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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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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6일 05시 51분 등록


소심의 유래 2

갓(God, 神)의 갖은 협박과 회유(?)를 받은 호모 트리미우스(Homo Trimius)들은 젖과 꿀이 묻혀있는 땅인 젓갈땅으로 내려와서 신접살림을 차리게 되었어. 가까운 동굴에 얼마 안되는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청소를 하고, 잠자리며 누울 곳을 손 본 후 숨을 돌리려는 찰나, 그들은 그제서야 서로에 대해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 마치 결혼식에 바빠 서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다가, 신혼여행지 호텔방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서로를 제대로 볼 수 있듯이 말야... 근데 말야... 그러니 당근 두 사람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겠지? 음... 뭐랄까, 순식간에 두 눈이 아니, 네 눈(2×2)이 반쯤 풀려 버렸다고 해야할까? 나뭇잎 한 장, 메모지 한 장, 제일 작은 사이즈의 포스트 잇 한 조각도 몸에 붙이지 않은, 막 잡은 생선 날뛰듯이 싱싱함이 살아 넘치는,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벌거벗은 몸.... 게다가 완벽한 얼굴과 지성미, 조각같은 몸매의 소유자들이니 서로 바라보고만 있어도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지경이었겠지?(근데 왜 나도 침이 꿀꺽꿀꺽 넘어가는거지? ^^) 그들은 곧바로 후손을 만들기 위한 Biological Workshop(생물학적 작업)에 착수하였데. 몇 날 몇일을 잠도, 밥도 모두 물리친 채 신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한거지. 종족쪽수 늘리기의 본능이라고 해야하나? 우연히 동굴을 지나가던 곰이 그들의 열정적이며, 신들린(?) 작업을 보고는 한마디 하고 지나갔데.

“짐승들...............”

그들이 종족쪽수 늘리기 작업에 피와 땀을 흘릴 정도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 몇 달 후에 남녀 쌍둥이가 태어났는데, 베이비들 또한 날 때부터 오똑한 코와 크고 시원한 눈, 그리고 긴 다리와 KING자(字)가 새겨진 복근(이건 아무리 우화래도 쫌 심했나? 뭐... 그래도... 이그, 걍~대충 읽어... ㅋ)까지 완벽하기 이를데 없었데. 게다가 낳자마자 말을 어찌나 논리적으로 하는지, 그들의 신혼 부모(?) 또한 당할 재간이 없었데. 그야말로 금상첨다이아(錦上添Diamond), 완벽 위에 초완벽(超完璧)을 얹은 셈이지. 이 베이비들은 다시 몇 달 뒤에 훌쩍 성장한 후 부모들이 한 것처럼 종족 늘리기 작업에 착수하게 되니, 이때부터는 부모가 낳고 베이비들도 낳고, 서로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종족의 쪽수를 늘려가니 그 수는 몇 년 되지 않아 호모 트리미우스 종족들로 그득그득하게 되었다는거야.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이 낳은 그 종족들의 왕과 왕비 그리고 왕자와 공주가 되었고, 이 나라의 이름을 트리미 왕국(Kingdom of Trimi)라 부르게 되었데. 감동적이지? 트리미 킹덤... ㅋ

트리미 왕국에서는 갓이 처음 의도한 대로 판도라의 상자에서 쏟아져 나왔던 슬픔, 질병, 가난, 전쟁, 시기, 증오와 같은 온갖 악(惡)이 아예 없었데. 또한 인간들 자체가 워낙 완벽했기 때문에 부족함이 없었고, 물질적이나 정신적으로 더 채워야 할 필요성이나 다른 것을 갖고 싶어하는 질투와 같은 개념도 아예 첨부터 존재하지 않았어. 완벽한 인간들의 왕국이 세워진거지. 게다가 트리미 왕국의 왕은 혹시나 빈부의 격차, 사상의 차이 등에 의해 생길지 모를 악의 씨앗을 처음부터 봉쇄하기 위해 종족 전체에 평등과 함께 모든 것을 같이 공유하고 나누는 공동체를 모토로 내세웠어. 즉, 공동 재산을 기본으로 한 삶의 평등을 구현한거지. 그리하여 트리미 왕국이란 완벽한 사회주의 국가가 이 땅위에 세워진거야. 이 개념을 먼 훗날, 프랑스의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란 사람이 본따서(?) 하이퍼 제국, 하이퍼 민주주의라고 불렀다지, 아마도? 함 바바. 내 말이 틀린가..

하이퍼 민주주의가 집단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인류 공동의 재산은 거대함이나 부, 행복이 아니라 삶을 가능하게 하며 삶에 존엄성을 부여하는 모든 요소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후, 공기, 자유, 민주주의, 문화, 언어, 지식 등의 모든 요소가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불려 마땅하다. <미래의 물결 中, 자크 아탈리>

트리미 왕국이 자리잡은 이후 갓은 본격적으로 젓갈땅 반대편에 살고 있던 인간들--악에 물들어 질투하고 시기하며, 음해하고 전쟁을 일으켜 서로를 죽이기를 일삼던--을 쓸어 버리기로 마음 먹게 되지. 그러나 쓰레기라고 여기던 인간 중에서도 ‘정신 줄은 놓지 말아’란 특이한 이름의 남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온갖 더러움의 세상 속에서도 갓을 믿고 섬기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성황당에서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를 올릴 정도로 강력한 믿음의 내공을 구사하고 있었지. 그런 그 만큼은 갓도 살리고 싶었어. 그래서 그가 곤히 잠들어 있을 때 그의 꿈에 나타나게 되어, 소위 예언을 하게 되지.

‘펑~!!’

“에구, 깜딱이야~!! 애 떨어질 뻔 했네~!! 거기 누..구?”

“ ‘정신 줄은 놓지 말아’야~!! 거기 있는게 정녕 너이드냐?” 갓이 말했지.

“에구구구머니나... 설마... 우리 갓님? 아 나의 사랑 갓님(Oh my God~!!) 진실로 갓님이시니이까?”

"그렇다.. 네가 진정 우러러마지 않는 너의 갓님(Oh your God~!!)이시다.. 허허허~!!“ 갓은 흐믓해했어.

“에이~ 설마.. 이제 갓님을 모신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나타나요? 그래도 지극정성 몇 년은 되야지 거 뭣이냐.. 스토리텔링이 되는거 아니에요? 네? 네? 그리고 말야..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정이 그렇다면 내게 갓님의 증거를 보여줘바바여~!! 그럼 믿을께여, 네,네,네?”

“ ‘정신 줄은 놓지 말아’야.. 이 대목에서 정신 줄 놓을래? 왜 너의 부모가 네게 그런 이름을 지어준 줄 아니? 바로 이럴 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지어준거다, 앙?!!” 신은 노여워했지.

그러자 역시 부모에게 훈련이 잘 된 ‘정신 줄은 놓지 말아’는 바로 저자세(低姿勢)로 들어갔어.

“호우호우호우.....화(好雨好友好寓.....話)...(웃음 소리가 영~ㅋ...) 살짜꿍 농담한 거 가지고 까칠해 지시긴.. 이래서 내가 우리 갓님을 좋아한다니까~!! 캬캬캬~!!”

“........................”

갓은 순간 심각하게 고민했어. 이런 넘을 살려야 되, 말아야 되.... 하지만 자신을 유일하게 섬기는 이 넘... 얼마 안되는 옛정이라도 생각해서.... 특별히... 안락사(安樂死)를?? 그러나 갓은 곧 마음을 곧추 잡았어. 그리고 갓에게 말했지.

“ ‘정신 줄은 놓지 말아’야~!! 네가 살고 있는 이 인간들의 세상은 이제 악으로 가득차 더 이상 눈 뜨고 보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난 이 곳을 학~ 쓸어버리려 작정했다. 앞으로 일주일 후부터 이 곳에만 국지성(局地性) 호우(豪雨)가 내리기 시작할꺼다. 그리고 일주일간 끊임없이 비가 쏟아져 이 곳을 다 덮게 될 것이다. 넌 가장 높은 산위로 올라가거라. 거기에 네가 머무를 수 있는 큰 배를 만들거라. 그리고 숨어 있거라. 다시 일주일 후 세상을 덮은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넌 새로운 세상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거라. 알겠느냐?”

“네? 넘 빨리 말씀하셔서 못 받아 적었어요. 다시 함 리바이벌 해주심 안될까여? 네,네? 아 나의 갓님(오마이갓)?”

“.................................(휴~~~ 마음 바뀌기 전에 뜨자....)..................................”

‘펑~!!!’

“갓님, 갓님~!!! 이렇게 가버리시면 간님이네... 흑흑흑.... 간님, 아니 갓님....”

애절한 ‘정신 줄은 놓지 말아’의 울음은 한동안 계속되었다고 해... 아, 웬지 가슴 뭉클하다... 그치?



[3부에 계속]

IP *.178.3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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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11.12 10:30:03 *.148.14.122

'정신 줄은 놓지 말고'  읽어야지, 안그러면 스토리 놓치겠다.
웃음소리 하나에도 재미를 부여하는 걸 보니, 대충 쓰는 글이 아닌 것 같구나.
3부에선 배만드는 얘기가 나오려나? 아니면 또 다른 반전이?....
여하튼 3부 얼릉 풀어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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