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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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건
믿을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김남조 시인의 <너를 위하여>라는 시입니다.
여기서 '너'라는 존재가 자신이 목숨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목숨보다도 사랑하는 그 사람... 연인이 될 수도 있고 부모가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부모인 사람들에게 그 존재는 자식인 경우가 보편적이겠죠.
신라 시대에 있었던 일입니다. 한 청년이 자기 집 동쪽 시냇가에서 놀다가 수달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잡은 수달을 죽여서 살을 발라내고 뼈는 동산에다 버렸습니다. 청년이 다음날 아침에 보니, 수달의 뼈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청년은 핏자국을 따라 가보았습니다. 핏자국은 조그만 동굴 앞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뼈는 제 굴로 돌아와 새끼 다섯 마리를 안은 채로 쭈그리고 있었습니다. 청년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놀라움에 자리를 떠날수 없었습니다. 깊이 탄식하던 청년은 문득 속세를 버리고 출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출가후 청년은 '혜통'이라는 법명을 얻게 됩니다.
삼국유사에 수록된 신라 중기 승려인 혜통에 관한 일화입니다. 금수조차도 죽어서까지도 자기 자식에 대한 정은 끊을수 없는 거죠. 이 대목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을 들먹거리며, 자식에 대한 사랑이 생물학적인 본능이라고 매도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전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사랑이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생물학적 본능이건 신이 주신 축복이건 그 사랑의 이유가 무엇이든 말입니다.
위하고 사랑할 그 누군가가 없다면 과연 삶이 가치가 있을까요?
사랑으로 충만한 한 주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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