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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4일 12시 00분 등록

 

우포늪에 오실 땐 맨발로 오세요

 

이 늪은 1 4천만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우포늪 주변의 퇴적암층에서 공룡의 발자국 화석과 빗방울 무늬 화석, 곤충화석 등이 발견되었지요. 우포는 퇴고의 신비를 간직한 늪입니다.”

   

콧수염이 매력적인 문화해설가 김량한 씨는 우포 늪의 생태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애쓰고 있다. 우리 중 많은 이가 창녕은 초행이니 우포늪은 말할 것도 없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우포 늪이 얼마나 중요한 습지인지를 알 것 같다. 습지와 저수지의 차이도 똑바로 알지 못하는 나에게 우포늪은 또 다른 발견이다. 내 머릿 속에 존재하는 늪은 어렸을 적타잔에서 본 열대 밀림의 늪이 전부다. 수초가 우거져 있어 일반 땅과 구분이 되지 않는 곳, 그래서 실수로 빠지기 쉬운 곳, 한 번 발을 잘못 디디면 밑으로 속수무책 빨려 들어가는 곳, 사람 힘으로는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곳, 그런 곳이 내 머리 속에 각인된 늪의 이미지였다.

 

(습지)이란 말 그대로 물에 젖어 있는 땅이다. 완전히 물도 아니고 완전히 땅도 아니지만 그 두 가지가 동식물의 생태를 조절하는 주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어느 곳보다 다양한 생물이 살아갈 수 있다. 그야말로 늪은 자연 생태의 보고인 것이다. 창녕군에 속한 이 우포늪은 70만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자연 습지이다. 이곳에서 환경 올림픽이라 불리는 람사르 총회가 이달 28일부터 8일간 열린다. 람사르는 1971 2월 이란의 람사르에서 처음으로 발족한 습지에 관한 국제 협약이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습지의 상실과 침식을 억제하고 물새의 서식 습지대를 보호할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다. 한국은 1997년에 가입하였고, 현재 가입국은 156개국이다.

 

고개를 들어 우포 늪을 바라보니 왼쪽편으로 쪽지벌과 나무늪(목포)이 보이고 오른 쪽으로는 사지포가 보인다. 청명한 햇살이 수직으로 내리 꽂히는 얕은 물 위에는 왜가리와 오리가 노닐고 있고, 개구리 밥이 녹색 융단처럼 깔려있는 수풀 사이로 가시연들이 많이 떠있다. 멸종 위기에 처해있어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는 이곳의 가시연은 일반 연과는 꽤나 다른 모습이다. 온 몸에 가시를 달고 있어 가시연이란 이름이 붙은 이곳의 연은 다 자라면 잎이 2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시간차를 두고 5가지 향이 은은히 뿜어져 나오는 가시연은 특이하게도 뿌리로 번식하지 않고 씨앗으로 번식한다고 한다. 뿌리는 실파처럼 가느랗다고. 

 

가방에서 조가비도 꺼내고, 마른 풀뿌리도 꺼내서 뭐라도 하나 더 설명해주려고 애쓰던 김량한 해설사가 이번에는 시 한 수를 꺼내든다. 일명 우미녀(우포에 미친 여자) 송미령 시인이 지은우포늪에 오실 땐 맨발로 오세요란 시다. 우리는 일제히 선애씨를 가르키며 멋지게 읊어주기를 청한다. 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실려 시는 우포의 하늘을 높게 날아 오른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가 되는 / 우포에 오실 땐 맨발로 오세요
사시절 / 모양 색깔 모두 다른 / 우포에 오실 땐 맨발로 오세요
수초에 뒤덮인 / 퇴적늪의 단단함을 / 때론 살얼음 차가움을
자분자분 맨발로 느껴보세요

…(생략)

봄날 우포로 가는 길목/ 왕버들 여린 싹눈 틔우고
고요로운 물위로 조각난 햇살 찰랑입니다

한낮의 노오란 기린초 위로 / 청실 잠자리 떼 비행하고
애기 물방개 바쁘게 오르락 거릴 때                                              

보라빛 석남풀꽃 피어나 반갑다고 손을 흔듭니다.
밤에는 말갛게 세수한 별들이 총총

풀섶엔 반딧불이 동심의 호롱불을 밝힙니다

노을빛 붉은 칠불초 / 한아름 가을을 품고 걸어 오더니
어느새 서리 새벽 / 물안개 자욱히 피어 오릅니다


북녘 저 먼 시베리아의 하늘 길 뚫고

힘차게 날아온 기러기 청둥오리...
철새들의 안식처


함박눈 내리는 날 / 힘차게 날아오르는 백조들의 군무를 보면
그 아름다움에 / 우리도 덩달아 온몸으로 한 춤사위를 펼치게 되지요

사람도 자연의 일부가 되고 / 일억만 년 원시와 함께 호흡하게 되는 곳
우포늪에 들어서면 / 우리 가슴도 칠십만 평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사람과 자연이 / 더불어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는 곳
우포늪에 오실 땐 맨발로 오세요.

 

맨발로 오라고 거듭 속삭이는 시는 급기야 우리의 오감을 활짝 열어 놓았다. 우포늪이 간직한 봄 여름 가을 겨울, 새벽 아침, 이슥한 밤의 정경이 눈을 감은 우리들 시야로 들어왔다. 새벽 안개 속의 신비의 정경이 우리의 정수리를 훑고 지나갔다. 이윽고 우리는 상상 속에서 신발을 벗고 물로 들어갔다. 맨 발로 다가드는 부드런 늪의 속살, , 그 감촉이라니!

 

이럴 때 미스터 전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아예 다 벗고 들어가는 건 어때?’

우리 모두 깔깔대며 한 입씩 거들고, 이제 아주 발가벗고 새벽 이슬을 헤치며 우포 늪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한다.

 

시 한 편의 힘은 컸다. 마음이 온통 무장해제 된 우리들은 송미령 시인네로 쳐들어가기로 했다. 마침 그녀가 차와 국수를 파는 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직접 읊어주는 시 한 수 듣지 않고는 발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여기 저기 가을 수확이 한창인 누런 들길을 가로 질러 우리는 송미령 시인네로 달려갔다. 마당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고, 사방으로 신작로가 뚫려있는 그녀의 집에는우포로 가는 길이라는 간판이 덩그마니 붙어있었다. 그녀는 우포를 다녀가는 길손들에게 따뜻한 차를 판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에게판다는 단어는 왠지 어울리지 않았다. 우리는 그녀가파는 차를 마신 것이 아니라 그녀가대접하는 차를 마셨다. 무슨 의례라도 치르듯이 그녀는 무릎을 경건하게 끓고 차를 끓였다. 먼저 피로를 풀라고 쓴 맛이 돌기 전에 재빨리 걸러낸 연한 녹차를 대접하고, 이내 몸에 피를 잘 돌게 한다는 쑥차를 대접했다. 마분지로 벽을 바른 그녀의 흙 집 방에는 한 쪽 벽에 각종 다기들이 진열되어 있고 방바닥에는 통나무로 만든 커다란 다탁이 놓여있었다. 우리는 그 다탁에서 그녀가 끓여주는 차들을 음미했다. 마지막으로는 뽕잎 차가 나왔다. 길 떠나는 우리를 배려해 천연 알부민이 많이 들었다는 뽕잎차를 선택한 것이다. 광목으로 만든 실용 한복을 입고 조분조분 조심스럽게 말을 하는 그녀에게 드디어 우리는 시 한 수를 부탁했다. 그녀는 먼저 무릎을 접고 앉아서 두 손을 무릎 위에 모두어 올렸다. 시선을 자신의 가슴으로 향한 채 그녀는눈꽃이라는 자작시를 한 소절 한 소절 정성스럽게 읊었다. 시를 읊는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쑥스럽다고 머뭇거리던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다.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흘러 나왔다. 우리는 잠시 시정(詩情)에 푹 빠져, 가야할 길도 잊었다.

 

누가 송미령 시인 집에서 우리가 이런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던가. 여행의 맛은 이런 예상치 않은 일들에 있다. 우포는 우리 스케줄에 있지도 않았던 곳이다. 원래 우리는 오늘 통영 산양일주로와 해저터널, 그리고 한산도 제승당을 돌아보기로 했었다. 패트리샤 슐츠라는 독일 아줌마는 <죽기 전에 가보야 할 1,000>이라는 책에서최고의 여행가이드는 우연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공감한다.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 중에 기억에 오래남는 것은 대부분 우연히 생긴 일이다. 우리 여행 중에 이런 우연이 또 하나 있었다.

 

진주 유등 축제, 남강은 네온 속에 흐르고

 

어제 저녁, 팔자에도 없는 천문학적인 숫자를 적어야할 만큼 비싼 이태리 요트를 타고 외도를 다녀온 후, 통영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해원 횟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때 뒤늦게 합류한 미스터민의 입에서 진주 유등축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모두는 유등 축제를 보러 가기로 했다.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이미 9 훌쩍 넘어 있었다. 내일 일정이 새벽 5부터 잡혀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미 하루 여정에 마음의 고삐가 풀린데다, 한 순배 돌아간 알코올이 우리를 용감하게 했다. 마침 미스터 조의 건배 멘트나이야 가라도 한 몫 했다. 거듭되는 건배로 나이야 가라를 여러 번 외치고 났더니 정말 우리의 나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모두 수학 여행 나온 들뜬 10대들 같았다. 망설일 것 없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버스에 올랐다.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는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런데 버스가 달리기 시작하자 이내 버스 안은 고요해졌다. 새벽에 서울을 떠나왔고 우리들 대부분은 간밤에 잠을 거의 못 잤다. 편안한 시트 등받이에 등을 기대자마자 우리들의 나이는 다시 돌아왔다. 벌써 가볍게 코를 고는 사람도 있었다.

 

진주에 도착하니 입이 둥그렇게 벌어졌다. 그 야밤에 왠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진주 남강 주변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우린 운이 좋았다. 오늘 밤이 축제의 마지막 밤이란다. 그것도 12 되면 소등을 한다는데 우리는 기막힌 순간에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남강 위에는 옛날 이야기를 주제로 한 갖가지 등들이 떠 있었다. 알록달록한 빛깔의 등들은 유치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더 축제 분위기를 돋구었다. 우리는 강 사이를 연결한 부표 다리를 건넜다. 물결 따라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는 일은 재미있었다. 반대편 강가에는 저마다 소원을 써서 붙인 축제등이 길게 뻗은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곳곳에 등 터널이 펼쳐졌다. 가는 동안 나는 길을 자꾸 잃었다. 수많은 인파 속에 밀려 일행을 놓치기 일쑤였다. 관심있는 등 앞에서 사진 한 방을 찍고 나면 일행은 눈 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우리는 등으로 밝힌 고래등 한옥 찻집에서 진하게 달여내 온 대추한방차를 마셨다. 다시 바쁘게 움직여 강의 끝자락에 이르렀을 때는 거의 자정에 가까웠다. 그곳부터는 한적했다. 우리는 언덕길을 따라 진주 예술회관 앞까지 걸었다. 맞은 편에 진주성이 보였다. 은은한 조명 아래 실루엣을 드러낸 촉석루 누각이 남강의 벼랑 위에 신비롭게 솟아 있었다. 조명 따라 은근히 이어진 성곽의 라인은 몹시 아름다웠다. 강물에 반사되어 일렁이는 진주성은 카를 다리에서 올려다 보던 프라하 성의 야경을 생각나게 했다. 이런 불빛 속에서는 한 줌의 낭만이 함께 해야 하는건데.. 그럴 땐 눈을 감고 상상을 현실로 불러오면 된다.

 

, 아름다운 진주여. 오늘 밤 우리를 이곳으로 불러내준 그대의 영혼에 감사와 사랑을 바치노라.   

 

우리들은 못말린다

 

오늘은 정말 긴 하루였다. 새벽 5부터 분주했다. 지난 밤 나는 두 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미리 마쳐야 할 일들 때문에 거의 밤을 새웠다. 수첩에 적힌 일정대로라면 일박의 여행은 무리였다.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조금 무리를 해서 일정을 조정했다.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이렇게 떠날 수만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 나는 할 수만 있으면 캡 여행은 빠지고 싶지 않다. 도저히 참가할 수 없을 때는 많이 아쉽다.

 

어쨌든 오늘 새벽, 나는 가방을 챙겨서 현대백화점으로 갔고 택시에서 내려 주차장 입구에 세워진 빨간 전세버스를 향해 바쁘게 걸었다. 나는 압구정 현대 백화점의 다른 풍경은 잘 모른다. 나에게 그곳은 캡 여행을 떠나기 위해 새벽녘에 잠시 들르고, 여행에서 돌아오는 밤, 늦은 시간에 캡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며 헤어지는 공간일 뿐이다. 그러니까 그곳은 내게 쇼핑이 아니라 캡 여행으로 기억되는 추억의 장소인 것이다. 

 

달리는 차장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청명하고 높았다. 날씨는 맑고 푸르렀다. 캡의 날씨의 신화는 오늘도 깨지지 않았다. 우리 여행은 언제나 일기예보도 뒤집어 놓았다. 날씨를 잡아놓고 일기예보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엄청난 똥 배짱이지만 그간 날씨는 언제나 우리 편이었다. 그러나 비가 오면 어떻고 눈이 오면 또 어떠랴. 그것은 그것대로 우리 여행의 양념이 되어줄 터인데...

 

4시간을 달려 도착한 통영 케이블카 입구에서 우리는 반가운 몇몇의 얼굴들과 다시 만났다.

미스터 박은 진도 명량대첩 축제에 갔다가 아침 일찍 그곳으로 왔다고 했다.

 

아니 그 골프 클럽을 어제부터 끼고 다니셨단 말입니까?’

 

아침 일찍 진도에서 광주로, 광주에서 통영으로. 골프 클럽을 들고 다니며 그가 했을 고생을 생각하니 그가 이곳에 와준 게 고맙기만 하다.

 

광주에서 9 버스를 탔는데, 하 글쎄 거기에 미스터 최가 타 있는 게 아닙니까.’

 

그렇게 두 분은 우연에 놀라며 통영까지 즐거운 동행을 했다.

 
우리는 새롭게 만들어진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선로 1,975미터)를 타고 미륵산에 올랐다. 미륵산 8부 능선에서 내려 20분 정도 걸어오르니 한려수도의 비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왼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바다는 한산대첩의 역사적인 현장이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칼의 노래>가 생각났다. 내 눈에 들어온 바다는 이제 그냥 바다일 수 없었다. 김훈의 빼어난 필치는 나와 동떨어진 역사 속의 한 사내를 내 삶 깊숙이 밀어 넣었었다.

   

학익전을 펼치던 이순신 함대의 옹골찬 함성을 역사 속에 묻고 충무 앞 바다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바다 위에는 한 마리의 갈매기도 날지 않았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400년 전으로 돌아가보려 애를 썼다. <칼의 노래>를 쓴 김훈은 에두르지 않고 닿아야 할 곳에 정확히 직진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의 글에는 미사가 별로 없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것을 건드는 힘이 있다. 나는 그가 묘사한 이순신을 통해 살아있다는 것의 비애를 통절히 맛보았다. 소설 한 편으로 충무가 내게 더 가까와졌다. 그 동안에도 충무는 여러 번 다녀갔었다. 윤이상 국제 음악제 무대에 내가 초청한 외국연주자들이 자주 출연을 했기 때문이다. 충무는 윤이상씨 뿐 아니라 박경리 씨와 청마의 고향이기도 하다. 문향의 기운이 서린 충무는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운 고장이다. 나는 우리 버스가 충무 다리를 건널 때 언덕 위의 허름한 집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거기 어디쯤에 김약국의 막내 딸이 살던 골목이 있을 것 같았다.

 

미륵산 전망대에서 내려와 우리는 통영 시내에 있는향토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굴전과 굴무침, 굴밥을 먹었다. 반가운 얼굴이 그 자리에 합석했다. 무안에서 달려온 미스터 박이다. 그 역시 바쁜 일정을 밀치고 잠시 시간을 냈다. 그는 다시 저녁에 돌아가야 했지만 몇 시간이라도 우리와 함께 하기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한 것이다.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그가 온 건 아니다. 우리 모임을 사모하는 마음이 그를 그곳으로 불렀다. 사람이 늘수록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우리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경남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와인을 마셨다. 양파 와인우포의 아침(일명그녀라고 해두자)’은 깔끔했다. 목을 타고 미끄러져 들어가는 그녀의 탄력은 백세주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첫 입맛에 그녀에게 뿅 간 우리들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누구는 밥보다 그녀를 더 많이 사랑했다.

 

대우조선해양(DSME)과 특급 요트

 

다음 목적지는 거제 대우조선해양(DSME). 우리는 신거제 대교를 건너 통영에서 거제로 넘어갔다. 거제 역시 예술문화회관에서의 공연 때문에 몇 번 온 적이 있다. 예술문화회관으로 가려면 대우조선을 지나게 되어있다. 지날 때마다 정문 너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했었다. 공연에는 대우 조선 식구들이 성장을 하고 많이 왔었다. 관객들 중에는 외국인들도 끼어 있었다. 평소 궁금해하던 그곳에 캡과 함께 갈 기회가 생기다니 우연치고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먼저 홍보관으로 갔다.

 

“4.3 평방 킬로미터 부지에 자리잡은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대의 골리앗 크레인, 축구경기장 8개 넓이의 100만톤급 드라이 도크, 2 6천명의 직원들이 각종 대형상선, 대형구축함, 드릴십(시추선), LNG, 초대형 컨테이너선, 전투잠수함 등 각종 해양 플랜트를 건조하고 있습니다. 첨단 기술력과 앞선 경쟁력으로 세계 선박시장 20%를 차지하고 있지요…”

 

막연히 알고 있던 대우조선소의 규모와 시설과 기술력은 엄청났다. 대단했다. 안내에 이어 홍보 영상을 보았다. 영화관 스크린에는캡을 환영한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멋진 성우의 나레이션과 함께 잘 만들어진 홍보 영상을 보고나니 국기에 대한 맹세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던 초딩 때의 애국심이 살아나는 듯 했다. 과연 위대한 대한민국이었다. 홍보관을 나오니 기념 촬영하는 곳이 마당에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 섰고, 사진을 찍었다.(그 사진은 대우조선이 그려진 종이 액자에 끼워져 저녁 먹는 우리들에게로 배달되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 우리는 대기하고 있던 VIP 전용 견학 버스에 올라 거대한 조선소를 둘러보았다. 대우조선해양은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5천톤급 대형 구축함이나 상선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수만 조각의 절단된 쇠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 조각들은 정밀한 레고처럼 단계적으로 조립되어 900톤짜리 골리앗 크레인에 의해 드라이 도크에 옮겨진 후 최종 작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둘러보는 시설물의 규모가 하도 어마어마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버스는 드라이 도크를 지나 옥포만 바다를 코 앞에 두고 정차하였다.

 

앞을 보십시오. 저희가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선물입니다.’

안내를 하던 대우조선 직원 분은 앞에 정박한 큰 배를 가르키며 말했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이 배를 오늘 하루 안으로 가져가셔야 합니다.’

그의 재치에 우리는 모두 웃었다. 그 배는 전날 진수를 마치고 최종 점검을 위해 정박해 있는 대형 상선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조선소 도크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얍삽하게 잘생긴 크림색 요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유명 요트 회사가 제작했다는 엄청나게 비싼 요트에는 돛이 없었다. 그 요트는 바람을 동력으로 이용할 수도 있지만 (상당한 마력의) 엔진으로도 항해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 요트는 대우해양조선이 보유한 것으로 VIP 전용 요트였다. 우리를 초청한 미스터 조 덕분에 이런 요트도 타보다니, 우리는 하나같이 매우 감격하였다. 더구나 이 요트는 우리를 위해 오늘 아침 부산에서 달려왔다고 했다. 수 백만원 어치의 기름을 태우며.. 

 

세련된 안전 조끼를 걸치고 나자 우리는 신기한 물건을 발견한 어린아이들처럼 호기심에 가득 차서 요트 곳곳을 구경하였다. 아래 선실로 내려가니 특급 호텔을 능가하는 침실이 세 개가 있었고, 화장실도 두 개나 있었다.

 

, 찍어봐, 이런 요트에서 언제 사진을 찍어보겠냐.’

 

염치 불구하고 우리 미즈들은 침대에 차례차례 드러누워 요염한 포즈를 취했다. 다른 방에서는 시트 촉감이 하도 좋아보여 엉겁결에 올라 앉은 모 미스터씨가 달려드는 한 미즈의 포즈에 난감해하고 있었다. 허허, 헛웃음을 웃으며 얼굴이 붉어진 그를 향해 우리들은 확실한 포즈를 주문했다. 

 

이 사진, 집으로학실히’(이곳이 김영삼 대통령 고향이잖은가) 배달됩니다.’

 

최첨단 오디오와 비디오 시설을 갖춘 거실과 홈 바를 갖춘 주방은 더없이 모던했다. 거실 바깥 공간과 위층 데크에도 테이블과 원형 가죽 소파가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데크 소파에 둘러 앉아 앞에 펼쳐지는 멋진 경치를 감상했다. 달리는 배 꼬리를 따라 하얀 포말이 부서져 내렸다. 세찬 바람에 우리들의 머리카락이 마구 휘날렸다. 두 명의 미남 승무원이 냉장고에서 맥주와 안주를 꺼내왔다. 성능좋은 스피커에선 보니엠의 메가믹스 음악이 쾅쾅 울렸다. 80년대 디스코 열풍을 몰고 왔던 보니엠의 음악은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저절로 엉덩이가 들썩여졌다. 앉아있을 수 없었던 몇몇은 일어나 춤을 추었다.

 

두 번이나 우리 회사가 한국에 초청했던 보니엠의 노래를 들으니 너무 반가웠다. 써니, 대디 쿨, 바이더 리버스 오브 바빌론, 노 우먼 노 크라이 같은 노래는 그 자리에 더없이 어울렸다. 리드 싱어 리즈의 목소리가 내 귓속을 파고 들었다.

 

, 고마워, 리즈,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네가 우리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다니, 완벽해!’

 

그녀가 옆에 있었더라면 나는 그녀의 동산 만한 큰 가슴을 쓸어안으며 볼에 여러 번 키스를 날렸을 것이다. 그녀의 노래에 맞춰 스탭을 밟는 동안 그녀와의 추억들이 빠르게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런던 교외 레딩에 있는 그녀의 전원 주택에서 보냈던 며칠 간의 휴일, 버밍햄의 게이 쇼프라이드에 함께 구경갔던 일, 그리고 한국 공연 중에 여의도 순복음 교회에 같이 가 기도했던 일, 무대 뒤에서 나누었던 숱한 이야기들, 그랬다. 메가톤급 거대 가슴을 자랑하는 그녀는 가슴 크기 만큼이나 휴머니티가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이제 요트는 노트를 높여 제법 빠르게 달렸다. 일렁이는 파도에도 테이블의 맥주는 쓰러지지 않았다.

 

1시간 정도의 요트 여행 끝에 우리가 도달한 곳은 외도였다. 외도는 완벽한 인간승리였다. 이창호씨와 최호숙씨 부부는 4 4천평에 이르는 섬에 각종 아열대 식물과 수목을 심어 유럽풍의 멋진 정원과 조각공원을 만들어냈다. 우연한 기회에 외도에 필이 꽂힌 이 부부는 73년 첫 발을 디딘 후 30년 이상을 외도에 그들의 전부를 걸었다. 

 

공원을 돌다 어느 한 곳에서 먼저 세상을 뜬 남편에게 바치는 부인 최호숙씨의 시비(侍婢)를 보았다. 부부로 동료로 함께 외도를 가꿔온 둘의 여정은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그러나 그냥 놓아두어도 보기 좋을 외도를 왜 그렇게 인공적인 정원으로 가꾸어야 했나. 발걸음을 돌려 섬을 떠나오면서 일말의 아쉬움이 남았다. 예술품처럼 다듬어 놓은 초목을 보고 내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감탄이 아니라 한숨이었다. 다듬어진 정원은 외국에 너무 많다. 오히려 나는 울릉도에서 가본 죽도가 좋았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최소한도로만 훼손한 죽도에서 나는 더 많은 바람과 한적함을 누렸었다.

 

요트에 다시 올랐다. 이번에는 최고 속도로 달렸다. 시속 50킬로가 넘었다. 장승포항까지 닿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요트의 사진을 찍어 큰 애와 셋째에게 전송했다.

 

엄마가 지금 타고 있는 요트의 실내야. 거실과, 침실, 그리고 데크!’

 와우 쿨! 엄마 친구들 짱 멋있다. 우리도 나중에 요트 사자.’

 셋째에게서 금방 답 메시지가 왔다.

 너 이 요트가 얼만지나 아니. **억이야!!!!”

 허걱! 그런 요트를 누가 엄마한테 태워준대?’

 
괜히 목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 내가 우습다. 

  

나이야 가라!!

 

장승포 항에 도착하자 우리는 저녁을 먹기 위해 통영포구로 내달았다. 항구에 삐죽하니 들어선 높은 건물 하나, 그곳에 해원 횟집이 있었다. 찰랑이는 바닷물 소리, 파도에 흔들리는 조각배들, 창 밖의 풍경은 포구의 반짝이는 네온들과 함께 운치 만점이었다. 우리는 모듬회 외에도 통영의 자랑인 멸치회 무침, 돌멍게, 은빛 전어, 산낙지 등을 먹었다. 그때 미스터 전과 민이 도착했다. 전은 중앙일보 마라톤 대회 워밍업으로 오늘 아침 30킬로를 가볍고 뛰고 통영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민은 이곳에 올 건수를 만드느라 부산과 울산 지사 순방을 일부러 기획했다고 했다. 이 정도 되면 캡은 정말 못말리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모든 게 완벽했다. 미스터조는 하나에서 열까지 꼼꼼하게 여행을 준비했고 우리는 그만큼 즐거웠다.

 

, 우리 미스터 조의 건배 제의와 함께 거족적으로 한 잔 하겠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나이아가라 폭포 옆에서 좀 살았거든요. 그때 배운 멘트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 ‘나이야 가라-’ ‘

  

우리의 일상은 너무 무겁다

 

진주에서 돌아와 마리나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잠자리에 든 시간은 새벽 2시.  
6
맞춘 알람이 울기도 전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아래층에 내려가 아침 식사를 하고 몇 사람은 심칭이 해안도로로 산책을 나갔다. 바다 물위에 은색 물비늘이 반짝거렸다. 해안까지 밀려든 파도는 우리 발 밑에서 찰싹거렸다. 미끄러지듯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통통배 위로 갈매기 떼도 함께 날았다. 아침이 시작되는 통영의 바다는 분주하면서도 평온했다. , 좋다. 바다를 보고 느긋하게 산책을 하다 보니, 작은는 탄성이 몸 세포 구석구석에서 터져나왔다. 맘 먹으면 다른 세상에 속하는 건 이렇게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주말의 짧은 여행을 위해서도 짐을 잘 싸지 못한다. 10킬로도 안되는 무게의 가방을 싸는 것은 그냥 가방을 싸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떠나기에는 우리의 일상이 늘 너무 무겁다.

 

창녕 성씨 고택

 

우리는 우포늪에 갔다 오는 길에 송미령 시인 집에 들렀다. 그리고는 창녕 성씨 고택으로 갔다. 고가가 있는 석동리 마을은 창녕 성씨 가문의 성재경이란 분이 양파를 일본에서 들여와 처음 농사를 시작한 양파 시배지였다. 이분의 노력으로 만생종(6월에 수확하는 양파) 양파가 창녕을 대표하는 특산품이 되었다. 이분은 대지면장을 하면서 기근이 심한 시기에 대지면민 100가구에 이름을 알리지 않고 쌀을 나눠주신 분으로도 이름이 높다. 마을 입구에는 양파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내가 가장 즐기는 야채가 양파인지라 해설사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들었다.

 

우리가 찾아간 고택은 한창 복원 중이었다. 특이한 구조의 솟을 대문을 통과해 들어가니 집의 규모가 대단했다. 성씨 집안이 어느 정도 번창했던 가문인지 가늠이 되었다. 원래의 건물은 6.25때 거의 소실되고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대부분 복원된 건물이라고 했다. 복원은 성재경씨의 아들인 성기학씨(현 노스페이스 영원무역 회장)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성기학씨가 남의 손에 넘어간 성씨 고택을 모두 인수해 고택을 복원하도록 만든 숨은 공로자가 바로 우리의 해설사 김량한 씨라고 한다. 김량한씨는 자청해서 그 집에 들어가 살며 복원에 대한 아이디어로 성씨 가문을 설득했다. 덕분에 한 때 폐가의 위기에 놓였던 고택이 지금의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그 집에서 특이했던 것은 이라는 물건이었다. 외부와 통하는 대문 쪽 입구와 별체 정자 앞, 별당 앞에 돌로 만들어진 몇 개의 확이 놓여있었다. 남자들의 확은 둥글고 여자들의 확은 살구씨 모양이었다. 마치 성당 입구에 놓여진 성수대처럼 확에는 늘 깨끗한 물을 담아두어 바깥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눈과 귀와 입과 손을 씻게 했다고 한다. 고택 별채 앞 마당에는 광복을 기념해 만들었다는 한반도 모형의 커다란 연못도 있었다. 연못은 온통 개구리밥으로 뒤덮여 초록 융단을 방불케했다.

 

성씨 고택에서 나와 우리는 모두 김해의 향옥정으로 갔다. 그곳에서 우리는 민물장어구이를 먹었다. 함께 나누는 마지막 식사라는 것에 우리 모두는 아쉬워했다. 1 2일 행복한 여정에 젖었던 우리들은 일일이 허그(hug)로 여행을 마감하고 버스에 올랐다.

서울에 도착하니 8시 30(pm). 그렇게 일찍 도착한 것은 캡 여행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캡 여행은특별하다

 

이번에도 최고의 여행이었다. 우리는 안다. 우리가 하는 여행은 늘 최고라는 것을. 무엇이 캡을이렇게 특별하게 하는가. 우리 모두가 만들어내는독특한 아우라’, 4년을 넘게 쌓아온 캡의 진한 우정, 그것이 우리의 저력이다. 그것이 우리를 캡 여행으로 끌어들이는 힘이다. 서로가 가까워지는데 여행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정이 반드시 시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이 나누는 시간의 양은 우정을 키우는데 절대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 모임의 총무 미즈 천은 탁월한 공로자다. 그의 강요는 누구도 못 말린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의 강요가 즐겁다. 강요에 못이기는 척 여행에 따라 나서지만 우리 모두는 여행에 참석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걸 안다. 캡 여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건 그녀의 탁월한 수완 때문이다. 그녀의 그물에 걸리면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다. 즐겁게 항복하고 다음 행사의 호스트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 그녀의 강요가 아니어도 사람들은 차기 행사의 자발적인 호스트가 된다. 우리가 그녀를 국회로 보낼 수 없는 것은 그녀가 빠진 캡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그녀를 원하고, 그것이 그녀에게는 발목을 잡는 에너지가 된다.

 

캡 친구들의 함박 웃음 역시 청정 그 자체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그렇게 사심 없이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의 나이가, 직급이, 알량한 자존심이 웃고 싶을 때 맘껏 웃는 것을 제어한다. 그러니 이 모임은 우리에게 더욱 소중하다. 우리를 초대한 미스터 조는 있는대로 퍼주면서도 여행 내내 싱글벙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아마도 우리와 시종 함께 했던 이비서는 자기가 모시는 어른이 그렇게 웃는 모습을 별로 보지 못했을 것이다. 

IP *.51.218.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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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4 13:44:41 *.71.235.8
돌아 오셨네. 그대 없는 동안 좀 휑했삼. 글을 보니 반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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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8.11.26 15:42:12 *.47.7.146

통영의 미스터 박이래서 깜딱 놀랬습니다. 허허
진주와 통영, 거제를 따라 제 과거 여행도 같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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