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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0일 07시 06분 등록

오늘은 최근 인상깊게 본 영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작년에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입니다. 흑백영화에 조선시대가 배경인 이 영화는 신유박해때 흑산도로 유배를 가고 평생 그곳에서 나오지 못했던 정약전의 유배생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강진으로 유배를 갔던 아우 정약용의 삶은 많이 조명된 반면, 정약전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자산어보>라는 책을 쓴 것은 더더욱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이렇게 영화가 나와서 참 반가웠습니다.


<자산어보> 서문에 보면 ‘섬에 장창대張昌大라는 사람이 있어 손님을 사양한 채 독실히 옛 서적을 좋아하였다. 또한 직접 듣거나 본 풀과 나무, 새와 물고기는 모두 자세 히 살피고 깊이 생각하여 그 생리를 알았으므로, 그의 말은 믿을 만하였다'라는 부분을 보고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창대라는 사람과 정약용의 <자산어보> 기록 과정을 영화로 담아보려 했지요.


수많은 정치적 서적을 기록했던 정약용도 그랬지만 흑산이라는 아무것도 없는 섬으로 가서도 평생을 바쳐 책을 완성한 정약전을 보며 참 대단한 형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방향은 서로 다르지만 학문의 깊이와 방향이 제 고정관념 속의 조선 선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정약전의 흑산 생활을 영화를 통해 복기하며 공부에 대해 두 가지 포인트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공부의 시작점입니다. 흑산도까지 귀향을 가고 출세길도 끊긴 상황에서 정약전은 흑산의 물고기들을 연구하고 분류하여 어류백과를 써내려 갑니다. 명민한 사람이 흑산에서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곳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것을 깊이 연구하는 것에 집중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실학의 힘이자, 평생 배운 성리학에 머무르지 않고 탐구하려는 정약전의 의지가 결합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공부의 쓰임입니다. 정약전이 어류 백과를 쓰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각 어류들의 특징을 알고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많은 어업 종사자들에게 널리 퍼지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즉, 그의 연구는 자신의 소일거리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연구의 성과를 자신의 삶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자산어보는 흑백영화지만 마지막 정약전의 죽음 후 영화에서 제자로 나오는 창대가 벼슬을 하다 실패하고 오래 연락이 끊긴 스승의 편지를 받고 다시 흑산으로 가는 장면은 갑자기 먹이 번지듯 선명한 컬러로 바뀝니다. 검은 ‘흑’산도처럼 흑백 화면이 계속되다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 생명이 가득한 컬러의 자산이 되는 과정을 영화적 연출을 통해 보여줄 때는 그의 부재가 더욱 아프게 느껴지면서 앞으로의 삶에서 그를 본받을 부분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요즘 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이것을 잘 정리하고 연결하고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며, 다른 사람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시각으로 일을 다시 점검해 볼 생각입니다. 저의 시간들이 더 많은 세상을 품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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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4 07:18:23 *.52.254.20

절망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새롭게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희망과 회복 탄력성이라는 개념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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