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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3일 18시 13분 등록
 
통계청에서 2007년 발표한 「2006년 가계자산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당 총자산은 2억 8천만 원, 부채는 4천만 원으로 순자산은 2억 4천만 원 수준이었다.  같은 시기 삼성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서울, 부산 등 전국 7대 도시 4,000 가구의 가구당 자산은 3억 원, 부채는 4천만 원으로 순자산은 2억 6천만 원 수준이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수준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국세청이나 삼성금융연구소의 조사를 보면 개인연금 등 저축성 보험은 가계자산에 포함시키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미수령 퇴직금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같은 조사를 하는 목적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이런 조사 결과는 재무설계를 할 때 현재의 재산 상태와 지출 수준을 파악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재무설계를 할 때 국민연금을 자산으로 보지 않는 것이 맞는 것일까? 『증가하는 고령인구 다시 그리는 경제지도』의 저자 폴 윌리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당신은 연금을 재산으로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연금은 재산의 일종이다. 1995년 영국의 공적연금에 축적된 수령권리금은 전국 부동산 재산가치의 4분의 3에 해당했다. 그리고 공적연금과 기업연금(퇴직연금)을 합한 권리금의 가치는 거의 두 배나 되었다. 미국에서는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지불될 은퇴급여가 50세 가장이 이끄는 가구 총재산의 40%와 맞먹는다. 은퇴연령인 65세 즈음에는 수령권리금이 평균가구당 약 16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다. 공적연금이 후한 국가에서는 연금이 재산에서 훨씬 더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이런 연유로 연금개혁조치는 집값이나 주식가격 만큼 당신의 주머니 사정에 영향을 미친다.” <『증가하는 고령인구 다시 그리는 경제지도』, 폴 윌리스, 256p>

폴 윌리스의 설명대로 우리나라의 경우를 따져보자. 현재 국민연금 기금 적립액은 230조원이다. 이 돈은 미래에 연금 받을 사람들을 위한 책임준비금이다. 미래 수급자들의 공동 자산이 분명하다. 위에서 본 영국의 사례처럼 국민연금을 향후에 발생될 “수령권리금” 기준으로 계산하면 그 규모는 230조원보다 훨씬 커진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은 낸 돈보다 급여를 더 많이 주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민들이 갖고 있는 국민연금 자산의 총합계는 “230조 + (알파)”가 된다.

여기다가 퇴직금을 합하면 얼마나 될까? 최근 들어 퇴직연금제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08년 10월 현재 4만5천개 사업장(85만명)이 퇴직연금을 도입했고 이들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4조8천억으로 추산된다. 현재 약 10퍼센트의 회사가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했으니, 이를 전체 회사로 확대해보면 퇴직연금적립금 규모는 약 50조원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렇게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합하면 “280조 + (알파)”가 국민들의 공동자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주가총액이 500조(코스피 1,000선 기준)라고 하며, 정부의 공식 통계로 발표된 부동산 총액이 3,800조라고 한다.(프레시안 뉴스 참조) 그렇다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 적립되어 있는 국민들의 자산은 주가총액의 50퍼세트, 부동산 총액의 7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개인 자산을 평가할 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큰 금액임에 틀림없다.  “280조 + (알파)”를 2008년 통계청 추계 가구 수(1,668만 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1,600만원+ (알파)”의 자산이 자산으로 취급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 = 용돈연금’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국민연금 시행 20년을 맞는 올해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20년 가입자의 연금수령액(완전노령연금 수급액)은 월평균 72만원 수준이다. 이 돈을 평균수명인 78세까지 매달 받는다고 하면 약 1억 5천만 원 가치의 재산에 해당한다. 이런 돈을 자산에서 제외시키고 재무설계를 한다면 그 결과는 왜곡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재무설계를 할 때 국민연금 급여액이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국민연금공단에서 제공하는 “예상연금액” 수치를 축소해서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모某 재무설계 책자에서는 이런 가정으로 예상연금액의 50%만 반영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재무설계를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민연금은 2007년도 개혁을 통해 이미 급여액 수준을 충분히 축소시켜 놓았다. 앞으로도 급여액 조정이 생길 수 있을 수 있지만, 급여액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이것은 “적정급여 보장”이라는 공적연금의 기본원칙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나중에 함께 알아보기로 하자)

요즘은 재무설계 또는 은퇴설계를 하는 분들 중에서 국민연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국세청 예에서 보듯이 아직도 국민연금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재무설계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당신이 4, 50대이고 지금까지 10년이상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다면 재무설계를 받을 때 국민연금이 자산으로 반영되어야 정확한 설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만약 재무설계사가 당신에 대한 설계를 할 때 그것을 잊고 있다면 이렇게 말하라. “잠깐만, 국민연금이 자산 아닌가요? 퇴직금도 그렇구요.” 이렇게 얘기하면 재무설계사가 당신을 대하는 태도가 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과장되지 않은, 좀 더 정확한 재무설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한 40대가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걱정하는 기사가 신문에 실리곤 한다. 그런 기사를 보며 “나도 그런데...” 하고 걱정하는 40대 직장인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직장에서 국민연금을 계속 가입하셨고 퇴직금을 중간정산하지 않으셨다면, 선생님은 국민연금으로 9%, 퇴직금으로 8%, 합계 17%. 그러니까 선생님 소득의 17퍼센트를 10년 이상 저축하고 계셨던 겁니다. 기본적인 노후준비는 이미 하고 계신겁니다.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라고.

IP *.5.98.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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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11.24 18:55:14 *.244.220.253

그렇군요.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준비되어 있었군요.
요즘같이 경제위기라는 우울한 유령이 출몰하는 시기일수록, 희망의 소식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좋네~
변경연 가족분들 중에서도 국민연금 안내시는 분들 많으실텐데.........빨랑빨랑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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