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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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편지-책과 함께] 은유 작가의 『다가오는 말들』....
일상의 말들이 귀에 꽂힌 채 그저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떤 단어나 문장들에 더 민감해 질 때는 안타깝게도 아름다운 말일 때가 아니다. 언제부턴가 일상을 뒤흔드는 말들은 혐오와 배제의 언어가 되었다. 물론 이런 말의 속성은 사람을 뒤흔들기 위함이다. 다만 그 말들의 범위와 빈도가 너무 넘쳐난다는 것. 상식은 찾아볼 수 없는 떼쓰기 떼거지 언어가 난립하며 모든 일상을 파묻는다.
아름답거나 아릿하거나, 날카롭거나 뭉근하거나. 타인의 말은 나를 찌르고 흔든다. 사고를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그렇게 몸에 자리 잡고 나가지 않는 말들이 쌓이고 숙성되고 연결되면 한 편의 글이 되었다. 이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면서 남의 말을 듣는 훈련이 조금은 된 것 같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내가 편견이 많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 은유, 다가오는 말들
같은 말들의 반복, 반복. “아름답지 않고 아릿하지 않고 날카롭지 않고 뭉근하지도 않은,” 저열하고 저급한 말들. 언제부턴가 그런 말들 속에 살아간다. 나는 이런 말들 속에서 한편의 글들을 완성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내가 쓰는 언어는 아름다움을 상실하고 감성을 잃어가는 것 같다. 이미 오래전부터, 오래 전부터. 나를 무장시키는 단어들로 나를 채우게 된다. 이런 언어 상실의 시대, 그래도 내가 숨쉴 수 있는 것 또한 언어란 사실. 그리하여 실검에 오르는 말이 숨통을 틔우는, 언젠가부터 내게 다가오는 말이 되고 있다.
《다가오는 말들》의 저자 은유는 일상에서 읽고 들은 말로 채운 글이다. 그 말은 저자가 집중하는 말이고 글쓰기 교실의 학인들의 이야기들이다. 저자가 ‘쓴’ 글이지만 그러나 저자가 ‘들은’ 말이다. 저자는 “서로가 경쟁자가 아닌 경청자가 될 때, 삶의 결을 섬세하게 살피는 관찰자가 될 때 우린 누구나 괜찮은 사람이 된다”고 말하며 듣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편견, 무지, 둔감함은 지식이 부족해서 생기는 건 아니었다. 결핍보다 과잉이 늘 문제다. 타인의 말은 내 판단을 내려놓아야 온전히 들리기 때문이다. 타인의 입장에 서는 일이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지만 적어도 노력하는 동안 성급한 추측과 단정, 존재의 생략과 차별에 대한 예민성을 기를 수 있었다. 우리에게 삶을 담아낼 어휘는 항상 모자라고, 삶은 언제나 말보다 크다.
- 은유, 다가오는 말들
늘 타인의 말을 잘 듣겠다 하지만 쉬이 들어지지 않는 말이 있다.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들리는 말들이 정말로 ‘거지같아서’, 그 말이 가진 ‘악랄함 때문에’ 들으면 내가, 그 말의 강도로 말해야만 할 것 같아서 움츠러들게 된다. 나 또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차마 들을 수 없는 말, 들어서는 안되는 말 앞에서 나는 기꺼이 경청하는 사람이 되지 못하겠고 그들에게는 ‘괜찮은 사람’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은유의 글은 삶의 눅진함이 솔솔히 피어나는 진솔하고 정겨운 글이며 따뜻한 시선이 담긴 위로가 되는 글이다. 부딪혀온 나쁜 말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서 반성한다. 경청, 조금 더 여유롭게 ‘어거지’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조급하지 않고 나를 갉아대지 않으며 더 길고 오래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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