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08년 11월 5일 11시 23분 등록

‘아~항’

난 또 한잠을 늘씬 자고 일어났다.

그리곤 좀 심심해서 무언가를 시작할까 생각 중이다.

미술관엘 갈까?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다.

왜냐구? 거기엔 아주 재미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암 그렇고 말고, 미술관엔 아주 재미난 이야기들이 득시글 거린다. 사실, 나 초록 고양이, 처음부터 미술관에 드나드는 것에 재미를 느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 처음에는 이상한 인간들이 웃기는 행동들을 하는 것 처럼 보였지. 그게 말이지 어느 날이었어. 심심해서 산책을 했는데 사람들이 죄다 어느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어. 궁금해서 슬쩍 따라 붙은 거지. 그랬더니 새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방이 하나 나오더군. 쳇, 병원도 아니구 말이야 벽이 새하앴어. 거기다가 ‘작품’이란 것들을 늘어 두고서는 사람들이 ‘감상’이란 것을 하고 있더군. 그래서 그들을 보고 내가 이렇게 생각했지.

 

‘뭐하는 거지? 이 사람들. 아이들 장난처럼 그림을 그려 놓고 재미있다고 보고 있네. 어 저사람 봐라. 저사람들은 심각한데. 암튼 인간들은 이상해. 고양이 머리로는 대체 이해가 안 간단 말이지.’

 

그런데도 왜 계속 갤러리들을 돌아 다녔나구? 사실은 말이야. 처음엔 심심해서 저 동네는 뭐하는 동네지 하는 심정이었고, 그 다음엔 그 맛난 초콜렛과 쿠키들 때문이었어. 쉿,에구구, 이건 참 내가 비밀로 할려구 한 건데 말이야. 미술 전시들은 주로 금요일에 시작을 해.금요일 오후 느지막히 갤러리들을 돌아 다니다 보면 새로 개관하는 전시 오프닝이 있거든. 거기 가면 반드시 초콜렛, 쿠키, 꿀떡들이 있지. 다들 내가 좋아 하는 것들이야. 처음엔 그것들 때문에 거기 그 거리를 다녔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어.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그 초콜렛이나 쿠키도 좋지만 다른 재미난 이야기들 때문에 가는 거야. 그렇게 되어 버렸어. 그 ‘작품’이라는 것들이 말이지 참 재미난 이야기들이라는 사실을 알아 버렸거든. 나는 그 작품들을 들여다 보면서 인간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어. 인간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 때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감정들을 가지고 작품들을 만들기도 하지. 그 이야기들이 얼마나 재미난 이야기인 줄은 아마 모르는 고양이 들은 진짜 모를 거야. 암튼, 난 그 재미 때문에 배깔고 누워서 빈둥빈둥 그냥 하루를 보내는 것을 포기하게 된 거지. 빈둥빈둥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난 일들이 세상에 너무 많이 있거든.

 

뭐라구? 그림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게 너무 내 맘대로가 아니냐구?

 

글쎄, 그러라구 작품이라는 것을 만들어 둔 거 아닌가? 내가 알기로는 사람들은 말이지 너무 어려운 동물들이야. 생각이 너무 많다는 말이지. 뭐든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매우 어렵게 받아들여. 작품이란 것을 볼 때도 마찬가지야. 그 작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어떤 사조에 속하고, 어떤 의도로 만들어져 있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런 게 중요하단 말이지. 그래서 나처럼 쉽게 갤러리에 들락거리지를 못하는 거야.

 

사조니, 의도니, 목적이니 그런 것도 다들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구분 아닌가? 난 말이지 고양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건 별로 중요치 않다고 생각해. 그리고 가만히 그 작품들의 감성을 따라 가서 그대로 느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내 이야기도 아마 그렇게 진행이 될 거야. 내가 맘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될 거라구. 아마 그게 작가가 의도를 했는지 그렇지 않는지도  모를 이야기일 것이고, 나 초록 고양이의 이야기인지 작가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우리 동네 아줌마 이야기인지 구분이 안 갈지로 몰라.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그냥 내 이야기를 ‘웃기는 고양이로군’ 하면서 들어 줬으면 좋겠어. 그러고 나서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면 더 좋겠지.

 

‘쳇, 그림, 초록 고양이도 보는 데 내가 왜 못 보겠어?’

 

그럼, 이제 준비 됐나?

, 그럼 이제 출발하자구. 초록 고양이의 그림 세상으로.

IP *.152.239.217

프로필 이미지
구라쟁이
2008.11.05 11:25:56 *.152.239.217

칼을 뽑아 들었으니 무라도 잘라야하지 않겠습니까? 유치한 버전으로 한 번 바꿔 봤으니 피드백 바랍니다.
이 고양이 갤러리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필 받아서 초록색으로 염색했습니다...ㅋㅋㅋㅋㅋ

프로필 이미지
정산
2008.11.12 10:59:56 *.148.14.122

ㅎㅎㅎ, 재우가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구나. 유치바이러스.  괜찮은 생각이야.
서문 다음에 들어가기로 쓰면  좋은 글일 것 같네.

한가지 덧붙이면, 있는 그대로 느끼라는, 그냥 느끼는대로 받아들이라는 후반 부분이 좀 더 보강되면 좋겠다.
좀 무게있는 사람의 인용을 넣던지, 아니면 그래야 하는 이유를 좀 더 설명하던지...
여하튼 구라쟁이 말 대로 확 땡겨드는 느낌, 정말 출발해보고픈 느낌이 들도록 말이지.

내가 그림에 문외한인거 알지? 
자~ 나도 이제 한번 따라가 볼테니. 출발 해봐라.
안전벨트 메고, 가자!! 그림세상 속으로... 구라야 운전 잘해라! ㅎㅎㅎ

프로필 이미지
구라
2008.11.12 23:20:09 *.129.197.161

진정한 4기 에너자이저는 정산 오라버니십니다. 다들 힘떨어졌을 때에도 꼬박꼬박 좋은 글을 남겨 주시고 말입니다.
충고 새겨 듣습니다. 뒷편에선 좀 조심해서 앉아계셔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좀 거칠어서요 운전도 좀 고치게 할 지도 모릅니다. 안전벨트 단단히 매고 기다리시길...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72 [29] 이제 막 철든 선배가 후배에게(2) [1] 현웅 2008.11.08 3546
871 [27] To.소심당9 - [우화]소심의 유래 #2 [1] 양재우 2008.11.06 3315
» [25] 나, 그림 보는 초록 고양이의 고백 [3] 구라현정 2008.11.05 4368
869 [25] 그대에게 던지는 질문들 (2) 최지환 2008.11.03 3653
868 (28) 르노 파발디 (3) [3] 蘇隱 2008.11.01 3697
867 (27) 르노 파발디 (2) file 蘇隱 2008.10.30 3537
866 (26) 르노 파발디 (1) 蘇隱 2008.10.29 3088
865 [화실일기] 그때 그 말씀이... [3] 한정화 2008.10.29 3559
864 [26] To.소심당8 - [우화]소심의 유래 #1 file 양재우 2008.10.29 4710
863 [28] 이제 철 든 선배가 후배에게 [3] 현웅 2008.10.29 3508
862 <꽃피는 나무 -그리움> 목련꽃엔 그늘이 지지 않는다. file [4] 이은미 2008.10.27 16691
861 [26] 시련극복 5. 아버지로부터 온 편지 [5] 2008.10.27 1901
860 [27] 실업계고교 문제(1) [3] 현웅 2008.10.27 3741
859 [24] 신의와 의신 file [3] 현정 2008.10.27 3809
858 [25] 반토막 난 주식, 두토막 난 가정_2008년 어느 가을날 우리 사회의 모습 [3] 정산 2008.10.26 3314
857 [26] 욕심과 선택 [3] 2008.10.26 3332
856 [24] 그대에게 던지는 질문들 (1) [2] 최지환 2008.10.26 3291
855 (25) 어떤 모닝페이저의 자신과의 데이트 [4] 소은 2008.10.25 3953
854 [25] To.소심당7 - 주변소화(周邊小話) #2 [3] 양재우 2008.10.24 3428
853 <꽃피는 나무 > 哀 복사꽃 붉게 피어날때... file [4] 이은미 2008.10.23 14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