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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 - 지미 카터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은 무엇일까요? 미국의 시인 존 그린리프 휘티어의 대답은 "그럴 수도 있었는데"입니다.
결국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한 일이 아닌 하지 않은 일들입니다. 살아가면서 한 일에 대해 많은 후회를 하게 되지만, 인생의 후반부로 가게 되면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한 후회가 더 커질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한 일에 대한 후회 역시, 그 일을 최대한 빨리 바로잡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지 않은 후회로 바뀌게 됩니다. 왜 우리는 그때 행동하지 못했을까요? 시작할 수 없는 너무도 많은 이유들이 있었을 겁니다. 물론 그 이유들은 지금도 존재합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아니면 정말 그 일들을 할 수 없는 절대적인 상황에 이르러서야 그 이유들이 결국은 핑계였음을 알게 됩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스스로의 의지대로 행동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 의지라는 것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습니다. 의지는 행동과 함께 생겨나고 그 방향 역시 구체화됩니다. 이것은 배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의 핸들을 아무리 돌려도 자동차는 앞으로 가지 않습니다. 움직임이 발생할 때 핸들도 비로소 조정이 가능해집니다.
우리는 모든 일에 가능성을 따져봅니다.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 따져봅니다. 괜히 했다가 원하는 결과를 못 얻을까 하는 심정에 주저하게 되고, 결국 포기하게 됩니다. 그 다음 자기 합리화를 하는 거죠. 손해는 안 본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냥 그렇게 평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정녕 이게 자신이 원하는 삶이었을까요?
50% 대 50%이면 하는 쪽이 맞습니다. 중세 철학자였던 장 브리당의 당나귀에 대한 우화가 있습니다. 아주 철학적인 당나귀가 있었습니다. 모든 일에 대해 이익과 손해를 따지고, 어떤 행동을 할 지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 아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당나귀였습니다. 어느 날 당나귀는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마침 두 개의 건초더미가 눈에 띄었습니다. 두 개의 건초더미는 당나귀가 서 있는 자리에서 반대쪽으로 정확히 같은 거리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당나귀는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선택하게 될 건초더미에 대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당나귀는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당나귀는 선택하지 못 하고 시간만 흐르게 됩니다. 결국 당나귀는 어느 방향으로도 한 발자국도 가지 못한 체 그 자리에서 굶어 죽게 됩니다.
동화작가 실버스타인이 4개의 영어단어를 가지고 만들어낸 짧은 이야기 하나 더 보겠습니다. 구본형 선생님도 인용하셨던 이야기입니다.
우다(Woulda)와 쿠다(Coulda), 슈다(Shoulda)가 다 모였다. 셋은 햇빛이 비치는 양지에 누워 자기들이 할 예정이었고, 할 수도 있었고, 해야만 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모두 달아나 숨기 시작했다. 꼬마 디다(Dida)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생각의 전환은 생각 자체에서 비롯되기보다는 행동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기분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행동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자신감과 확신을 키우기 위해 행동하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가장 좋은 호기는 바로 지금입니다. 생각을 바꾸는 것은 생각-말-행동의 순서를 완전히 뒤집음으로써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편지가 좀 늦었습니다. 연휴동안 한없이 게을렀던 몸을 추스리느라 시간이 좀 걸렸네요. 남은 한 주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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