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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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는 인재를 뽑을 때 “I may be wrong(내가 틀리수도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고 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힘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이는 ‘자기객관화’로 귀결된다.
보기 싫은 것도 볼 수 있어야
로마의 정치인이자 뛰어난 장수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평생동안 깊이 새겼던 신조가 있다고 한다. "보기싫은 것도 볼수 있어야 한다"
보기 싫은 것도 보는 능력은 대상을 거리를 두고 보는 능력에 바탕을 둔다. 거리를 두고 사물을 볼 때 다각도로 보이고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할 때 자기객관화도 가능해진다. 자기객관화는 나를 남처럼, 제 3자의 눈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나에게 매몰돼 있지 않으므로, 자신과 세상을 인식하는 시야가 넓다. 이런 넓은 시야에서 보면,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알게 되고 나의 한계를 파악하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
자기객관화가 되지 않으면, 자신만의 생각에 빠지게 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된다. 자기주관적으로, 나의 좁디좁은 시야로 살아가게 된다. 인간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려는 속성이 있다. 때문에 자기에게 치우쳐져 생각하기 쉽고, 내가 좋아하고 나와 비슷한 것만을 접하기 쉽다. 자기주관화에 능하고, 자기객관화가 어려운 이유다.
남의 불행에는 담담하지만 내 불행은 아주 작은 것도 힘들다. 거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20세기 발명왕으로 꼽히는 토머스 에디슨이 자신의 연구실이 홀라당 불탔을때 보인 태도는 그가 얼마나 객관화가 잘 되어있는지를 보여준다. 연구실에 화재가 나 10년간의 연구물이 불에 타는 것을 지켜보며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발을 동동 굴렸는데 정작 에디슨은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이참에 쓰레기를 깨끗이 치울 수 있게 됐어. ”
유튜브를 하면 알고리즘에 의해 비슷한 영상들을 주로 보게 되는데 그러면 마치 내가 믿는 대로 세상이 흘러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에코챔버 효과 echo chamber effect'라고 한다. 비슷한 성향이나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소통하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견해나 신념이 더 강화되는 현상이다. 에코챔버는 녹음할 때 인공으로 메아리를 만들어내는 방인데, 에코챔버에 갇힌 것처럼 비슷한 생각과 의견만 메아리처럼 반복되면 거기에 고착되며 그것만이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점점 치우친 정보를 얻게 되고 시야는 계속해서 좁아진다. 자기 생각에 빠지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못하면 객관화가 어려워진다.
지금처럼 가치와 시스템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는 더욱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자기객관화를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자기객관화를 기르는 방법
1. 거리를 두고 보는 눈 기르기
전체 판을 읽어내려면 먼저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한다. 바둑도 옆에서 보며 훈수 두는 사람이 판의 흐름을 더 잘 읽는다. 참가자는 승리를 생각하느라 시야가 좁아지지만, 곁에서 구경할 때는 시야가 넓어져 전체를 관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제 3자가 되어 자신을 심오하게 보는 연습을 '테오리아 Theoria'라고 불렀다. 테오리아는 자체가 '관조하다, 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이론'을 뜻하는 영어 Theory의 어원이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을 제 3자가 되어 관찰하는 행위를 최고의 삶으로 여길 정도로 높이 쳤다.
이를 '헬리콥터 시각'이라고도 부른다. 망원경을 가지고 멀리서 자기를 내려다보는 능력이 자신을 마치 헬리콥터에 탄 것처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아서. 마치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보듯, 나와 거리를 두고 보는 훈련이다. 거리가 생기면 시야가 확, 넓혀진다. 이는 타고난다기보다 길러지는 것이다.
2.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괴테는 “자기를 실제 보다 더 크게 보는 것과 자기의 진정한 가치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실패"라고 했다. 자신을 너무 과하게 평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실제보다 부족하게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전자는 자만과 오만으로 이어지고 후자는 자기비하로 이어진다. 어느 쪽도 건강하지 않다. 중요한 건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느냐다. 제대로라는 말에는 ‘본래 상태 그대로’의 의미가 있다. 본래 상태 그대로라는 건 내 안의 다면적인 속성이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좋은 점, 멋진 점과 같은 힘만 인정하는게 아니라 나의 모자란 점, 보기싫은 점과 같은 한계 역시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게 카이사르가 말한 ‘보기 싫은 것도 볼 수 있는 능력’과 맞물린다.
자신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데 좋은 방법이 있다. 이종격투기 개척자인 프랭크 샴락은 ‘플러스, 마이너스, 이퀄’이라는 자기만의 훈련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기보다 기량이 나은 사람, 자기가 가르칠 수 있는 사람, 기량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훈련하는 것이다. 이러면 다양한 각도에서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할 수 있다. 삼략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스스로를 망가뜨린다”며 “무술인이라면 늘 배우고자 하는 겸손이 몸에 배어있어야 하고,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오만한 사람은 배우지 못한다. 라이언 홀리데이는 자신의 책 <에고라는 적>에서 “배움의 과정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에 대해 품고있는 잘못된 환상을 찾아내 깨부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적었다.
지혜는 자기객관화에서 나온다
심리학자 에릭슨은 자아통합을 잘 이루면 지혜를 얻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지혜를 ‘죽음을 앞두고 삶에 대해 거리를 둔 객관적 관심’이라고 보았는데, 다시 말하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본질적으로 오류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항상 더 정확한 지식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가짐이다. 나이가 든다고 지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통합을 이룬 사람만이 지혜를 갖는다. 자아통합은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것에서 비롯되며, 이는 스스로에게 거리를 둘 줄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필요한 건, 자신을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볼 수 있는 능력이다. 거리를 두면 시야가 넓어지고, 그럴 때 나와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능력도 생긴다. 이렇게 자기객관화가 되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틈이 생긴다. 그러면 기존의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종국엔 내가 바라는 삶, 내가 어떻게 살아야 겠다는 방향성도 생긴다.
※참고
책 <에고라는 적>, 라이언 홀리데이, 흐름출판, 2017
칼럼 "자신을 남처럼 바라본다"…자기 객관화 해야 인생의 지혜가 생긴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2021. 06. 02 글로벌이코노믹
아마도 숙련된 선수를 가르치는 데 가장 난제가 되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자기만의 방식이 있어야 하면서도 폐쇄적이지 않아야 하는 그런 점 말입니다. 자신의 최고의 득점원인 주기술에 대한 대응을 상대가 더 잘 해서 실점하게 되는 경우가 이런 경우겠지요 ... 이럴 때 한 걸음 물러서서 더 넓은 시야로 생각의 폭을 재 조정하고 구체적으로 대응 행동과 그 범위를 수정해서 대응해야 하거든요... 저는 그렇게 말합니다. " (잘하고) 익숙한 방법이 아닌 (서툴더라도) 이길 수 있는 방법으로 대응한다." 라고...
=> 그리고 그렇게 사고의 범주를 넓히면 그 다음으로 저희는 실제로 훈련합니다. 그래서 실전에서 구체적인 방법으로 적응할 수 있는 대안 연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오픈 초점 = 열린 주의집중 이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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