.07.03 | 880 |
4268 | [금욜편지 40- 신화속 휴먼유형- 헤라클레스형 2-열정과 분노사이] | 수희향 | 2018.06.08 | 881 |
4267 | 아침에 새소리를 듣고 [1] | 운제 | 2018.11.22 | 881 |
4266 | [일상에 스민 문학] 2019년의 다짐 | 정재엽 | 2018.12.19 | 881 |
4265 | [수요편지] 나와 별과 산 [1] | 장재용 | 2019.04.24 | 881 |
4264 |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06] 삼국유사 (1부) | 제산 | 2018.07.23 | 882 |
4263 |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10. 파업이 끝나자 마자 사준 책 | 제산 | 2018.12.17 | 882 |
4262 | 어린이날 어떻게 보내셨나요? | 제산 | 2019.05.06 | 882 |
4261 |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 책 리스트 | 정재엽 | 2018.07.24 | 884 |
4260 |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 암흑의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꿈 2 [2] | 알로하 | 2019.03.23 | 884 |
4259 | [수요편지] 라오스의 월급쟁이들 [3] | 장재용 | 2019.03.27 | 884 |
4258 | 목요편지 - 빼지마라 | 운제 | 2019.07.19 | 884 |
4257 | [수요편지] 니체가 월급쟁이에게 | 장재용 | 2020.03.04 | 884 |
4256 | Business Tip - 삶의 겨울나기 | 書元 | 2017.11.18 | 885 |
4255 | 사유의 확장을 위한 <열한 계단> (마지막 편) [2] | 차칸양 | 2018.04.10 | 885 |
4254 | 목요편지 - 나의 취미 빙상 [2] | 운제 | 2018.05.10 | 885 |
4253 |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 책 이야기 2. | 정재엽 | 2018.08.22 | 885 |
4252 | 목요편지 - 2019년 후반전을 위하여 | 운제 | 2019.07.04 | 885 |
4251 | 기억의 회향(回向) | 書元 | 2017.10.06 | 8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