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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학의 창시자인 중국 명나라의 유학자 왕양명의 수오훈(水五訓)은 물이 주는 다섯가지 가르침을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 물은 항상 자기가 나아갈 길을 찾아 멈추는 일이 없습니다. 물은 끊임없이 흐릅니다. 고여 있으면 썪을수밖에 없기에, 물은 흘러야 하는 숙명을 가집니다. 시냇물, 강, 바다 모두 한시도 제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물이 멈추는 경우는 모자람을 채울 때뿐입니다. 이때 역시 외견상 멈춘 것으로 보일뿐 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물은 웅덩이를 만나면 웅덩이를 다 채운 후에야 앞으로 나아갑니다.
둘째, 물은 스스로 움직여 다른 것을 움직입니다. 생명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풀과 나무, 그리고 동물들까지 모두 물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마더 테레사의 사랑처럼 물은 비워있음을 채웁니다.
셋째 물은 장애를 만나면 그 세력을 몇 배로 합니다. 장벽을 만나서 그대로 주저앉는게 아니라, 계속해서 자신을 불리는 것입니다. 웅덩이를 만나면 웅덩이를 다 채우고 나서 앞으로 나아가고, 방벽을 만나면 방벽을 넘을때까지 스스로를 채웁니다.
넷째 물은 스스로 맑으려 하고 다른 것의 더러움을 씻어줍니다. 일시적으로 자신이 더러워지는 것은 개의치 않습니다. 언젠가 그 더러움을 스스로 정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모습이 이와 같지 않을런지요.
다섯째 물은 넓은 바다를 채우고 때로는 비가 되고 구름이 되기도 하고 얼음이 되기로 하지만 그 성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물은 자만하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웅덩이를 채우고 방벽을 넘습니다. 주어진 직책에 따라 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치 자리가 자신을 규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올라가는 직급만큼이나 인격도 높아지면 좋으련만, 인격과 직급은 비레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히려 더 퇴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나는 절대 그렇지 않을꺼야!'라고 말하던 사람이 그렇게 되는 것을 숱하게 보아왔습니다.
이상이 왕양명이 저술한 5가지 물의 교훈입니다. 그 밖에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든지(겸손), 어떤 것이든 형체를 그에 맞춘다던지(포용) 하는 것도 물의 특성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의 몸을 70% 이상 차지하고 있는 물이지만, 우리 스스로 얼마나 물의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냥 생물학적으로 단지 물을 담고 있는 그릇에 불과한 것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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