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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9일 07시 49분 등록
세상의 모든 불행은 홀로 조용하게 자신의 방에 앉아 있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 파스칼 

지난 주 수요편지에서 정신력을 채우려면 다른 활동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죠. 지쳤으면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건데요.  휴식은 옵션이 아닙니다. 필수죠.  프랑스의 정치가 폴 라파르그는 진정한 휴식의 교본은 신이라고 말했습니다. 신께서는 엿새 동안 세상을 창조하고 나서, 영원토록 쉬고 계시죠. 

휴식은 단지 일을 하지 않는 상태를 말하지 않습니다. 충전, 즉 리프레시가 휴식의 목적이죠.  휴식은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쌓였던 긴장을 풀어내는 것입니다.

삶에 치이고 머리에 쌓인게 많은 사람들의 쉬는 활동에는 강박이 스며 있습니다. '힘드니까 쉬어야만해'가 되는 겁니다. 주말이나 짧은 휴가에는 강박이 더 잘 작용하죠. 누구든 한번쯤은 치과치료를 받아보셨을 겁니다. 진료침대에 누워서 입을 벌리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몸이 긴장됩니다. 강박적으로 휴식을 취하려고 하는 것은 치과 치료를 받으면서 몸의 긴장을 풀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몸을 이완하고 편하게 누워있으려고 애쓰지만 어떻던가요? 치과의사가 입안을 헤집고 다니는 동안, 잔뜩 몸에 들어간 긴장은 잘 풀리지 않죠.

"쉬어야 해", 긴장을 풀고 재충전을 해야만 한다라는 마음은 강박입니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강박이죠.  휴식의 반대말은 일이 아닙니다. 휴식의 반대는 강박입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도 강박에 사로잡혀 있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말처럼 쉬운게 아니죠. 치과치료를 받으면서 이완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말이죠.

현대인들은 과거의 사람들보다 더더욱 강박증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과 너무 빠른 것들에 우리는 둘러 싸여 있습니다. 시간을 절약하는 기술을 발명했지만, 정작 우리에게 시간은 점점 더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자동면도기의 악순환이라는 이야기가 있죠. 내가 빠르게 면도하는 것은 시간을 절약해 자동면도기를 발명하려는 건데, 이로써 더욱 많은 시간이 생기면 그보다 더 성능 좋은 면도기를 발명할 것이고, 그럼 더 빨리 면도를 할 수 있을테니, 더 빠른 면도기를 발명할 수 있게 된다는 건데요. 이게 계속 반복되는 거죠. 무엇인가 빠르게 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가 주어지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삶의 지혜일 겁니다. 도끼로 나무를 베다가 전동톱이 생기면,  나무 한 그루 벨 것을 두 그루 베는 것이 인간의 욕심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후딱 한 그루 베고 남는 시간에 편하게 쉬든지, 신나게 놀아야죠.

어떻게 하면 잘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요? '잘'이라는 것 역시 강박이죠^^;
생각을 놓아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하는 대표적인 것들이 명상, 운동, 취미 등등이죠. 명상은 어떤 대상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텅 비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쇼 라즈니쉬는 마음이 개입되지 않은 의식, 사념 없는 의식, 물결 하나 없이 고요한 의식이 명상의 전부라고 말합니다. 명상은 집중이 아닙니다. 집중 안에는 '집중하는 자기'가 있고, '집중되는 대상'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원적인 대립이 생깁니다. 명상에는 주체도 없고 밖에 있는 객체도 없습니다. 오쇼는 이를 비어있는 충만함이라고 말합니다. 텅 비어 있는데, 충만하다라는 것 - 이것이 명상 뿐만 아니라 진정한 평온함의 근본이 아닌가 싶네요

오쇼가 말하는 그런 고고한 경지에 올라야만 진정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가지 대상에 집중함으로써 온전한 휴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운동에 빠지고 취미를 즐기는거죠. 집중함으로써 다른 모든 것들을 잊는 것도 마음을 비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그 시간 안에 온전히 존재하는 거죠. 이 역시 충만합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과학사회학자 헬가 노보트니 교수는 휴식이란 밀도 있는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단 한가지에 집중함으로써 밀도 있는 시간을 만들어내고 그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거죠. 이런 순간은 시간적으로 몇 시간 혹은 며칠까지도 확장될 수 있다고 노보트니 교수는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시간의 일체감입니다.

쌀쌀한 날씨에 감기, 코로나 조심하시고, 일상과 휴식 모두 충만한 하루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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