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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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발적 빈곤
밭일을 하다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마침 모두 나가고, 아무도 없어 찬
잡곡밥 한 사발과 김치찌개 냄비 하나를 놓고 혼자 점심을 먹었습니다.
밥이 어찌나 맛있는지 아무 생각도 없습니다. 젊은 시절, 학교 앞에서 잠시 자취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신 김치 한 사발 놓고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것이 생각
납니다.
‘자발적 빈곤’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간단하면 건강한 것이며, 소박하면 마음 편
한 것이며, 무엇이든 한두 가지로도 인생을 걸기에 충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스스로 자초해야 개의치 않게 되고, 즐길 수 있게 되나 봅니다.
《일상의 황홀》
이 부분을 읽고 사부에게 집이 몇 평인지 물었고 사진을 하나 보
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갑자기 《어린 왕자》에 “어른은 숫자를 좋아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줄 알았는데 속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사부는 ‘자발적 빈곤’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이 말은 스티브 잡스가 한
‘Stay hungry, stay foolish’와 비슷한 말이다. 돼지국밥 한
그릇을 먹더라도 소고기 사먹을 돈이 없어서 먹는 것과, 돼지국밥
이 먹고 싶어서 먹는 것은 다르다. 자발적 빈곤을 자주 경험하는 사
람은 실제 빈곤한 상황이 와도 힘들지 않을 것이고 과도한 욕망에
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느낌의 행복
누구나 행복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건강과
같다. 건강하다는 것은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무감
(無感)의 상태이다. 건강한 사람은 숨쉬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저 쉰다. 그러
나 일단 탈이 나면 손에 박힌 가시 하나라도 우리의 신경을 집중하게 만든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고은의 짧으면서 긴 여운을 주는 시가 있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쳤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물고기는 물 밖으로 나와야 물의 소중함을 알고, 사람은 물에 빠
져야 공기의 소중함을 안다.
일상이 힘들더라도 지금 살아 있을 때, 다툴 때도 있지만 사랑하
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일이 힘들더라도 직장이 있을 때, 작은 것
이라도 가지고 있을 때, 그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가지고 있을 때는 모르다가 잃은 후에야 비로소 소중함을 아는
것들이 있다. 티벳에 가기 전에는 숨 쉰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
다. 축구하다 다리를 다치기 전에는 두 발로 걷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는 매월 25일은 당연히 돈이 들어
오는 날이라 생각했다.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이 그렇지 않게 느껴질까? 없어진 후에 비로소 느
끼는 것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소중하게 느낄수록 행복
한 사람이다. 사부가 계실 때는 막막할 때 전화할 수 있고, 추천사
를 받을 수 있고, 가끔 여행도 같이 가고 소주도 한잔 할 수 있음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가끔 넓은 물을 혼자 돌아다보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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