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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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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4일 06시 19분 등록


소심의 유래 4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는 금방 ‘정신 줄은 놓지 말아’의 무릎까지 차올랐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 오히려 눈물을 뚝뚝 흘리다 못해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어. 그러자 꿈에서처럼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지. 비와 눈물은 新魚志?果(Synergy Effect)에 의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났어. 작은 시냇물에서 소강(小江)처럼 그리고 곧이어 중국 황하의 성난 수마(水魔)처럼 온 세상을 잡아 먹을 듯이 으르렁거리며 큰 파도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집이나 논, 밭, 사람, 동물 가릴 것 없이 마구 삼켜버리기 시작했어. 우리의 가엾은 ‘정신 줄은 놓지 말아’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채 애타게 그의 일방통행 휘앙새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의 이름만 외쳤댔지.

강물에 휩쓸려가던 그의 눈에 우연히 강 반대편에 이미 거의 정신을 잃은 채 나무토막처럼 떠내려 가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했어. 세상에나, 네상에나!! 바로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녀였지. 그는 그 와중에서도 온 힘을 다해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어. 하지만 산과 같은 파도앞에서 그는 작은 미물과 같은 존재였고, 온 힘을 다하긴 했으나 그럴수록 둘 사이는 점점 멀어지기만 했어. 그러던 순간 그녀는 강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고 다시 올라오지 않았어...... 그의 눈에서는 그야말로 피눈물이, 그녀를 부르는 목에서는 핏물이 역류해 올라오기 시작했어. 순간적으로 쏟아져 나온 피는 강물을 빨갛게 물들여 버렸지. 그 빨간 빛이 얼마나 선명했는지 강물 옆에 서 있던 돌벽에까지도 비쳐져 보였다고 해. 그래서 후대에 사람들은 이 강을 ‘빨간 벽이 있는 강’이란 뜻으로 적벽강(赤壁江)이라고 불렀다고 해. 그리고 수많은 시간이 흐른 뒤 중국의 삼국시대 때 바로 이곳에서 일어난 해상전이 있었는데, 그것을 적벽대전(赤壁大戰)이라 부른다지? 다 알고보면 역사란 강물 흐르듯 끊기지 않고 흘러가는 거고 결국 모두 연결되는거야, 그치? 맞긴 맞는데 웬지 찜찜하다구? 흠... --++

그리고 그는 안타깝게도 피눈물을 흘리면서 정신줄을 놓아 버리게 되. 그래서 후세의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정신 줄은 놓지 말아’에서 ‘정신 줄을 놓아’로 그리고 줄여서 ‘놓아’로 부르기 시작했는데, 국문학(받아쓰기)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한 역사학자가 역사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그만 ‘놓아’의 이름을 ‘노아’라고 잘못쓴 것이 화근이 되어 지금까지도 ‘정신 줄은 놓지 말아’의 이름이 ‘노아’로 전해지고 있다네.... 그래서 든 생각인데, 말야... 역사라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란 생각이야... 무엇이 진실인지, 허구인지... 어쩌면 우리 조차도 픽션의 세계에 사는 조합된 하나의 캐릭터에 불과할 지도 몰라... 세상을 만든 조물주(造物主, 여기서는 갓님)의 시각으로 보면 우린 한낱 벌레와 동격인 작은 생명체에 불과하며 이 또한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에 의해 우린 맡은 바 연기를 할 뿐인게지.... 넘 멀리갔나?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갈땐가? 집에서 애타게 찾고 있다구? ^^;

흠흠... 다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한편 이 장면을 CCTV(Coree Cable Television)로 지켜보고 있던 갓(God)은 기가막혀 말이 안나오더래. 갓보다 속세에 찌든 여자를 더 좋아하는 저런 ‘정신 줄을 놓아 버린’ 넘보다, 저런 한심한 넘을 세상을 구할 넘이라고 선택했던 자신이 너무 답답하드래. 그래서 다시 먹과 벼루를 꺼내 정신수양을 하다보......... 면 노아가 진짜 죽잖어. 그래두 살릴 놈은 살려야지 하는 생각이 들드래. 그래서 일단 미우나 고우나 스토리 전개를 위해 한심한 넘을 살려놓고 보자고 살짜꿍 마음 먹었지.

노아는 이제 거의 사경을 헤매고 있었어. 수명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거지. 갓은 번개를 내리쳤어. 그러자 평소 노아가 정한수(井華水)를 떠다 놓고 갓에게 기도를 올리던 서낭나무(서낭당의 역할을 하던 큰 나무)의 밑둥이 쩍 갈라지더니 노아가 떠내려가는 강 한가운데로 떨어진거야. 노아는 사경을 헤매는 와중에서도 그 나무를 무시무시한 힘으로 붙들었어. 짝사랑하던 여자를 따라 장렬히 죽음을 맞으려 했었던 노아는.... 하지만 본능에 충실했던거지. 본능은 사랑의 힘보다 위대하다?

어디서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들려.... 나긋나긋하고 여유있어 보이는 이 평안한 소리의 정체는 무얼까. 그리고 이 편안한 느낌은 뭐지... 몸은 천근만근, 전혀 움직일 수 없는데, 영혼의 평화로움은 이 곳이 천국임을 말해주는 것일까... 아, 이 느낌...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행복한 느낌이야.... 근데 눈을 뜰 수가 없다.... 넘 졸리다... 눈꺼풀이 아무리 힘 줘 밀어 올.려...도..... 올...라...가...지.............. 않는다.... 고...장......인가?...............

아... 며칠이나 지난거지? 왜 난 일어나지 못하고 있지? 세상은 온통 깜깜한 건가? 난 죽은건가, 살아 있는건가? 어... 입안에 들어오는 이 촉촉함은 뭐지? 죽.... 죽(Soup)이다.... 음.... 베지터블 숲(Vegetable Soup)이네... 음... 이 달콤쌈싸름한 향기... 아, 이 부드럽고 향긋한 맛.... 아, 쫌 아쉽다.... 난 개인적으로 야채 숲보다는 소고기 특히, 뉴질랜드산 소고기를 넣어 만든 숲이 더 좋은데... 어, 그러고 보니 뉴질랜드에서 먹던 스테이크가 생각난다... 흠.... 꾸~울~꺼~억... 꿀꺽.... 아, 침 넘어 가신다... 석쇠님이 주시던 스테이크 한 점에 와인 한잔... 캬...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아... 그리고 이 부드러운 손길은 정녕 여인네의 것으로 느껴지는데... 나는 천사의 간호를 받고 있는 건가? 아니면 간호사인 천사의 손길 아래 있는 것인가.... 그게 그건가.... 암튼... 아.... 그런데.... 왜 또.... 졸...........리...................지....................................

번쩍!!!!!!!!!!!!!!

눈이 번쩍 뜨였다!! 먼저 시야에 하얀 것이 들어온다... 천정이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아!!! 아프다!!!! 그리고 제대로 안 돌아간다!!!! 몸을 일으키려.... 아!!! 아프다!!!!! 팔 다리 어깨 무릎 허리가 아픈게 아니라 온 몸에 흩어져 있는 신경계와 더불어 60개조에 달하는 세포 하나하나가 다 아프다!!!! 뭘 했길래 이렇게 아픈걸까? 순간 지난 일들이 초저녁 어스름하게 커져 있는 주막등처럼 지나간다.... 그녀의 집을 찾아 갔던 일. 눈물과 함께 쏟아붓던 비. 홍수의 강물 속에 목격한 그녀의 죽음. 그리고 서서히 죽어가던 나. 그리고 어스름히 생각나는 나무줄기... 아!!!! 그래, 그렇다면 내가 죽지 않고 아직 살아있는 거구나!!! 이건 기적이야, 미러클이야!!! 매직이야!!! 오후~ 빤따스딱한 일인게야!!!!!!! 너무 기뻤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 살짜기 갓님에게 감사의 기도를 1초... 드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갓님, 또 삐지겠구먼....’

“어~ 드디어 눈을 뜨셨군요~”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마치 꿈 속에서 유영하는 듯, 솜사탕의 그 부드러움 속에 빠져 있는 듯, 달콤한 젤리의 첫 느낌처럼.... 고개조차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노아’는 그 천사의 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기 위해 부리나케 눈동자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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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11.25 10:22:48 *.97.37.242
新魚志?果.  하하ㅎㅎㅎ
‘정신 줄은 놓지 말아’ => ‘정신 줄을 놓아’ =>  ‘놓아’ => 노아 로
대단한 상상력이다.
스토리가 천방지축 어디로 튈지 몰라 좀 헷갈리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집중 하게 되는 것 같다.
컬럼으로 조각조각 읽어서 그렇지, 책으로 쭈~욱 연결해서 읽으면 빠져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 쨔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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