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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3일 23시 41분 등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보다 더 많은 돈을 모으기를 원한다. 엉뚱한 질문일지 모르지만, 우리들은 왜 돈을 모으는 걸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많은 경우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언제나, 항상 돈이 필요하다. 움직이면 그 모든 것이 돈이다. 먹고, 입고, 자고, 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돈을 모아서 근사한 집도 장만하고, 아이들에게 남부럽지 않은 교육을 시키고 싶어한다. 그리고 노후에는 여유로운 은퇴를 맞이하기를 희망한다.

모든 재테크 서적에서 강조하는 것이 ‘종자돈’(seed money)이다. 예를 들어 눈을 굴려서 커다란 눈덩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뭉치의 눈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원하는 만큼의 부(富)를 쌓기 위해서는 한 뭉치의 역할을 하는 종자돈이 필요한 것이다. 이 종자돈으로부터 재테크가 출발하게 된다.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저축은 아직까지 단연 ‘정기적금’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올바르다. 첫 종자돈 마련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원금’을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정기적금에 관련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적금의 평균 유지율이 67%가 되지 못한다. 또한 3년만기 정기적금의 평균 유지율은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즉, 초심(初心)을 지키지 못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축을 하면서도, 기대만큼의 종자돈을 모으지 못한다.

그렇다면 종자돈을 모으는 것은 왜 쉽지 않을까?

그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 의지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 된다. 어렵게 모은 적금의 만기가 도래해 목돈을 만질 때가 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가? 정말 돈 쓸 곳이 많아진다. 갑자기 자동차 엔진 소리가 크게 들리고, 내부 인테리어가 낡아 보인다. 또한 귀신같이 타이밍을 맞춰서 친구가 돈 꿔 달라고 찾아 온다. 조용히 아내가 다가와 오랜만에 해외여행 다녀오자고 꼬신다. 아니면, 그 동안 소홀했던 장인, 장모님을 위해 여행 한번 보내드리자고 투정(?)을 부린다. 어렵게 모은 종자돈을 지키는 길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소비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점을 예로 들어보자. 백화점에는 창문도 없다. 시계도 없다. 품위 있는 클래식 음악이 깔리며, 진열대의 디스플레이는 황홀 그 자체이다. 상품판매원들의 고급스런 매너와 배려는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게 한다. 철지난 물건을 싸게 판매하는 간이 판매대를 찾는 알뜰한 주부들의 경우라도 언젠가는 부담없이 쇼핑을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자본주의는 하루 종일 당신의 지갑을 열기 위해 고민하는 1급 연구원이다. 이 연구원의 이름은 세 글자, 마케팅이라고 씌어져 있다. 마케팅은 끊임없이 ‘욕망’(慾望)을 재생산한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유혹적인 복음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속삭인다. 작은 돈은 큰 돈으로 흐른다. 이것이 자본의 논리이다. 거부할 수 없는 만유인력의 법칙과 같이 샐러리맨들의 얇은 지갑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돈은 휘발성이 강하다. 모으기는 힘들지만, 한 번 쓰게 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리곤 한다. 결국 돈을 모으려면, 누구의 손도 타지 않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옛날 할머니들께서 매일 매일 쌈지돈을 항아리에 모아 놓듯이, 강제적인 저축이 필요한 것이다. 이 강제적인 저축은 ‘장기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강제적 장기투자는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욕망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2007년 1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살펴보자. 1996~2006년까지 서울주택, 강남주택, 주가에 대한 수익률을 보면, 서울주택 177.%, 강남주택 216.8%, 주식 220.3%의 결과를 보였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르게 강남의 부동산보다 주식의 수익률이 높았다. 그런데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 본 적이 있는가? 흔치 않다. 그것은 부동산이 가지고 있는 비유동성 때문이다. 즉 부동산은 속성상 매매가 비교적 자유롭지 않다. 시쳇말로 그냥 깔고 앉아야 하는 자산이다. 자연스럽게 장기투자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강제적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금융상품 중에 하나가 바로 ‘연금보험’이다.
연금보험은 최소한 5년 이상의 장기간 납입을 해야만 한다. 초기에 납입을 중지를 하면, 원금에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된다. 이는 연금보험이 다른 저축성 상품과 달리 선취수수료의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초기에는 수수료를 많이 떼고, 점차 수수료가 감소하거나 없어지게 된다. (반대로 적립식 펀드와 같은 상품은 후취수수료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수수료가 미미하지만, 적립금의 양이 커지면 커질수록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연금보험이 장기간 불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싫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길게 불입하는 금융상품은 체질에 맞지 않다고……

그러나 이러한 연금보험의 단점이 반대로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초기에 해지하면 커다란 손해를 보기 때문에, 장기저축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연금보험의 선취수수료 구조가 장기투자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다. 소비에 대한 유혹과 나약한 의지를 강제할 수 있다. 그래서 일정의 시간이 지나면, 눈덩이 효과라는 복리의 마법을 경험할 수 있는 상품이 바로 연금이다. 또한 연금은 인류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복리효과’(welfare effect)를 극대화할 수 있다. 복리효과를 통해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이 늦는 것 같지만,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또한 가입 후10년 이상 경과 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가가 연금보험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은 연금보험이 국가가 해야 할 사회복지와 안전망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처음 연금보험이 출시되었을 때, 비과세 혜택은 3년이었다. 이 기간이 5년, 7년, 10년으로 점차 연장되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조만간 연금보험으로 비과세 혜택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또한 연금상품은 쌓아놓은 돈(적립금)의 일부를 중도인출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통해 교육자금과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중도인출 기능을 확대해서 강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중도인출 기능은 종자돈을 만드는 방해세력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변액 연금보험의 경우는 납입 보험료를 주식과 채권에 투자해 금리 이상의 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을 수익률로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재무상담가들은 변액보험의 수익률을 과대 포장해서 위험한 판매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변액보험의 적정 목표 수익률은 8~10%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자산이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투자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향후의 전망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재무설계 or 재테크의 성공은 비밀스런 비법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수익률의 91.5%를 좌우하는 것은 분산투자, 정기투자, 장기투자라는 기본의 3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이 기본원칙들을 ‘습관’(habit)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재테크이다. 재테크는 ‘좋은 습관 만들기’라고 달리 말할 수 있다. 합리적인 포트폴리오(비상자금 10%, 단기 30%, 중기 30%, 장기 30%)를 설정한 후, 매달 꼬박꼬박 정해진 금액을 저축한 후, 목표한 기간만큼 장기간 투자하는 것이 성공적인 습관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은 선택된 소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잘 될 것이라 생각하고, 어떻게든 해결이 될 것이라 낙관한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공상일 뿐이다. 막연한 계획은 막연한 인생을 만든다. 명확한 계획과 올바른 습관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무지개는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미래의 찬란한 무지개를 위해, 지금부터 한 번 시작해 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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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11.24 17:00:46 *.97.37.242

제목 좋다.
난 종자돈을 마련 못해 투자를 못했는데, 나 같은 직장인들이 의외로 많을 것 같더란 말시.
그런 사람들에게 종자돈을 모으는 방법을 얘기한다면 솔깃 할 수밖에.
근데 아주 쬐끔만 더 흡인력이 있으면 더 좋은 글이 될 거 같네.
거암 얘기는 구절구절 옳은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행을 못하는
나 같이 약해빠진 사람들에게, 종자돈의 위력(?)을 좀더 설명해 주면 어떨까?
할머니 얘기처럼, 종자돈 A와 종자돈 B 같이 대비해서 하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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