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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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9일
종종의 종종덕질
일하는 사람의 일 이야기, 결국은 사람의 일
새로운 책과 사람을 만났습니다. 아는 분의 초대로 북토크 행사에 가게 되었는데, 책과 저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주최와 진행을 맡은 지인을 만날 겸 일요일 오전부터 부지런을 떨었지요. 저자는 스타트업 분야에서 창업과 컨설팅 이력이 어마어마한, 진짜 멘토의 멘토라 불릴만한 이력의 소유자였는데, 이번에 ‘재미있는 스타트업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을 냈어요. 솔직히 ‘재미있는 00’이라는 제목의 책이 재미있을지 심히 의심스러웠고…^^; 늘 그렇듯 실용서에 관심 없는 저였으나, ‘당신도 이제 스타트업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이런 책과 사람도 만나보라’며 초대한 지인 때문에 참석한 자리였습니다. 이 책을 쓴 김영덕 작가는 원래 G마켓의 공동창업자이고, 엑싯 이후 인터파크, 롯데 액셀러레이터에서 책임자로 일하다 실리콘밸리에 건너가 투자 경험을 쌓아 현재는 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상임이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타트업 창업과 경영, 투자라는 화두에 대해 뚜루루 꿸 수 있는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분이다보니, 별 생각 없이 참석한 저와 달리 대부분 참석자들은 이 분께 묻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스타트업 기업의 대표와 실무진들이었어요. 저는 심지어 책을 읽지도 않았으니 한 시간 반 동안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싶었는데 말이죠.저자의 발표 없이 사전 접수된 질문과 현장 질의에 즉석 응답으로 꽉 채워진 북토크는 살아있는 정보와 경험이 오가는 컨설팅 현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뛰어난 기술력을 지녔지만, 시장성과 영업 문제로 한계에 부딪힌 교수 출신의 벤처 회사 대표, 스타트업에 초기 멤버로 합류해 그야말로 인생을 갈아 넣고 있는 청년 등, 참석자들은 각자의 위치와 회사의 라이프싸이클에 따라 고민과 질문이 제각기 달랐는데요. 저자는 창업멤버와 대표, 투자자와 컨설턴트의 입장을 넘나들며 날카롭고 솔직하게 문제의 핵심을 짚어주어서 저 또한 90분 내내 초집중모드로 몰입하게 되었어요. 또한 저자는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각자 다른 회사에서 일함에도 스타트업 특유의 이슈와 고민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도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밥을 챙겨 먹은 후, 문제의 책 ‘재미있는 스타트업 이야기’가 과연 재미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책을 펼쳤습니다. 처음 생각엔 유수의 스타트업에서 CTO로 활약한 저자의 이력으로 보아 기술혁신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할 줄 알았더니 웬걸요.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들려준 이야기의 핵심은 단 하나, 이 모든 것이‘사람의 일’임을 잊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들던 구절들을 한번 죽 나열해 보았습니다. “신뢰는 행동에 뿌리내린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타이밍의 문제라면, 만난 사람을 지키는 일은 신뢰의 문제이다. 관계를 시작하는 것보다 관계를 지키고 발전시켜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필요한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나의 능력이지,상대의 어떠함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성장하자는 말에는 돈이 든다. 기득권을 나눠 주기 싫다면 함께 성장하자는 말을 너무 쉽게 하지 마라.” “명확한 역할 정의와 경계를 두어야 하고, 경계에서는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작은 미팅들이 필요하다. 이 경계에서 회사의 운명이 달라지는 일들이 생긴다. 기대 이상의 일은 늘 이 경계에서 일어난다. 이 경계는 도전의 영역이다. 이 영역은 갈등과 오해,마찰이 생기는 곳이기도 하다. 리더는 업무 분장이나 역할 정의를 할 때 이 영역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이 경계에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고 애매모호하게 알아서 하자는 말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거나, 심지어 말하기 어려운 것까지 하나하나 나열해서 공유하는 것이 좋다.“ “가장 무서운 것은 리더가 직원을 존중하지 않고, 믿지 않는 것이다. 존중 받지 못하는 사람이 하는 일의 성과가 좋을 리 없다.” “보상이 없으면 지치는 게 인간이다.” “의사결정의 순간에 최선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최악인 의사결정을 제외하는 것은 어느 정도 높은 확률로 가능하다.” “실패는 회피 대상이 아니라 분석의 대상이다.” “말하는 만큼 소속감을 느낀다. 그래서 모두가 말하는 분위기가 좋다… 회의라는 사회적 행위에서는 리더의 유연성과 포용성이 가장 필요하다. 그 사람의 사회성을 회의를 통해 간접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고객의 마음만큼 걷잡을 수 없는 것이 트렌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브랜드다. 브랜드는 구축하기는 어렵지만 한번 구축이 되면, 브랜드 자체가 웬만한 변화를 극복하는 방파제 같은 역할을 한다.” “브랜드는 방향성이다.” “사업에 위대한 비전과 가치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많은 리더의 사업 비전과 가치를 듣다 보면 약속이나 한 듯이 ‘사람’을 향해 있다.” “내부고객이든 외부고객이든 둘 다 회사의 고객이다.” “돈은 사람을 따라 들어오고 나간다는 것을 잊지 말자.” “발표 내용보다 현실이 말하게 놔두어도 된다. 팀과 조직을 꾸려주면 자신이 말한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말하고 있는가?” 어떠세요? 독자의 예상에 미리 복선을 깔아 두려는 의도일까요? 저자는 책의 앞뒤 커버에 재미있는 카피를 달아 두었습니다. 뻔한 이야기인데 자꾸 되뇌이게 된다.“혹시 알아요.당신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이었는지?” 이런 평범하고 사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정작 독자에게 가서 어떤 화학 반응을 일으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책에는 미사여구나 인용구 같은 것이 없어요. 점잖을 떨거나 어떤 권위에 기대려는 생각이 전혀 없는, 본인의 경험으로만 꽉꽉 채워 쓴 쉽고 직설적인 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들이 제가 일하면서 고민하고 절감하는 지점들에 팍팍 대입이 되더라고요. 어느 정도 허영과 미화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성공담 류의 자기계발서와는 확실히 다른, ‘일하는 사람이 쓴 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럼 오늘은 일하는 사람을 위한 주제가를 한번 골라볼까요? 스텔라장의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을 소개합니다. 다들 즐거운 한 주 되십시오~~~ https://www.youtube.com/watch?v=s0nDrOM0B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