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을 담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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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화요일의 마음편지 이선형입니다.
오늘 편지는 4월 1일인 지난 주 토요일에 있었던 구본형 선생님 10주기 추모제를 스케치하려 합니다.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마음편지 독자 여러분들이 웃음과 그리움과 뭉클함이 가득했던 그날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촬영 영상도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곧 공유될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추모제는 선생님의 제자인 연구원과 꿈벗들이 준비하고 가족과 지인은 물론 많은 독자들이 모여 선생님을 추억했습니다. 200명이 넘는 사람들로 꽉찬 행사장과 4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열렬히 호응하며 참여하는 분들을 보며 선생님의 제자로서, 또 준비에 손을 보탠 학술팀의 일원으로서 가슴이 벅찼습니다.
1부 ‘시처럼 산다’ 축제는 추모영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46세에 회사를 그만두며 ‘변화경영전문가’로 작가이자 1인기업가의 삶을 시작했던 구본형 선생님은 오십대 중반에 ‘변화경영사상가’라고 명함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변화경영 시인’으로, ‘시처럼 아름답게 살겠노라’고 말했습니다. 너무나 아쉽게도 명함을 바꾸시기 전에 저희 곁을 떠나셨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이 시처럼 살고 가셨다고, 선생님의 삶 자체가 시였다고 기억합니다. 선생님의 장례식에 추모시를 보내주셨던 이해인 수녀님이 이번 추모제에도 추모영상을 보내주셨습니다.
가슴 찡한 추모 영상에 이어진 순서는 QR코드를 통해 현장에 있던 모든 분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퀴즈 맞추기였는데, 구본형 선생님과 저서들에 대해 엄청난 정답율을 보이며 질문을 낸 사회자와 참석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1등을 하신 분은 멋진 선물도 받았답니다. 부모님 손을 붙들고 참가한 어린 아이부터 희끗한 머리카락의 신사숙녀분들까지 모두 약간은 어색해하면서도 즐겁게 핸드폰을 이용한 퀴즈에 참여하였고 정답이 발표될 때마다 웃음과 감탄사가 어우러졌습니다.
사전이벤트와 이어진 <구본형을 추억하다>는 책과 문장, 사진, 선생님을 만나게 된 계기 등 선생님과의 추억을 공유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책과 라디오를 통해 선생님을 만났던 독자들의 사연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몸이 아파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해 있을때 선생님의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많은 위로와 힘을 받았는데 어느날 선생님의 부고를 들었다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 울컥했고, 감동을 받았던 책의 저자가 문요한 연구원이었고 도움을 얻은 블로그의 주인의 아난다 연구원이었고 현재 글쓰기 수업의 선생님이 유인창 연구원이라고, 알고보니 자신의 주변이 온통 구본형 선생님으로 가득하다는 순천에서 온 참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탄성을 질렀습니다.
<구본형을 만나고 바뀐 내 삶>에서는 2008년 꿈벗 프로그램에서 만나 6개월만에 구본형 선생님을 주례로 모시고 결혼식을 올렸던 부부가 함께 나왔습니다. 아름다운 인연과 멋진 모습에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지요. 바로 지지난 주까지 월요일에 마음편지를 보냈던 ‘습관의 완성’님과 부인이었습니다. 또 2016년부터 최근까지 홈페이지의 선생님 모든 칼럼에 댓글을 2개씩 쓴 애독자 ‘그의 미소’님이 알려주신 비법에는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비법, 여러분도 궁금하시지요? 인터넷의 첫 창을 변경연 홈페이지로 해놓고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선생님의 칼럼부터 읽었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의 미소’님은 구본형 선생님 사진을 직접 준비하여 모든 참석자들에게 선물했답니다.
깜짝 이벤트로 ‘구본형체’ 개발 발표도 있었습니다. 인공지능 기반의 폰트 개발을 통해 언제든지 그리운 선생님의 글을 되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추모제의 브로셔와 영상 곳곳에 구본형체가 활용되었고 모든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드린 예쁜 기념노트도 구본형체를 사용하였습니다. 선생님의 가족분들께 구본형체로 만든 선물도 드렸습니다. 구본형체도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예정이니 이 또한 많이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영상과 낭랑한 목소리의 시낭송을 끝으로 1부가 마무리 되었고 잠깐 휴식 시간이 있었습니다. 서로 인사도 나누고 주최측이 준비한 케이터링을 함께 했는데, 저는 이 시간에 구본형 선생님의 저서는 물론 변경연 홈페이지에 소개된 연구원들의 책을 모두 읽으셨다는 독자분도 만났습니다.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만들어 초대해 줘서 너무 고맙다는 말씀에 어찌나 감사했던지 눈물까지 났습니다.
2부 ‘다시 구본형’ 추모포럼에서는 저를 포함한 연구원 4명의 주제발표와 2분의 패널들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문요한 연구원의 ‘심리학으로 바라본 구본형의 글’, 홍승완 연구원의 ‘스승 구본형’, 유형선 연구원의 ‘영성가 구본형의 자기 수련‘, 그리고 저의 ’구본형과 함께한 삶을 바꾼 공부‘ 발표는 추모제 현장에서는 5분의 요약 동영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4명의 5분 영상은 물론, 1시간 가량의 전체 영상과 학술팀의 대담회까지 모두 변화경영연구소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고 디지털 자료집도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대표와 THE LAB h의 김호 대표도 구본형 선생님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추모제를 빛내주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죽는다한들 10년 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진심으로 그리워할 수 있을까 싶다는 최인아 대표의 말에 참석자 모두 깊이 공감했습니다. 김호 대표는 제 발표 중 ‘선생님의 몫이 20이었고, 나머지 80은 같이 공부한 동기들을 통해 얻었다’는 내용을 짚으며 우리 모두에게 ‘당신의 옆에 함께 이렇게 나눌 사람이 있는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선생님의 메시지를 내 삶에서 되살리겠다고 다짐하며 에너지를 나눈 모든 분들이 서로에게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휴머니스트의 김학원 대표와 생각정원 박재호 대표와 함께한 <출판인이 기억하는 작가 구본형> 시간에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서 작가로서, 또 선배로서의 구본형 선생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참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최우성 연구원과 신재동 연구원의 공연으로 감동 속에서 추모제가 끝났습니다. 최우성 연구원이 직접 작사·작곡한 ‘지금, 우리는’ 곡은 그 자리에 모인 우리의 마음을 담은 노래였습니다. 후렴을 따라 흥얼거리며 자신에게, 또 서로에게 "그래 애썼다" 말했습니다.
10주기 추모제는 단순히 돌아가신 분과의 추억을 되짚는 자리가 아니라, 구본형 선생님이 25년 전에 던졌던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나 자신의 욕망을 찾아 자기다움으로 공헌하라’는 메시지가 2023년 현재에도 살아 숨쉬는 화두라는 것에 참석자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만난 적은 없지만 늘 존경했다고 말하는 독자와 2년에 걸쳐 추모제를 준비한 제자들의 마음 속에 구본형 선생님은 여전히 살아계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에 선생님이 쓰셨던 글귀처럼요.
"사람은 죽어도 죽지 않아. 오직 마음에서 잊힐 때 죽게 되지.”
덧붙여, 사전에 공유했던 학술팀의 동영상을 보고 참석한 분들이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내주시고, 동영상과 자료집을 읽고 리뷰를 해주신 분도 계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특히 지난 주 보내드렸던 첫 번째 마음편지를 잘 읽었고 ‘어른들의 공부’라는 주제에 관심이 크다고 말씀해주셨던 분을 통해 설레는 기쁨과 동시에 열심히, 잘 써야겠다는 마음을 다졌습니다.
오늘은 추모제의 대략적인 모습을 전해드렸는데요, 늦은 밤 짧은 시간동안 편지를 쓰느라 그날의 감동이 얼마나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주 화요일에는 좀더 정돈된 편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모든 사진은 변화경영연구소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