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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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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13일 19시 18분 등록
명경지수(明鏡止水)는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이라는 뜻으로 사념없는 마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거울이 계속 맑으려면 자주 닦아줘야 합니다. 안경을 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안경 역시 수시로 닦아줘야 깨끗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고요한 물은 어떤까요? 물은 자체적으로 고요합니다. 셀프 평온합니다. 돌멩이 하나 떨어뜨리면 파문을 일으키지만 금새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물은 평온하게 만들기 위해 거울처럼 닦아줄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어디에 가까울까요? 물보다는 거울에 가까울 겁니다. 부단히 닦아주지 않으면 금새 더러워집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엔트로피의 법칙이라는게 작용합니다. 엔트로피의 법칙이란 모든 것들은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살면 황폐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고, 삶은 끝내 망가지기 십상입니다.  스스로를 아끼고 바르게 잘 살려고 애쓰면 자신을 비추는 거울 역시 점점 맑아지게 됩니다.

거울보다는 물에 가까운 사람들도 물론 있습니다. 일부로 애쓰지 않아도 마음이 자정작용을 합니다. 의도적으로 애쓰지 않아도 평온한 상태로 돌아갑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에게도 여러가지 심적 상태가 존재하겠죠. 무릇 떨어지는 돌멩이가 크면 클수록 부딪히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파문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높아진 파도만큼이나 다시 잔잔한 수면상태로 돌아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은 언젠가는 기어코 고요한 수평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얼마전에 보내드린 마음편지의 <수오훈>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중국 당나라 시대 선종의 5조인 홍인(弘忍)이 제자들에게 깨달음에 대해 말해보라고 하자 수제자로 인정받고 있던 신수(神秀)가 말했습니다.

"몸은 깨달음의 나무요. 마음은 맑은 거울과 같다.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먼지가 붙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승인 홍인을 비롯한 제자들은 신수의 말을 인정하고 칭찬했습니다. 절간 부엌에서 일하다 이 게송을 들은 혜능(慧能)은 글을 아는 동자를 불러서 다음과 같은 게송을 쓰게 합니다.

“깨달음에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도 대(臺)가 아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느 곳에 먼지가 붙겠는가?”

신수는 명경(明鏡)을 말했고, 혜능은 지수(止水)를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혜능이 불법을 계승했습니다만, 명경이 없는 지수가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이 지수임은 분명합니다.

거울은 쉽게 더러워집니다. 깨지기도 쉽습니다. 오래전에는 유리거울이 아니라 청동거울이였을테니 쉽게 찌그러졌을겁니다. 그러면 거울에 비친 모습 역시 찌그러져보이겠지요. 찌그러진 것은 평평하게 다시 펴기 쉽지 않습니다. 펼 수는 있겠지만 힘이 많이 들겁니다. 더러워지면 닦고, 찌그러지면 낑낑거리며 펴야 하고, 깨져버리면 엄청난 좌절이 찾아옵니다. 이야기하다보니, 거울에 비친 나, 그리고 그 거울은 에고(ego)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에 반해 물은 시간이 걸리지만 스스로 본연의 상태로 돌아옵니다. 이것을 일종의 회복탄력성으로 관념으로도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공(空)의 상태로 보는 것이 적절할 듯 합니다. 비어있기에 품을 수 있고 다시 채울 수 있는 거지요.

물의 삶, 결국 이것이 깨우친 삶이 아닐런지요? 추석연휴도 끝이 났고 이제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우리의 삶 역시 크고 작은 파문을 잔잔히 어루만지는 물과 같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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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0 22:13:23 *.166.200.71

마음을 비운 자는 마음을 비웠다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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