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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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어떻게 필까 꽃은 소리 없이 핀다
꽃은 고요하게 핀다
고요한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핀다
꽃은 서두르지 않는다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그러나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도종환의 삶 이야기> 中
크게 심호흡을 하고 시험점수표를 열어봅니다.
마음을 졸이며 합격자 명단을 살펴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채용결과이메일을 클릭합니다.
가슴을 두근거리며 그 사람이 보낸 문자를 읽어봅니다.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입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하늘로 날아오를듯한 환호의 순간도 있었지만, 실망과 탄식의 순간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하는 자조섞인 푸념과 함께 말입니다.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낙심하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삶은 무수한 낙심과 추스림으로 반복되는 긴 한숨인지도 모릅니다. 기대라는 마음 속에 혹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숨어있지는 않았을까요. 물론 전혀 그런게 없다면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지요.
기대하는 마음에 한웅큼 요행이 섞여 있었다면, 결과에 그리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떳떳하고 정직하게 결과를 기다려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게 우리의 삶이니까요. 다만 나무처럼 무성하도록 하라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을 되새겨 봅니다. 나무는 수액을 억지로 내지 않으며, 밤의 폭풍속에서도 의연하게 서있습니다. 또한 혹시나 그 폭풍 끝에 여름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가지는 일도 없습니다.
조급해 하지 말고 우직하게 가봅시다.
꽃은 스스로 피고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분명 당신의 꽃도 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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