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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8일 15시 32분 등록

 지난주 마음 편지에서 잠깐 이야기했듯, 저는 지난 일요일에 일본어 능력 시험을 봤습니다. 사실 시험 결과가 나오면 다시 마음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험 결과가 나오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중간 공유를 한 번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격리 기간 중 컨디션이 좀 회복되고 나서부터 저는 긴 격리 기간을 보내기 위한 하나의 유흥으로 일본어 단어와 문법들을 외웠습니다. 최신식 공부법과는 거리가 먼, 아주 오래된 공부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시험 교재를 한 권 사서 작은 수첩에 단어와 문법들을 적고, 큰 연습장에다 계속 반복해서 써보고, 기출문제를 계속해서 풀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본 JLPT 3급 시험은 어휘, 문법, 듣기 총 세 과목이 각 60점으로 총 180점 만점인 시험입니다. 이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통과해야 합니다. 하나는 시험에서 취득한 점수의 총합이 180점 중 95점 이상 되어야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각 과목별로 20점을 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어휘나 문법만 공부하고 듣기는 버린다든가 해버리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점수상으로는 대략 반타작을 조금 넘기면 자격을 딸 수 있는 것이니 굉장히 높은 허들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험의 난이도나 찍기 결과에 따라 변수가 커지니 최대한 넓은 범위를 공부해놓으면 한 만큼 바로 엄청난 전력이 되기 때문에 공부를 쉬거나 딴짓을 하는데 심적 부담이 컸습니다.


 심지어 JLPT 3급을 신청하게 된 것은 취미의 연장선이었습니다. 반드시 자격증을 따야 하는 당위성이 약하다 보니 벼락치기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자막 없이 일본어 본래의 대사를 느껴보고 싶다든가, 다음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더 자연스럽게 관광을 다니고 싶다든가, 기회가 되면 현지인들과 짧은 대화도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취미 외에 업무적으로나 추가적인 경력을 쌓기에는 제한이 많은 언어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잘 구사할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작은 증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코로나 확진 이후 일주일 만에 바깥에 나가니 며칠 만에 날이 많이 추워졌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시험을 본 곳은 집 근처의 중학교였는데, 참 오래간만에 학교란 곳을 가니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의자의 재질이나 칠판의 형태 같은 것은 좀 달라졌지만, 큰 칠판이 교실 전면에 있고 책걸상이 줄을 지어 놓여있으며, 콘크리트로 만든 추운 복도같이 큰 틀은 너무도 학창 시절의 학교 그 자체여서 그리운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화장실 세면대에서 뜨거운 물이 나온다든지, 교실마다 태블릿 등을 대량으로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가 있다든지 하는 부분은 개선된 부분이어서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시험은 한시 반부터 시작해서 네시 반에 끝났습니다. 중간에 쉬는 시간도 넉넉하게 있고 준비해 갔던 따뜻한 차와 간식을 마시고 먹으며 집중해서 시험을 다 풀고 났더니 세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남편과 저녁을 먹고 집에 오자마자 소파에서 잠들었는데 눈을 뜨니 다섯 시간쯤 푹 잤습니다. 전사의 휴식처럼 이렇게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감각이었습니다.


 시험의 결과가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혹시 떨어진다고 해도 저는 코로나를 앓았던 사람이니 아주 적절한 핑곗거리가 있습니다. 또한 열공의 덕택으로 이제 어지간한 애니메이션 대사는 알아듣게 되었으니 공부의 목적은 상당히 달성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험과는 상관없이 살고 있는 직장인이지만, 이렇게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공부를 하고 레벨 업을 하는 경험은 나이에 상관없이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자극이 부족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되신다면 그리 어렵지 않은 시험을 준비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부수적으로 성취를 얻을 수도 있고, 공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의 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니까요.

IP *.143.2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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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8 15:55:00 *.97.92.57

저는 아들이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일본어 하나 밖에 없어서 일본을 구경시켜준 기억이 나네요.
아들이 숫기가 없어서 제가 6개월 동안 일본어 공부를 해서 아들을 데리고 도쿄, 요코하마 등을 데리고 다니면서 실전 일어를 해본 기억이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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