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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9일 18시 41분 등록


 자신의 실수를 떠올리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는 온전한 인간으로 발전할 수 없다. 우리의 ‘부서진 돌판’ 즉 부정적인 경험을 간직하지 않는 한, 우리는 그것을 반복하지 않고 긍정적인 경험으로 나아갈 방법을 알 수 없다.
- <원전에 가장 가까운 탈무드 중에서>


 새해를 맞아 탈무드를 읽고 있습니다. 마음의 부채처럼 남아있던 탈무드 읽기가 새로운 해의 새로운 기운과 만나자 마음에 스며들 듯 들어오고 있습니다. 위에 인용한 내용은 최근에 가장 감명 깊게 읽은 구절입니다.


 사실 탈무드와의 인연은 그전에도 심심찮게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셨던 <할아버지의 기도>도 할아버지가 랍비였던 유대교 의사선생님의 에세이였으니, 아무래도 유대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교리가 일부 담겨 있었습니다. 그때 에세이를 읽으면서 저는 모르는 종교적 규율들이 간단하게 나오면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지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충동적으로 탈무드를 좀 더 본격적으로 설명해둔 책을 사두었다가 이제서야 읽어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의 기도>에 나오는 주인공이 소녀였을 때, 할아버지께서 ‘네 안에는 미니 안 10명이 모여있단다’라는 엄청나게 큰 축복을 해주셨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니 안이란, 유대교 회당에서 공적으로 예배를 드릴 때 필요한 성인 남자의 최소 숫자를 일컫는데, 최소 10명이라고 합니다. 즉,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네가 기도를 한다면 신이 들어준다’는 엄청나게 큰 축복을 내려준 거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배경지식들을 좀 더 자세히 알고 나니 그동안 간접적으로 들어왔던 일화들이 더욱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마 조금씩 제가 탈무드를 읽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아무튼 탈무드를 며칠에 걸쳐 읽으면서 예전에 있었던 일들도 생각나고, 혼자 어쩌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던 질문들도 많이 나오고 있어서 흡족하게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차원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아주 즐겁습니다.

제가 앞서 인용한 문장을 오늘의 마음 편지로 정한 이유는 얼마 전에 제20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20대 때는 감정 기복도 심하고, 내키는 대로 하고 살았던 여지가 훨씬 커서 지금 생각해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로 매끄럽게 여러 상황들에 대처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회사에서 만나는 관계보다 훨씬 더 넓고 자유롭고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관계들 사이에서 다른 사람들의 사정이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도 운신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들이 갑자기 몇 가지 떠오르고 조금 괴로워졌습니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든가 ‘그때 이런 말을 했어야 했다’든가 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며칠 뒤 읽었던 부서진 돌판 문장은 저에게 실수 그 자체보다 그것에서 제가 무엇을 배웠는지에 더 집중하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30대 중후반인 저는, 나이도 들고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해 성격이 좀 차분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배경에는 경험에 의해 확신하게 된 여러 가지 배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관찰이나 논리도 학습이 상대적으로 많이 되어서 조금은 나아진 인간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인용한 구절의 전체는 ‘돌판과 깨어진 돌판은 모두 같은 궤에 있다’입니다. 성공뿐 아니라 실패를 통한 배움에서도 인간은 배우는 것이 있다는 뜻이며, 우리에게는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몰라서 실패하기도 하지만, 실패해 봐야 성공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구정 연휴에 두 번째 설날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부디 새해에는 아직 모르는 것을 더 잘 알게 되는 실수를 하게 되길, 그리고 더 깊은 인간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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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5 23:30:04 *.169.230.150

그래서 현재 속에는 늘 과거와 미래가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는 멈추어 있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현재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거울 삼아 존재할 때 비람직하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경험을 통한 예측과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들이 현재의 움직임 속에 의도와 행동으로 포함되어 실행되어 진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이글을 통해서 배운 것은 깨어진 돌판인지 안 깨어진 돌판인지가 아니라 그 성공과 실패가 미래라는 목표 공략을 위한 전제 아래에서  현재의 나의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오래전에 이글을 읽었다면 훨씬 더 많은 시행착오를 줄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올 해는 그렇게 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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