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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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페이지 12주가 다시 끝나갈 무렵 우리는 자신이 경험한 가장 멋진 아티스트 데이트( 개인이 자신 안의 아티스트를 돌보기 위해 혼자서 하는 데이트)가 무엇이었나를 서로에게 묻고 그것을 카페에 올려두기로 하였습니다.
아래는 H님이 올려준 그녀의 아티스트 데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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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에 소풍갔을 때, 한밤중(
하늘에는 달이 하나 떠 있었고, 별은 조금 더 떠 있었다. 마침내 야영장에 다른 이들이 쳐둔 ‘탑’이라 불리는, 천장만 있는 텐트에 도착해 이슬을 피해 잠을 청했다. 조용한 곳에서의 조용한 잠이었다.
깜깜한 어둠을 손전등 하나 의지해 혼자 걷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처음엔 옆에 민박집이 있어서 조금 괜찮았지만 민박집이 끊긴 곳은 너무나 어둡고 개짓는 소리도 안들려 몹시 무서웠다. 그 때는 이미 반쯤이나 걸어온 후여서 뒤돌아갈까 앞으로 나갈까 고민에 빠졌다. 사실 뒤돌아서는 것은 더 무서웠다. 그냥 걸었다. 그래도 아직 두려웠다. 그러나 ‘누군가가 내가 가려는 곳에서 이미 야영을 하고 있으니까’하는 생각을 일부러 하며 두려움을 물리쳤다. 걸으면서 앞에 펼쳐진 덤불 그림자가 사람처럼 보이지 않길 바랬다. 덤불이 움직였다면 난 무척 놀랬을 것이다. 드디어 네 눈 앞에 누군가 텐트 바깥에 달아둔 불빛이 나타났을 때, 아, 정말이지 좋았다.그리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그 상쾌함도 아주 좋았다. 어두움을 지독히 무서워하지만 그걸 물리치고 길을 걸어온 스스로가 대견했다. ‘스스로의 격려'를 나는 몹시 갖고 싶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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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님의 글에 제가 아래와 같이 답글을 달았습니다.
"늘 하는 말이지만 H님의 언어는 H님을 말해줘요, 색깔이 있고 독특하고, 밝은 건 아니지만 무작정 어두운 것도 아닌...암튼 설명하긴 복잡하지만 특별해요. 야영장에서 잠을 자보려고 한 것, 매우 인상적이예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 용기가 좋아요. 마치 한 편의 인생을 빗댄 것 같은 이야기예요. 온 길로 되돌아갔으면 못 가본 곳에 대한 미련과 나 자신의 용기 없음 때문에 괴로왔을 거예요. 가서 확인하고 그 곳에서 잠을 잔 H님에게 마구마구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그렇게 인생의 벽들도 하나씩 H님 앞에서 무너지고, 더 넓게 확장된 세계와 만나는 즐거운 H님만 남길 바래요."
그러자 그 답글에 H님이 또 답글을 달았다.
"그런데요, 소은님, 소은님은 생기발랄, 사람이 살아있어요. 조용히 성장시키는 대지(土) 같아요."
아, 저에겐 너무나 황송한 답글입니다. 그러나 '무언가 성장시키는 대지와 같다'는 말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의 소명을 아주 잘 담은 말이어서 저는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2기와 3기 모닝페이지를 함께 하는 반 년 동안 저는 H님 안의 보물을 아주 많이 보았습니다. 2기 대미를 장식하던 쫑파티 날 아침, 모임을 가진 헤이리에서 저는 함께 한 모닝페이저 한 분 한 분에 대해 그날 아침 모닝페이지로 간단히 메모를 해두었습니다. 아래는 그날의 메모 중에 H님에 대한 저의 묘사입니다.
“H님은 아주 깊고 오묘한 속을 가지고 있다. 그 안에는 누구보다 큰 갈망과 자기다운 색깔을 찾으려는 간절함이 도사리고 있다.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들 때문에 자신이 세상에 제대로 납득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는 안다. 그리고 그것들이 밝아지려는 그의 노력을 뒤흔든다. 그는 세상 문법으로 제한해서는 안되는 사람이다. 문법을 걷어내고 그를 보면 그처럼 다채롭고 호기시에 들끓는 사람도 없다. 모닝페이지를 통해, 모닝페이저들과의 교제를 통해 그 역시 좋은 변화를 체험했다. 그는 어느날 내게 전화해서 조셉 캠벨의 신화의 힘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조셉 캠벨과 줄리아 카메론은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고, 서로 따로 놀던 개념의 조각들이 하나로 모아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도 했다. 그는 가끔 마음을 담아 모닝 식구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고기를 아무리 먹어도 밥을 먹지 않으면 식사를 온전히 했다는 생각이 안든다는 H님. (헤이리에서)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밥솥의 밥을 챙겨 먹었다며 모두가 아침으로 토스트를 먹을 때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어제 밤 스윙글싱어즈 공연 끝나고 그 친구들 호텔에 데려다주고 집에 오니 1시 30분,
오늘 새벽 떠나는 그들을 배웅할 시간도 없이, 오늘 아침 저는 괴산에서 열리는 꿈벗 전체 모임에 가야합니다.
그곳에서 모닝페이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할 시간을 주겠다는 양수님(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꿈벗 13기의 멋진 동료이자, 전체 행사 코디네이터 )의 제안(하루 전에 받은 제안입니다)을 거절하지 않은 것은, 모닝페이지에 대한 미션 때문입니다. 네 압니다. 이번 주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아직도 건재한 것이 기적인 마당에 그 제안을 수락하는 것은 미친 짓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PPT 자료를 만드느라 밤을 새고 있습니다. 지금 시각 새벽 5시 30분, 몇 장 안되는 허술한 PPT 자료를 만드느라 헤매던 중 이전 글을 하나 발견, 조금 각색해 여기 칼럼으로 올립니다. 저는 대한민국 모닝페이지의 전도사입니다.
정식 칼럼은 꿈벗 갔다와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