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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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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2일 15시 24분 등록

수채화를 하고 있는데,
이날은 인물화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지인중에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아직도 초상화는 힘이 듭니다.
몇 개 그려보지 않은 사람이 갖지 못한 기술로.... 초상화는 너무나 어려울 것이기에.
그보다는 용기없다는 쪽이 더 나은 변명이겠지만.

그래서 연습을 하려고 무작장 수채화를 제쳐두고 사람을 그려보고 싶다고 펼쳤습니다.
유명 남자 연예인 사진을 모은 인물 사진집이 있어서 아무거나 보고 그리는 데, 선생님께서 일러주시더군요.
종이를 바닥에 두고 그리면 인물이 자신도 모르게 사다리꼴 모양으로 그리게 된다고 설명해 주시네요.
원근감이란 것을 자신도 모르게 나타내고 된다고 합니다. 지면에 인쇄한 인물을 바닥에 두고 보면서 바닥에 종이를 펴고 그림을 그리다보면 자신에게서 먼 쪽인 사람의 머리(특히 이마) 부분이 좁고, 자신과 가까운 어깨쪽은 크게 그려서 왜곡된 인물을 그리게 된다고.



실제로 보니 그러더군요.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 종이를 뒤쪽을 들어주거나 이젤을 사용하나 봅니다.

옆에서 다른 선생님께서는 '혼자 있을 때 그런 그림 그리고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실제 하는 사람을 그리라'고 하셨습니다.
제게 하신 말씀은 아니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손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보시고 그러셨어요.
정작 그릴 대상이 없으면 그땐 자신의 손을 보고 그리고, 지금처럼 여럿이 많이 있을 때는 사람을 모델로 사용하라구요.

그래서, 휙 돌아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실 동료를 그렸습니다.
모델이 자꾸 움직여서 그리기 힘들더군요. 그리고 등쪽, 머리만 보이고.
뒷모습을 그리고 있는 저에게 다시 마크 선생님 조언,

'사람의 얼굴에 매력을 느끼고 많이 그려보는 게 잘 그리는 지름길.'
'사람의 얼굴을 잘 그리게 되면 사람을 그리는 것이 재미있어진다. 사람의 얼굴을 잘 그리지 못하면 사람 그리는 것을 자꾸 피하게 된다. 얼굴을 그리다가 어깨를 그리고 더 잘 그리고 싶어 몸통을 그리게 되고 하면 자연스럽게 사람 전체를 잘 그리게 된다. 얼굴만 잘 그려도 사람처럼 보이니까. 반대로 다른 곳을 전체적으로 잘 그리고 얼굴이 잘 안되면 자신도 실망한다.'

대충 이런 조언이었죠.

그러니 얼굴 그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래서 뒤로 돌아서 '휙~'

제 뒤편에 앉은 아저씨를 그렸습니다.

물론 이 아저씨도 무척 많이 움직였습니다. 유화를 배우고 계시는 중이신데, 작은 그림이라서 무릎 가까이 두고 고개를 숙인채 끊임없이 붓질을 하셔서 언제 어느 순간에 그려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잠깐 내가 원하는 각도, 시작한 각도가 될때까지 기다렸다고 보고 그리기를 반복했죠.

머리 속에 모델이 된 화실 동료의 얼굴이 있었는지 의심이 가더군요.
왜 있잖아요. 잠시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는데,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거.

누군가를 보지 않고, 뭔가를 보지 않고 그릴 수 있을까도 의심을 하게 되었죠.
막상 그리려고 종이에 손을 얹으면 아무 것도 기억나는게 없으니까.

오래도록 이 아저씨를 보면서 얼굴이란 참 다양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한사람 얼굴인데도. 조금 각도가 틀어져 있다고 전혀 그릴 수 없었으니까.

누군가를 오래 쳐다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그릴 수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구요.

요즘 자꾸 자신에 대해서 의심하니까.
그것들이 기우라는 것을 실제로 깨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안해서 못하는 것인지, 정말 못하는 것인지, 못해서 안하는 것인지?.....'

왜 이런 거 있잖아요.
아무런 의심이 없기 때문에 그냥 해버린다고.혹은 '피아노를 칠수 있나 없냐하는 질문에...안해봤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고 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제게도 그런게 있었으면 합니다.


(파일 첨부 기능이 작동하지 않네요.
웹이 정상 작동하면 왕초보가 겪는 이상한 원근법 엉뚱한 그림을 첨부하지요.)

IP *.247.80.52

프로필 이미지
햇빛처럼
2008.12.14 22:02:05 *.190.122.154

아무 생각없이 그리게 되면 실제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실처럼 생각되는 혹은 보이는 대로 실제 관찰자가 보고는 있지만 실제와는 다른 그런 그림을 그리게 되는군요.

시각과 청각은 매우 명료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에러가 많은가 봅니다.
직접 보고 직접 들었기에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조차도 
때로는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나 봅니다.

저도 그림에 관심이 많습니다. 정화님의 글들을 한 번 쭉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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