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는 정말로 약점을 극복해서 성공한걸까?
몇 달 전 아주 흥미롭게 본 영화가 있습니다. 루디 루티거라는 한 미식축구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루디 이야기>(1993년) 라는 영화입니다. 전형적인 약점극복의 스토리인데, 그 안에 숨은 의미가 있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영화 <루디이야기> 포스터 주인공 '루디 루티거'는 시골에 사는 아주 평범한 십대 소년입니다. 미식축구에 대한 열정이 어마어마하지만 운동신경은 없습니다. 어느날 가족과 미식축구 경기를 보다, 가족들 특히 아버지가 너무도 열광하는 모습에 인생목표를 하나 세웁니다.
미식축구 명문가인 ‘노틀담 대학’에서 미식축구를 하겠다!
하지만 아버지를 비롯해 모두 비웃습니다. 그도 그럴게 루디는 대학을 갈만큼 똑똑하지도 않았고, 운동신경도 둔한데다, 키도 160센티미터가 좀 넘는 단신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은 그가 허황된 꿈을 좇는다며 그만둘 것을 종용합니다. 특히 아버지와 형은 안타까운 마음에 적극적으로 말리죠.
모두가 말렸지만 루디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마음 한켠에 꿈을 품은 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일하는 제철소에서 취직해서 일하며 열심히 돈을 모읍니다. 한동안 그냥 일만 하다가, 유일하게 자신을 지지해주던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루디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로 마음먹습니다.
당장 노틀담 대학이 있는 곳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2년간 모은 돈을 탈탈 털어 노틀담 대학 근처의 한 전문대학에 진학하죠. 거기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면 노틀담대학에 편입할 수 있거든요. 루디는 올 A를 목표로 공부에 매진합니다. 잘 될리 없습니다. 공부란 걸 해본적이 없었으니까요. 엄청나게 열심히는 하는데 성적은 안나오고... 그렇게 거의 2년을 보내고 거의 포기할 즈음. 기적처럼 원하는 성적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노틀담에 편입하게 됩니다.
그 길로 미식축구부를 찾아갔지만, 운동신경도 없고 키도 작은 루디가 감독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루디는 그 끈질긴 근성으로 매일 코치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하느님은 저에게 다른 선수들처럼 미식축구를 할 수 있는 재능을 주지 않으셨어요. 그건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저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저를 받아주십시오.”
루디의 투지와 열정을 본 감독은 그가 운동에는 재능이 없지만, 그 정도 열성을 가졌다면 다른 선수들의 연습 파트너로는 괜찮겠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뽑힙니다. 루디는 노력에 비해 실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이보다 더 이상 열심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을 바쳐 연습하지만, 죽어라 해도 타고난 재능을 지닌 선수들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비록 경기에 뛰지 못하지만 누구보다 매 연습마다 치열하게 임합니다. 이런 루디의 열정은 팀에게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그는 재능이 아니라 열정으로 인정받기 시작합니다.
실력이 부족했기에 단한번도 경기에 나가보지 못한 루디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도 정식 선수로 발탁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그의 열정에 감화를 받았던 동료 선수들이 감독에게 찾아가, 자기대신 루디를 뛰게 해달라고 청한 겁니다. 한 명도 아니고 여러명이 청하자 감독은 마지못해 루디를 경기 후반부에 출전시킵니다.
미식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인생을 걸었던 루디는, 마침내 경기에 나갑니다. 그가 경기에 뛴 시간은 겨우 30초! 그토록 꿈에 그리던 주전선수로 투입돼 멋진 태클에 성공했고, 이 모습을 온 가족이 흐뭇하게 지켜보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마지막 태클에 성공한 루디를 둘러싼 선수와 환호하는 관중들 (영화스틸컷)
우리가 언제나 초점을 맞출 것은 약점이 아닌 '강점'
루디 이야기는 흔한 약점극복의 스토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루디가 약점을 극복해낸 영웅'이라고 치하했지만, 저는 그를 보며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이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한 스토리에 많은 영감을 받고 응원합니다. 의지가 재능을 뛰어넘는다는 스토리는 감동을 주지만, 저는 재능을 다루는 강점코치로서 다른 면에 주목합니다. 과연 루디가 자신의 약점을 뛰어넘은 걸까요? 루디는 자신의 약점을 뛰어넘어서 성공을 거둔 걸까요?
아닙니다. 루디는 자신의 약점을 뛰어넘은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다른 재능을 갖다썼을 뿐입니다.
루디는 몇 년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지만 결코 좋은 선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정식 선수는커녕 후보 선수도 벗어날 수 없었죠. 애초 그에겐 운동에 대한 재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머리도 좋지 않고 운동신경도 없습니다. 죽어라 노력했지만 재능을 타고난 선수들의 발치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이 있었습니다. 그에겐 ‘집념’이라는 재능이 있었죠. 집념은 마음 먹은 것을 끝까지 해내는 힘이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는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집념’이 매우 강했고, 모두가 반대하고 수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지만 결국 해내고 말죠.
루디는 약점을 극복한 게 아니라, 자신의 진짜 재능인 '집념'으로 목표를 이뤄낸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약점을 극복하라고 이야기를 하는 건 매우 무책임한 소리라는 걸 알게 됩니다. 약점을 극복하는 건 아름답고 숭고해보이지만, 우리 삶을 낫게 만들어주는 건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부분도 바로 이겁니다.
루디는 이후 자신의 약점인 운동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인 ‘집념’을 활용해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루디는 동기부여강사이자 작가가 되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영화제작사에 판매했죠. 실제 영화에도 카메오로 잠시 출연했습니다. 루디를 보면 하워드 가드너의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누가 비범한가?’라는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어디에 비범성이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약점은 어디까지나 관리해야할 대상이며, 우리가 더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과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서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언제나 ‘강점’입니다. 긍정심리학자 로버트 B. 디너가 약점과 강점에 대해 재밌는 비유를 했는데요, 약점을 관리하는 건 배의 바닥에 구멍을 메우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구멍을 막지 못하면 배가 침몰할 수는 있지만, 구멍을 막았다고 해서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건 아니라는 거죠. 그는 단언합니다.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즉 성과를 내는 것은 강점을 통해 가능하다.”
결국 성공의 씨앗이 숨겨진 곳은 약점이 아니라 나의 강점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 약점을 극복해보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재능이야말로 내가 성취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것들의 씨앗입니다. 오늘만큼은 내 진짜 성공의 씨앗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 참고링크: 내 성공의 씨앗인 재능을 발견하는, 강점발견과정
https://brunch.co.kr/@tjkmix/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