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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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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5일 06시 06분 등록


소심의 유래

안녕, 방가반가반가사유상!! 오랜만, 그것도 아주 오랜만이지? 나 호우화(好寓話)야! 기억들 하니? 누구냐고? 그러는 넌 누구니? -_-;; 몇 달사이 기억력이 상당히 감퇴되어 있구나? 조금 걱정스럽네. 그 정도의 기억력 수준이라면 제 나이보다 아무리 못잡아도 10년 이상은 더 되어 보이는 뇌수준인데... 머리에 좋다는 호두나 등푸른 생선을 많이 섭취하려무나, 술 담배하고는 이제 그만 이별하고 말야. 응? 응? 응?

내가 나온 이유는 알겠지? 평소처럼 엄선하고 엄선한 것 중에서 다시 또 엄선하고 엄선한 그리고 몇 달 뒷방에서 푹 발효시켰던 것 중에서 다시 좋은 냄새와 맛을 가진 놈으로 다시 엄선하고 엄선한, 그런 프리미엄 중의 최고급의 빈티지와 꿜리티를 보유한 색깔있는 우화를 하나 가지고 나왔어!! 기대되지? 그치? 나도 엄청 기대되? 왜냐고? 이제부터 그런 우화를 써 나갈 거거든. 아직은 아무 것도 안 쓴 백지에서 시작하는거니까, 당근빠따 나도 기대되는건 당연한 거겠지~?? ㅋㅋ

자, 그럼 출발해볼까? 오우케익?(새로운 케익인가바..ㅋ) Here we go!!!!!

당연히 모를거라고 생각하고 물어보는 거긴 하지만, 혹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류 최초의 여인이 누군지 아니?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는 아름다움과 함께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을 받고, 전쟁의 신이자 방직의 신이기도 했던 아테나에게는 방직 기술을 얻었으며, 헤르메스로부터는 재치와 마음을 숨기는 법, 설득력 있는 말솜씨까지. 대단하지? 그리하여 ‘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이란 뜻을 가진 이름을 얻은 인류 최초의 여인. 그녀는 이 세상에 모든 죄악과 더러움, 추함을 몰고온 장본인, 바로 ‘판도라’래. ‘아하~!’하며 무릎을 치는 쓰잘데기 없는 제스처는 생략하길 바래. 이미 무상식의 존재감이 파다하니까 말야. ㅋ

어렴풋이 기억은 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다시 복습한다는 기분으로 ‘최고의 여인에서 최악의 여인’으로,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경험’한 판도라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들춰볼까? 별로 관심없다구? 그럼 말야.. 걍 읽어.. 그리고 외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니깐 말야..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의 이야기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죄로 평생 제우스에게 형벌을 당하는 프로메테우스(또 ‘아하~!’하고 있는거야?)로부터 시작해.

제우스가 감추어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는 캅카스의 바위에 묶인 채 낮이면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고 밤이면 회복되는 형벌을 당하였다. 제우스의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명하여 흙으로 여신을 닮은 처녀를 빚게 한 다음 여러 신들에게 자신의 가장 고귀한 것을 선물하게 하였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로마신화의 비너스)는 아름다움과 함께 교태와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을 주었고 아테나는 방직 기술을 가르쳤으며 헤르메스는 재치와 마음을 숨기는 법, 설득력 있는 말솜씨 등을 선사하였다. 이로써 ‘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이라는 뜻의 판도라가 탄생하였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신들이 판도라에게 갖가지 나쁜 성질만 주고는 외모만 매혹적이고 아름답게 꾸몄다고 한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상자를 하나 주면서 절대로 열어 보지 말라고 경고한 뒤에 프로메테우스의 아우인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냈다. 프로메테우스는 캅카스로 형벌을 받으러 끌려가기 전에 동생에게 제우스가 주는 선물을 받지 말라고 당부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에페메테우스는 판도라의 미모에 반하여 형의 당부를 저버리고 아내로 맞이하였다.

판도라는 에피메테우스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다가 제우스가 준 상자가 생각났다. 제우스의 경고가 떠올랐으나 호기심이 두려움을 앞서 열어 보고야 말았다. 그 순간 상자 속에서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등 온갖 악(惡)이 쏟아져 나왔으며 놀란 판도라가 황급히 뚜껑을 닫았으므로 희망은 빠져 나오지 못하였다. 이로부터 인간은 이전에는 겪지 않았던 고통을 영원히 떨쳐 버릴 수 없게 되었으나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며 살게 되었다고 한다. ‘판도라의 상자’는 인류의 불행과 희망의 시작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유명하다.

(출처 : 두산백과사전)

잘 읽었지? 이만하면 기초 상식은 쌓은 셈이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니까 더욱 집중하고, 혹 읽다가 모르거나 궁금한거 있으면 ‘입어네집’에 물어바바. ‘입어네집’이 뭐하는데냐구? 그 있자너... ‘겨울엔 내(의)입어!!’라고 주장하는 인터넷 사이트. 내.. 이.. 버.. 오우케익?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후 이 세상에는 온갖 죄악이 난무하기 시작했데. 인간들은 종족간 전쟁으로 인한 무자비한 폭력과 살인 그리고 질병의 고통 속에 하루하루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는거야. 살벌하지? 살아남은 인간들 또한 가난과 굶주림 앞에 인간이길 포기한 채 동물의 본성으로만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살기어린 눈빛을 내뿜고 있었다네. 그리하야 판도라의 상자 안에 남겨졌다고 전해지는 마지막 ‘희망’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가 되어버린 듯 하였데. 한마디로 ‘희망없는 세상’이 되고 만거지...

갓(God, 神)은 인류의 고통을 더 이상 보고 있기 힘들었다고 해. 겨울철 유리창에 하얗게 낀 서리를 모두 제거해야만 맑고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듯 불쌍한 인간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주고 싶었데. 하지만 그 시작은 결코 같은 실패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 보다 더 신중해야만 했다는거야. 모든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며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완벽한 인간들의 나라를 세워주고 싶었던게지. 그래서 갓은 자신의 다이어리에 새로운 인간들의 나라에서는 반드시 꼭, 꼭, 꼭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왔던 슬픔, 질병, 가난, 전쟁, 시기, 증오와 같은 온갖 악(惡)이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빨간 펜으로 적어 놓고 밑줄까지 쳐 놓았다네. 참 꼼꼼하고 학실한 갓이셨나봐. 소심도 했었나? ^^;;

갓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어.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질 않았기 때문이지. 그리하여 마침내 야쿨트(^^) 신제품이 나오기 전 잘 팔릴지 알아보기 위해 시장 반응을 살짜기 떠 보듯, 갓(God, 神)도 Test Marketing을 해 보기로 결정했어. 지금의 어딘진 잘 모르겠지만, 젖과 꿀이 묻혀있는 비옥한 땅(최근 저명한 서양학자들에 의하면 이 곳 지명이 젖과꿀(Jut&Ggul) → 젖꿀(Jutggul) → 저꿀(Juggul) → 젓갈(Juggal). 그래서 젓갈(Juggal, Salted Fish)이 많이 나는 한 지역이 아니었을까하고 많은 예산을 들여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네... 참 대단하신 분들이야? 그치?)에 새로운 인간 종족을 살게 하고 그들의 삶을 지켜보기로 하였데. 만약 그들의 삶이 성공적일 경우, 갓은 기존의 악에 찌들어 사는 인간들을 모두 학~~ 쓸어 버리고, 이들 우성(優性)종의 씨를 온 세상에 뿌릴 예정이었지. 그만큼 새로운 인간 종족의 실험은 갓에게도 인류에게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었겠지?

신은 완벽함을 추구하고자 했어. 먼저 흙을 빚어 그들을 만들기로 했지. 먼저 남자는 키 180cm이상, 얼굴은 조막만하며 장 담근, 원(래) 빈, 초 인성, 넌 우성(난 열성)을 적절히 믹스한 외모에, 가수 (소낙)비의 완벽한 복근과 긴 팔과 다리. 어디 그뿐이야? 어느 야생에 갖다 놓아도 뭐든지 먹고 살 수 있는 헝그리 정신과 튼튼빼면 시체인 몸 그리고 맹가네 가시내(매까이버)처럼 도구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똑똑한 머리까지. 게다가 거기에 덧붙여 사회성을 배려한 자신감과 적극성, 그리고 외향적 성격까지.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지. 그치?

여자도 만만치 않았다는거야. 판도라가 이쁘긴 했지만 약간 머리가 모잘렀잖어? 그래서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상적 모델을 구상했데. 먼저 헤드(Head)는 아름다움과 똑똑함의 이중성(이게 이중인격인가?)을 보유한 육군장교출신 김 대위(태희)를 모델로 삼고, 몸매는 Jean Jean(쟌쟌, 전지현)을 기본으로 하여, S라인의 미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순풍순풍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는 힙 골격까지 최대한 고려하였데. 게다가 일(농업과 목축업)을 잘 하기 위해 빼징 올림픽 여자역도 황금메달에 빛나는 장 믿안(미란)의 힘까지 모두 탑재시켰다지? 외모 뿐인가? 성격 또한 내숭이나 빼는 것 없이 적극적으로 덤벼들 수 있는 과감성을 얹어 남자와 더불어 완벽한 커플을 만들어 내었어.

갓은 제조공정을 마친 후 심히 흐믓하였지. 간식으로 쫄깃쫄깃한 깨찰빵과 바나나 우유 한잔을 원샷한 후 아직 영혼을 가지지 못한 채 누워있는 새로운 인류의 조상이 될 남자와 여자에게 다가갔데.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어 생명을 주기 위함이었지. 근데 말이야.... 갓이 주문을 외우고 마지막 기합을 넣는 순간, 글쎄... 트림이 ‘끄으윽~~~~’하고 나오고 만거야... 그 트림을 직격탄으로 맞은 남자는... 어쨌든 새로운 생명을 얻어 눈을 떴어... 근데 과히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은 아니더래... 당..연..한거 아니였을까?... 나 같아도 좀 울컥하는데... 쩝... 아무튼 이렇게 새롭게 태어난 인류의 조상을 일부 학자들은 호모 트리미우스(Homo Trimius)라고 명명했다고 하지? ㅋ 아님 말구... ^^;

갓은 이들을 세상으로 내려 보내기 전, 불러다 놓고 마지막 당부를 하였데.

“그대들, 인간 남자와 인간 여자여! 한마디로 이 인간들아! 너희들은 이제 이 세상 인류의 새로운 조상이 될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부디 세상에 내려가서 싸우지 말고 서로 합심하여 알콩달콩 행복하고 즐겁게 잘 살고, 베이비들도 피임이니 뭐니해서 미루지말고 쑨풍쑨풍 성별 구별말고 많이 낳도록 해라. 옛말에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말은 이런 때 쓰라고 만들어진 말이다. 흠... 아님 말구... 쿨럭쿨럭.... 어쨌든... 설혹 서로의 의견 충돌이 있다 하더라도 남자는 넓은 품으로 여자를 안아주고, 여자는 남자를 이해하도록 하여라. 만약 싸웠다 하더라도 이 곳은 친정이 아니니, 절대 이 곳으로 짐 싸들고 오는 일은 없도록 하여라. 내 눈에 그런 일이 눈에 띌 경우, 둘 다 아작날 줄 알아라. 알긋냐? 잉?”

“....................................................”

갓(God, 神)의 갖은 협박과 회유(?)를 받은 호모 트리미우스(Homo Trimius)들은 젖과 꿀이 묻혀있는 땅인 젓갈땅으로 내려와서 신접살림을 차리게 되었어. 가까운 동굴에 얼마 안되는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청소를 하고, 잠자리며 누울 곳을 손 본 후 숨을 돌리려는 찰나, 그들은 그제서야 서로에 대해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 마치 결혼식에 바빠 서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다가, 신혼여행지 호텔방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서로를 제대로 볼 수 있듯이 말야... 근데 말야... 그러니 당근 두 사람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겠지? 음... 뭐랄까, 순식간에 두 눈이 아니, 네 눈(2×2)이 반쯤 풀려 버렸다고 해야할까? 나뭇잎 한 장, 메모지 한 장, 제일 작은 사이즈의 포스트 잇 한 조각도 몸에 붙이지 않은, 막 잡은 생선 날뛰듯이 싱싱함이 살아 넘치는,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벌거벗은 몸.... 게다가 완벽한 얼굴과 지성미, 조각같은 몸매의 소유자들이니 서로 바라보고만 있어도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지경이었겠지?(근데 왜 나도 침이 꿀꺽꿀꺽 넘어가는거지? ^^) 그들은 곧바로 후손을 만들기 위한 Biological Workshop(생물학적 작업)에 착수하였데. 몇 날 몇일을 잠도, 밥도 모두 물리친 채 신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한거지. 종족쪽수 늘리기의 본능이라고 해야하나? 우연히 동굴을 지나가던 곰이 그들의 열정적이며, 신들린(?) 작업을 보고는 한마디 하고 지나갔데.

“짐승들...............”

그들이 종족쪽수 늘리기 작업에 피와 땀을 흘릴 정도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 몇 달 후에 남녀 쌍둥이가 태어났는데, 베이비들 또한 날 때부터 오똑한 코와 크고 시원한 눈, 그리고 긴 다리와 KING자(字)가 새겨진 복근(이건 아무리 우화래도 쫌 심했나? 뭐... 그래도... 이그, 걍~대충 읽어... ㅋ)까지 완벽하기 이를데 없었데. 게다가 낳자마자 말을 어찌나 논리적으로 하는지, 그들의 신혼 부모(?) 또한 당할 재간이 없었데. 그야말로 금상첨다이아(錦上添Diamond), 완벽 위에 초완벽(超完璧)을 얹은 셈이지. 이 베이비들은 다시 몇 달 뒤에 훌쩍 성장한 후 부모들이 한 것처럼 종족 늘리기 작업에 착수하게 되니, 이때부터는 부모가 낳고 베이비들도 낳고, 서로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종족의 쪽수를 늘려가니 그 수는 몇 년 되지 않아 호모 트리미우스 종족들로 그득그득하게 되었다는거야.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이 낳은 그 종족들의 왕과 왕비 그리고 왕자와 공주가 되었고, 이 나라의 이름을 트리미 왕국(Kingdom of Trimi)라 부르게 되었데. 감동적이지? 트리미 킹덤... ㅋ

트리미 왕국에서는 갓이 처음 의도한 대로 판도라의 상자에서 쏟아져 나왔던 슬픔, 질병, 가난, 전쟁, 시기, 증오와 같은 온갖 악(惡)이 아예 없었데. 또한 인간들 자체가 워낙 완벽했기 때문에 부족함이 없었고, 물질적이나 정신적으로 더 채워야 할 필요성이나 다른 것을 갖고 싶어하는 질투와 같은 개념도 아예 첨부터 존재하지 않았어. 완벽한 인간들의 왕국이 세워진거지. 게다가 트리미 왕국의 왕은 혹시나 빈부의 격차, 사상의 차이 등에 의해 생길지 모를 악의 씨앗을 처음부터 봉쇄하기 위해 종족 전체에 평등과 함께 모든 것을 같이 공유하고 나누는 공동체를 모토로 내세웠어. 즉, 공동 재산을 기본으로 한 삶의 평등을 구현한거지. 그리하여 트리미 왕국이란 완벽한 사회주의 국가가 이 땅위에 세워진거야. 이 개념을 먼 훗날, 프랑스의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란 사람이 본따서(?) 하이퍼 제국, 하이퍼 민주주의라고 불렀다지, 아마도? 함 바바. 내 말이 틀린가..

하이퍼 민주주의가 집단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인류 공동의 재산은 거대함이나 부, 행복이 아니라 삶을 가능하게 하며 삶에 존엄성을 부여하는 모든 요소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후, 공기, 자유, 민주주의, 문화, 언어, 지식 등의 모든 요소가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불려 마땅하다. <미래의 물결 中, 자크 아탈리>

트리미 왕국이 자리잡은 이후 갓은 본격적으로 젓갈땅 반대편에 살고 있던 인간들--악에 물들어 질투하고 시기하며, 음해하고 전쟁을 일으켜 서로를 죽이기를 일삼던--을 쓸어 버리기로 마음 먹게 되지. 그러나 쓰레기라고 여기던 인간 중에서도 ‘정신 줄은 놓지 말아’란 특이한 이름의 남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온갖 더러움의 세상 속에서도 갓을 믿고 섬기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성황당에서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를 올릴 정도로 강력한 믿음의 내공을 구사하고 있었지. 그런 그 만큼은 갓도 살리고 싶었어. 그래서 그가 곤히 잠들어 있을 때 그의 꿈에 나타나게 되어, 소위 예언을 하게 되지.

‘펑~!!’

“에구, 깜딱이야~!! 애 떨어질 뻔 했네~!! 거기 누..구?”

“ ‘정신 줄은 놓지 말아’야~!! 거기 있는게 정녕 너이드냐?” 갓이 말했지.

“에구구구머니나... 설마... 우리 갓님? 아 나의 사랑 갓님(Oh my God~!!) 진실로 갓님이시니이까?”

"그렇다.. 네가 진정 우러러마지 않는 너의 갓님(Oh your God~!!)이시다.. 허허허~!!“ 갓은 흐믓해했어.

“에이~ 설마.. 이제 갓님을 모신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나타나요? 그래도 지극정성 몇 년은 되야지 거 뭣이냐.. 스토리텔링이 되는거 아니에요? 네? 네? 그리고 말야..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정이 그렇다면 내게 갓님의 증거를 보여줘바바여~!! 그럼 믿을께여, 네,네,네?”

“ ‘정신 줄은 놓지 말아’야.. 이 대목에서 정신 줄 놓을래? 왜 너의 부모가 네게 그런 이름을 지어준 줄 아니? 바로 이럴 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지어준거다, 앙?!!” 신은 노여워했지.

그러자 역시 부모에게 훈련이 잘 된 ‘정신 줄은 놓지 말아’는 바로 저자세(低姿勢)로 들어갔어.

“호우호우호우.....화(好雨好友好寓.....話)...(웃음 소리가 영~ㅋ...) 살짜꿍 농담한 거 가지고 까칠해 지시긴.. 이래서 내가 우리 갓님을 좋아한다니까~!! 캬캬캬~!!”

“........................”

갓은 순간 심각하게 고민했어. 이런 넘을 살려야 되, 말아야 되.... 하지만 자신을 유일하게 섬기는 이 넘... 얼마 안되는 옛정이라도 생각해서.... 특별히... 안락사(安樂死)를?? 그러나 갓은 곧 마음을 곧추 잡았어. 그리고 갓에게 말했지.

“ ‘정신 줄은 놓지 말아’야~!! 네가 살고 있는 이 인간들의 세상은 이제 악으로 가득차 더 이상 눈 뜨고 보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난 이 곳을 학~ 쓸어버리려 작정했다. 앞으로 일주일 후부터 이 곳에만 국지성(局地性) 호우(豪雨)가 내리기 시작할꺼다. 그리고 일주일간 끊임없이 비가 쏟아져 이 곳을 다 덮게 될 것이다. 넌 가장 높은 산위로 올라가거라. 거기에 네가 머무를 수 있는 큰 배를 만들거라. 그리고 숨어 있거라. 다시 일주일 후 세상을 덮은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넌 새로운 세상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거라. 알겠느냐?”

“네? 넘 빨리 말씀하셔서 못 받아 적었어요. 다시 함 리바이벌 해주심 안될까여? 네,네? 아 나의 갓님(오마이갓)?”

“.................................(휴~~~ 마음 바뀌기 전에 뜨자....)..................................”

‘펑~!!!’

“갓님, 갓님~!!! 이렇게 가버리시면 간님이네... 흑흑흑.... 간님, 아니 갓님....”

애절한 ‘정신 줄은 놓지 말아’의 울음은 한동안 계속되었다고 해... 아, 웬지 가슴 뭉클하다... 그치?

한참을 그렇게 울던 ‘정신 줄은 놓지 말아’는 이제 그만 울음을 그치려고 했는데, 울음이 그쳐지질 않드래. 오히려 점점 눈물이 뚝뚝뚝... 그리고 점차 깊은 산의 시냇물 흐르듯 졸졸졸 계속해서 흐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세게 틀어 놓은 수도꼭지마냥 마구마구 쏟아져 나오드래. 그러자 곧 그의 침실은 눈물로 점점 차 오르고, 거실로, 화장실로, 온 집안이 그의 눈물로 가득 채워지드래. 당황한 그는 마당으로 뛰쳐 나갔지만 계속해서 눈물은 쉴새없이 뿜어져 나오고 점점 규모를 확대하여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폭포 줄기만하게 커져 한 마을을 덮칠 지경까지 이르렀데. 마을에 살던 사람들, 가축들은 난데없는 눈물의 홍수에 휩쓸리기 시작하였고, 여기저기 사람들의 온갖 비명소리와 수마(水魔)의 무시무시한 고함소리가 세상을 가득 덮고 있었데. 세상은 이제 시기와 미움, 질투의 세상에서 홍수로 인한 아비규환의 세상으로 변하고 말았데.....

놀라다 못해 거의 기절 직전의 그는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피 끓는 목소리로 갓님을 향해 외쳤데.

“갓님이시여~!!! 아 나의 사랑(Oh my God), 갓님이시여~!!! 이게 정녕 꿈이오니까? 꿈이라면 제발 이 악몽에서 깨어나게 해주시옵소서어서어서어~~~~어서!!!”

그러자 갓의 응답이 들려왔데.

“그래....”

그는 꿈에서 깨어났데. 웬지 허무했지만(?) 꿈이었던거지. 그는 벌떡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눈을 만져 보았데. 눈주변뿐만 아니라 입주변(침?...)도 축축하드래. 어쨌든 꿈이든 뭐든간에 일단 눈물이 멈춘 것에 대해 갓님께 깊이 고개숙여 감사기도를 드리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데. 그리고 깨찰빵과 딸기우유로 간단히 식사를 하며 갓이 말한 내용을 곰곰이 되새기기 시작했어. 그러자 그의 가슴 속에 커다란 희망이 마구마구 솟아오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데.

‘그래, 갓님은 이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를, 꼭 짚어서 나를 구원하시고자 나타난거야. 그 말은 곧 내가 세상을 구할 영웅이란거지. 하긴.. 나 정도는 되어야 새로운 역사를 쓸 위인으로 적당하지... 갓님... 역시 갓님답게 보는 눈은 꽤 높으시단 말야... 흐흐흐...’

이 ‘정신 줄은 놓지 말아’의 독백을 몰래 들으시던 갓은 가슴이 막막해짐과 동시에 내가 뭔짓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드래. 하지만 이왕 저질러 놓은 일, 조금만 더 참아보자 하고 스스로를 다독거렸데. 그리고 조용히 서예도구세트를 꺼내 정성껏 먹을 갈고 화선지를 펼친 후 글을 쓰기 시작했데.

< 忍忍忍則四忍, 新魚志?果, 休~~~~~~~~~>

(세번의 참을 고비를 넘기면 네 번을 참은 것이 된다. 이것이 바로 ‘시너지 효과’다.... 휴~~~~~~~~)

‘정신 줄은 놓지 말아’는 날이 밝자 밖으로 나갔어. 그리고 아랫 동네에 살고 있는 한 처녀의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갔어. 그는 말이지 짝사랑, 말 그대로 일방통행 사랑인 혼자만의 사랑을 하고 있었어. 그의 눈을 멀게 만든 그녀의 이름은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였데.. 그녀의 이름 그대로 그는 그녀를 처음 보자마자 확 ‘맛’이 가버렸데. 그리고 두 번째 보았을 때는 그대로 정신줄을 놓아 버렸다지?... 암튼 그 후로 자꾸만 그녀가 보고 싶어졌고 그 기간이 이제는 무려 10년을 채워가고 있었다네. 하지만 문제는 그녀의 마음. 그녀는 그를 대놓고 무시하고 있었어. 왜냐면 앞에서도 좀 느꼈겠지만 그가 약간 모자라 보이긴 했거든. 그의 행동이나 말투 그리고 풍기는 이미지에서 뭔가 가벼워보이기도 했고 전형적인 용감하고 듬직한 남성으로써의 모습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었거든. 뭐랄까 마치 물냉면을 먹으며 겨자와 식초를 빼먹는 다거나 중국집에 자장면 먹으러 가서 양파 먹을 때 춘장을 안찍어 먹는 것처럼 뭔가 3,4포인트 부족한, 아쉬움이 남는 인간이었거든.

하지만 그는 10년의 기간 내내 그녀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어. 언젠가 반드시 자신의 마음을 그녀가 알아주리라 굳게 믿고 있었지. 이런 가운데 모든 인간을 다 쓸어버리겠다는 갓의 계시를 듣게 되었으니 그녀만큼은 살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겠지? 그는 그녀를 불러 갓이 말한 내용을 토씨하나 빼먹지 않고 그대로 전달했어. “오 마이 갓이 말이야... 오 마이 갓이 말이야...”하면서 말이지... 그는 정말로 목이 쉬어라 터져라 할 정도로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어. 하지만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어. 그리고는 자신의 집 밖으로 쫓아내고 문을 잠궈 버렸어. 그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 그러나 그는 결코 포기할 수 없었어. 만약에, 만약에 말야.... 그녀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도 그녀와 같이 세상을 포기하겠다는 결심을 했어. 세상에나!!!(바보아냐?.....) 그는 그녀의 집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어. 그리고 큰 목소리로 그녀에게 외쳤어.

“나 ‘정신 줄은 놓지 말아’는 당신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씨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나의 사랑은 당신을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0년이란 시간동안 한번도, 단 한번도 변치 않았습니다. 아~~!!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진실로 정신 줄을 놓아 버릴 뻔 했습니다. 아니, 놓아 버렸다는 게 솔직한 표현입니다. 당신은 나의 인생, 나의 터닝 포인트, 나의 두근두근 사춘기(思春期)였습니다. 지금까지의 10년이 그러했듯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기 전까지 제 마음은 지금 이 순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나는 압니다. 제가 당신의 상대로 모자르고 부족하며 ‘소심’하기 까지 한 것을요. 그러나 나는 당신을 평생 나의 여왕으로 모실 것입니다. 이제는 나의 마음을 받아주세요. 그리고 나와 함께 가세요.

이제 세상은 곧 홍수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나와 함께 새 인류의 지평을 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읍시다. 우리는 인류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이 될 거에요. 그리고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자유 세계의 이상을 구현하고,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통일 월드의 앞날을 바라보며, 신념과 긍지, 그리고 지혜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할 거에요.(헉....) 이제 저의 손을 잡아주세요!! 제발.....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님. 저는 지금부터 이 자리에서 꼼짝않고 앉아 있을겁니다. 선택은 당신께 맡길께요. 새 역사 창조의 선택권은 이제 당신에게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이제 당신의 아름다운 어깨 라인에 있습니다. 허리의 S라인에도 존재합니다. 아아~~~ 힙라인의 아름답다 못해 숨까지 막힐듯한 절묘한 곡선미는 차마 언급하기 힘들군요...(꿀꺽....).. 흠흠흠.... 어쨌든... 흠... 그만큼 당신이 아름답다는 이야깁니다. 흠...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저와 함께 가 주세요..... 풀히이즈.................................“

‘정신 줄은 놓지 말아’는 그녀의 집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어.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그녀의 답을 기다리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녀의 집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나지 않았어. 사실 이 이야기는 그에게 미안해서 하기 좀 그렇긴 한데, 독자들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얘기할게... 그녀는 그를 자신의 집에서 내쫓고 난 후 바로 문을 걸어 잠그고 뒷문으로 나갔어. 그가 아닌 딴 넘과의 약속이 있었던거지. 그것도 모르고 그는 피 끓는 목소리로 그녀를 설득하기 위한 일장연설을 했던거야. 아... 답답해.... 내가 정신 줄을 놓고 싶어진다는... 남자는 용기와 박력도 있어야 하지만, 눈치 또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녀? 아무도 없는 집에다 대고 역사 창조며, 인류 멸망이며, 통일 월드를 떠들고 있었으니 누가 정신 줄 제대로 잡고 있다고 생각하겠어? 그래, 안 그래? 으휴∼∼.......

암튼 그 사실을 전혀 모른채, 그녀의 집앞에 무릎을 꿇고 묵묵히 앉아 있는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씩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어.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도 빗물이 한 두방울씩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어. 물, H20라는 액체의 성질은 똑같지만, 그 담긴 의미는 너무나도 상반된 물이, 그의 눈에서도, 하늘에서도 안타까움을 담아 이 땅을 적시기 시작한거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는 금방 ‘정신 줄은 놓지 말아’의 무릎까지 차올랐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 오히려 눈물을 뚝뚝 흘리다 못해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어. 그러자 꿈에서처럼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지. 비와 눈물은 新魚志?果(Synergy Effect)에 의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났어. 작은 시냇물에서 소강(小江)처럼 그리고 곧이어 중국 황하의 성난 수마(水魔)처럼 온 세상을 잡아 먹을 듯이 으르렁거리며 큰 파도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집이나 논, 밭, 사람, 동물 가릴 것 없이 마구 삼켜버리기 시작했어. 우리의 가엾은 ‘정신 줄은 놓지 말아’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채 애타게 그의 일방통행 휘앙새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의 이름만 외쳤댔지.

강물에 휩쓸려가던 그의 눈에 우연히 강 반대편에 이미 거의 정신을 잃은 채 나무토막처럼 떠내려 가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했어. 세상에나, 네상에나!! 바로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녀였지. 그는 그 와중에서도 온 힘을 다해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어. 하지만 산과 같은 파도앞에서 그는 작은 미물과 같은 존재였고, 온 힘을 다하긴 했으나 그럴수록 둘 사이는 점점 멀어지기만 했어. 그러던 순간 그녀는 강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고 다시 올라오지 않았어...... 그의 눈에서는 그야말로 피눈물이, 그녀를 부르는 목에서는 핏물이 역류해 올라오기 시작했어. 순간적으로 쏟아져 나온 피는 강물을 빨갛게 물들여 버렸지. 그 빨간 빛이 얼마나 선명했는지 강물 옆에 서 있던 돌벽에까지도 비쳐져 보였다고 해. 그래서 후대에 사람들은 이 강을 ‘빨간 벽이 있는 강’이란 뜻으로 적벽강(赤壁江)이라고 불렀다고 해. 그리고 수많은 시간이 흐른 뒤 중국의 삼국시대 때 바로 이곳에서 일어난 해상전이 있었는데, 그것을 적벽대전(赤壁大戰)이라 부른다지? 다 알고보면 역사란 강물 흐르듯 끊기지 않고 흘러가는 거고 결국 모두 연결되는거야, 그치? 맞긴 맞는데 웬지 찜찜하다구? 흠... --++

그리고 그는 안타깝게도 피눈물을 흘리면서 정신줄을 놓아 버리게 되. 그래서 후세의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정신 줄은 놓지 말아’에서 ‘정신 줄을 놓아’로 그리고 줄여서 ‘놓아’로 부르기 시작했는데, 국문학(받아쓰기)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한 역사학자가 역사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그만 ‘놓아’의 이름을 ‘노아’라고 잘못쓴 것이 화근이 되어 지금까지도 ‘정신 줄은 놓지 말아’의 이름이 ‘노아’로 전해지고 있다네.... 그래서 든 생각인데, 말야... 역사라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란 생각이야... 무엇이 진실인지, 허구인지... 어쩌면 우리 조차도 픽션의 세계에 사는 조합된 하나의 캐릭터에 불과할 지도 몰라... 세상을 만든 조물주(造物主, 여기서는 갓님)의 시각으로 보면 우린 한낱 벌레와 동격인 작은 생명체에 불과하며 이 또한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에 의해 우린 맡은 바 연기를 할 뿐인게지.... 넘 멀리갔나?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갈땐가? 집에서 애타게 찾고 있다구? ^^;

흠흠... 다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한편 이 장면을 CCTV(Coree Cable Television)로 지켜보고 있던 갓(God)은 기가막혀 말이 안나오더래. 갓보다 속세에 찌든 여자를 더 좋아하는 저런 ‘정신 줄을 놓아 버린’ 넘보다, 저런 한심한 넘을 세상을 구할 넘이라고 선택했던 자신이 너무 답답하드래. 그래서 다시 먹과 벼루를 꺼내 정신수양을 하다보......... 면 노아가 진짜 죽잖어. 그래두 살릴 놈은 살려야지 하는 생각이 들드래. 그래서 일단 미우나 고우나 스토리 전개를 위해 한심한 넘을 살려놓고 보자고 살짜꿍 마음 먹었지.

노아는 이제 거의 사경을 헤매고 있었어. 수명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거지. 갓은 번개를 내리쳤어. 그러자 평소 노아가 정한수(井華水)를 떠다 놓고 갓에게 기도를 올리던 서낭나무(서낭당의 역할을 하던 큰 나무)의 밑둥이 쩍 갈라지더니 노아가 떠내려가는 강 한가운데로 떨어진거야. 노아는 사경을 헤매는 와중에서도 그 나무를 무시무시한 힘으로 붙들었어. 짝사랑하던 여자를 따라 장렬히 죽음을 맞으려 했었던 노아는.... 하지만 본능에 충실했던거지. 본능은 사랑의 힘보다 위대하다?

어디서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들려.... 나긋나긋하고 여유있어 보이는 이 평안한 소리의 정체는 무얼까. 그리고 이 편안한 느낌은 뭐지... 몸은 천근만근, 전혀 움직일 수 없는데, 영혼의 평화로움은 이 곳이 천국임을 말해주는 것일까... 아, 이 느낌...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행복한 느낌이야.... 근데 눈을 뜰 수가 없다.... 넘 졸리다... 눈꺼풀이 아무리 힘 줘 밀어 올.려...도..... 올...라...가...지.............. 않는다.... 고...장......인가?...............

아... 며칠이나 지난거지? 왜 난 일어나지 못하고 있지? 세상은 온통 깜깜한 건가? 난 죽은건가, 살아 있는건가? 어... 입안에 들어오는 이 촉촉함은 뭐지? 죽.... 죽(Soup)이다.... 음.... 베지터블 숲(Vegetable Soup)이네... 음... 이 달콤쌈싸름한 향기... 아, 이 부드럽고 향긋한 맛.... 아, 쫌 아쉽다.... 난 개인적으로 야채 숲보다는 소고기 특히, 뉴질랜드산 소고기를 넣어 만든 숲이 더 좋은데... 어, 그러고 보니 뉴질랜드에서 먹던 스테이크가 생각난다... 흠.... 꾸~울~꺼~억... 꿀꺽.... 아, 침 넘어 가신다... 석쇠님이 주시던 스테이크 한 점에 와인 한잔... 캬...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아... 그리고 이 부드러운 손길은 정녕 여인네의 것으로 느껴지는데... 나는 천사의 간호를 받고 있는 건가? 아니면 간호사인 천사의 손길 아래 있는 것인가.... 그게 그건가.... 암튼... 아.... 그런데.... 왜 또.... 졸...........리...................지....................................

번쩍!!!!!!!!!!!!!!

눈이 번쩍 뜨였다!! 먼저 시야에 하얀 것이 들어온다... 천정이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아!!! 아프다!!!! 그리고 제대로 안 돌아간다!!!! 몸을 일으키려.... 아!!! 아프다!!!!! 팔 다리 어깨 무릎 허리가 아픈게 아니라 온 몸에 흩어져 있는 신경계와 더불어 60개조에 달하는 세포 하나하나가 다 아프다!!!! 뭘 했길래 이렇게 아픈걸까? 순간 지난 일들이 초저녁 어스름하게 커져 있는 주막등처럼 지나간다.... 그녀의 집을 찾아 갔던 일. 눈물과 함께 쏟아붓던 비. 홍수의 강물 속에 목격한 그녀의 죽음. 그리고 서서히 죽어가던 나. 그리고 어스름히 생각나는 나무줄기... 아!!!! 그래, 그렇다면 내가 죽지 않고 아직 살아있는 거구나!!! 이건 기적이야, 미러클이야!!! 매직이야!!! 오후~ 빤따스딱한 일인게야!!!!!!! 너무 기뻤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 살짜기 갓님에게 감사의 기도를 1초... 드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갓님, 또 삐지겠구먼....’

“어~ 드디어 눈을 뜨셨군요~”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마치 꿈 속에서 유영하는 듯, 솜사탕의 그 부드러움 속에 빠져 있는 듯, 달콤한 젤리의 첫 느낌처럼.... 고개조차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노아’는 그 천사의 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기 위해 부리나케 눈동자를 돌렸다..............

‘노아’의 눈에 불이 번쩍 났다. 그의 눈동자에 광채가 어렸다. 헉! 신(神)도 아닌 사람에게서 광채가 나다니! 분명 사람의 얼굴 주위로 빛의 테가 둘러져 있었다. 눈이 부시다 못해, 눈이 시렸다. 노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다. 앞이 좀 어둡고 뿌옇다. 빛이 너무 세었기 때문이라 생각되어 눈을 비볐다. 눈꼽이 더덕 더덕 붙어 있었다. 쩝.... 정성스레 그것들을 떼었다. 그러자 앞이 밝아졌다. 그리고 다시 소리 났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한 여자가 서 있다. 광채는 없다. 이런.... 눈꼽에 의한 착시현상............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헉2! 이런 미모가! 예전에 사모했던 ‘한두자보(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와는 차원이 틀린 외모! 뭐랄까, 천상의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놀다가 안전띠를 매지 않아 지상까지 떨어져 버린 아름다운 엔젤의 모습이랄까! 마치 김태휘 100명 정도를 모아 이쁜 곳만 뽑아서 새로이 재구성한 얼굴이라면 대충 비슷할까? 게다가 몸매는 왜 이리도 쭉쭉 빵빵인거야! 눈동자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이 강렬한 포스에 온 몸이 불타버릴 것 같아!! 이렇게 불에 타 죽으면 고맙고 행복한 화형(火刑)이 되는 것일까?

그런 쓰잘 데기(?) 없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아름다운 그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 혼을, 삶은 달팽이 몸통 쏙 빼먹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아직 움직이시면 안되요. 조금 더 쉬셔야만 해요. 한달을 꼬박 야채인간처럼 누워만 있었는걸요.(적당한 에코 효과가 가미된 목소리...)”

헉3! ‘한달이나? 그리고 야채인간이 아니라, 식물인간 아닐까?...’ 노아는 놀랐지만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직 눈동자 외에는 아무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한달 전쯤이었어요. 집 앞에서 제일 가까운 바닷가에 우연히 나갔다가 바닷물에 밀려 떠내려온 물체를 발견했어요. 처음엔 뭔지 몰랐는데 잘 보니 사람이더군요. 죽은 줄 알고 그냥 다시 바다로 밀어 넣었지요. 그랬더니 잠시 후에 다시 모래사장 쪽으로 또 나오는거에요. 화가 조금 나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좀 더 바닷속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어요. 다시 못 나오게요. 그런데 웬걸요, 또 다시 나오는거에요. 화가 점점 치밀어 오르더군요. 그래서 집에 있던 배를 끌고 나왔어요. 그리고 다시는 다시는 물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하려고 발에 무거운 돌도 묶었구요. 그리고 던지려는 순간, 세상에나, 죽은 줄만 알았던 당신이 말을 하는 거에요. 조그마한 신음소리처럼 ‘살..... 려...... 줘............’ 하는 거에요. 그래서 지금 당신이 있는거에요.”

노아는 그녀가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사실에 기뻤지만 한편으론 등 뒤에 식은 땀이 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녀는 베지타블 숲과 미네랄 워터를 가져와 정성스레 노아의 입에 조금씩 조금씩 떠먹여 주기 시작했다. 아~!!! 그녀의 몸에서는 사람의 코를 자극하는 향기가 났다. 그것은 자연의 향기였다. 깊고 깊은 숲 속, 햇빛이 잘 드는 양지에 누워 숲의 정기를 받아 들일 때만 향유할 수 있는, 자연이 생물에게 주는 향기였다. 노아는 한없이 편안했다. 그리고 다시 스르르 잠이 들어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숲 속에 누운 채 한 없이 깊은 잠이 들어가고 있는 그런 자신을....

그녀의 이름은 ‘당사위태사(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라고 했다. 이름처럼 사랑 받을 가치가 충분했다. ^^; 그리고 이 곳은 ‘Kingdom of Trimi(트리미 왕국)'란 곳이며, 자신은 일찍 부모가 돌아가신 탓에 혼자가 되었으며, 바닷가에서 각종 수산물을 잡아 장터에 내다 팔면서 살고 있다 했다. 그녀는 소위 OW(Ocean Woman : 해녀)였던 것이다.

어쨌든 노아는 그녀의 간호 덕에 하루하루가 다르게 나아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웬만큼 거동을 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그리고 선남선녀가 그렇듯 둘 사이에는 웬지 끈쩍끈적한 정체불명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덥다 못해 아주 뜨거운 열대기류가 그들을 ’후끈‘ 덥쳐버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그들은 이성을 잃었다. 삼성도 잃고, 사성, 오성까지 잃었다. 그들은 단지 Biologitic Instinct(생물학적 본능)에만 충실한 암수였다. 그들은 쉬지 않았다. 완전히 정상적으로 회복했다고 보기 힘든 노아의 연약한 몸은 산산이 부서져 곱게 빻아진 인절미 가루가 될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두사람 모두 행복한 화형(火刑)을 당하기로 작정한 듯 싶었다. 숨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들은 서로를 밀어 부쳤다. 우주의 시간 속에 그들의 시간은 영원히 멈춰있을 듯 했다.

마침내 한시간이 흘렀다. 그들의 몸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강렬한 작업 후의 휴식은 이 세상 무엇보다 달콤함을 선사했다. 그러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입을 통해 이루어지는 언어는 아무런 소용도, 의미도 없었다. 신체언어만이 의미가 있을 뿐이었다. 다시 전쟁이 시작되었다. 욕망의 전쟁, 포화와 연기와 소리만으로 가득찬 그런 전쟁이 다시 1시간 가량 지속되었다. 그리고 다시 10분 휴식..... 다시 또 이어지는 축제, 축제, 축제..................... -_-;;; 그만..... 이제 제발 그만하자..... 니들도 힘들겠지만, 내가 다 힘이 딸린다... 사실 이제는 자판 두드리기도 힘이 든다.... 그러니 아쉽겠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쫑치고, 내일 또 축제의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꾸나... 응? 응? 응? -_-;;

정확히 두 달 후 그들이 살고 있는 바닷가 옆 작은 오두막집에 아기의 울음 소리가 새어 나온다. 마침내 사랑의 결실을 본 것이다. 아니 생물학적 행동에 의한 결과 보고서가 제출된 것이다.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노아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자신의 아이를 한시도 옆에 떨어뜨려 놓지 않았다. 그리고 갓님(God Nim)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모든 것은 갓님의 은혜였다. 갓님의 선택 덕분에 모든 종족이 수장(水葬)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은 용케 살 수 있었고, 게다가 이렇게 이쁘고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들까지....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예전에 흘렸던 슬픔의 눈물이 아닌, 진정한 감사가 담긴 기쁨의 눈물이었다.

좋은 일이 많으면 구슬 장사꾼들이 돈을 번다(호사다마[好事多魔])고 했던가? 그동안 지나친 본능 표현의 결과로 노아의 몸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아내 ‘당사위태사’는 산과 바다를 다 뒤져 몸에 좋다는 건 뭐든지 가져다가 노아에게 먹여보았지만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한 그의 몸은 되돌려 지지 못한다. 노아는 자신의 몸이 얼마를 더 살지 못할 것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불러다 놓고 마지막 유언을 한다.

“사랑하는 당신. 우리가 비록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상에서 이렇게 연을 맺고 우리의 자식까지 만들고 갈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리오. 아마 당신과 만나 지금까지의 시간이 내 인생에서 제일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소. 나의 영혼이 갓님께 돌아가더라도 내 영원히 당신을 잊지 않으리다. 우리 죽어 다시 만나면 다시 뜨거운 나날들을 보냅시다!!! 그리고 우리 아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심장을 사무치게 만든다’를 잘 부탁하오. 부족한 애비지만 그래도 옆에 있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먼저 가는게 너무나 안타깝고 아쉽소. 그러나 그래도 당신이 잘 키워줄 것이라 믿으니, 조금은 안심하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겠소. 사랑하는 당신! 당신이 있어 정말 행복했고, 세상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했었소. 비록 내 육체는 당신 곁을 떠나지만 일년, 365일, 86,400초 내내 나의 영혼은 당신과 우리 아들 곁에서 수호천사가 되어 자리를 지키리라. 그러니 외로워마시오. 우린 영.원..히... 함께....... 할..거...요...... 당..신...을 정말.. 정말로.... 사랑하..오...................... (눈물 주르륵....)

‘당사위태사’는 소리내어 울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눈물을 삼켰다. 노아는 하늘이 그녀에게 내려준 선물이었다. 그리고 그 선물을 거두어 가는 동시에 새로운 선물을 안겨주고 간 것이다. 그녀는 노아의 유언처럼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심장을 사무치게 만든다’를 잘 키워야 할 책임이 있었다. 그녀는 아들을 힘주어 안았다. 이제 이 세상에는 외로운 모자만 있을 뿐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노아의 역작이자 유작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심장을 사무치게 만든다’ 또한 무럭무럭 자라났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자라면서 보니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너무 떨어지는 것이었다. 키도 작고, 못 생긴데다가, 말까지 더듬고 남들 앞에 서기만 하면 얼굴이 빨개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도 못한다. 트리미 왕국 안의 사람들은 어린 아이할 것 없이 모두 잘 생기고, 키도 크고, 체격도 건장한데다가 씩씩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 안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심장을 사무치게 만든다’의 외모, 성격은 비정상적인 것은 물론 병으로 치부되기 딱 알맞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기 일쑤였으며, 친구를 가진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외롭고도 또 외로웠다.

이를 바라보는 엄마 ‘당사위태사’는 답답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그래서 트리미 왕국 안의 용하다는 의사란 의사는 다 찾아가 보았지만 아무도 아들이 왜 그러는지 시원하게 이유를 답해주지 못했다. 원인을 알 수 없던 의사들은 이것을 새로운 병으로 명명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심장을 사무치게 만든다’가 앓고 있는 병>을 줄여서 <소심병>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이 <소심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갖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였다. 하지만 해결책은 쉽사리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 병을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졸지에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심장을 사무치게 만든다’는 완치되기 어려운 환자가 되고 만 것이다.

날이 갈수록 아들의 병은 깊어져 갔다. 아무도 만날 수 없었을뿐더러 혼자 있는 시간만 많아졌다. 그나마 엄마와 나누던 대화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갔다. 엄마도 울고, 아들도 울고 그들은 그렇게 한없이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장터에 수산물을 팔러 나갔던 엄마가 그만 신호등을 무시하고 무지막지하게 돌진하던 음주마차(飮酒馬車)에 부딪혀 중상을 당하고 만 것이다. 그녀는 많은 피를 흘렸고, 정신을 다시 회복했지만 정상적으로 오래 살기는 어려워 보였다. 아들은 식음을 전폐하고 엄마의 간호에 매달렸다. 하지만 한번 깊어진 상처는 회복이 불가능해 보였다. 모든 것은 시간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였다.

어느날 평소와 같이 엄마의 옆에서 간호를 하던 아들이 깜빡 잠든 사이 꿈을 꾸게 되었다.

‘펑~!!’

‘누구세요? 할아버진? 혹시 아빠가 술 만 드시면 말씀하시던 ’갓님‘할아버지세요?’

‘헉... 이런.... 내 이 넘을 그냥 확... 흠흠.... 어쨌든... 네가 그 넘의 아들이냐?’

‘그 넘 아니고, 울 아빠 노아의 아들인데여... 그치만 울 아빠는 제가 어릴 적에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그래... 그렇지... 많이 컸구나.. 지금 엄마가 많이 아프시지?’

‘네.. 흑흑... 빨리 나아서 예전처럼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흑흑....’

‘울지 말거라. 내가 너에게 엄마가 다시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마.’

‘네? 정말요? 어떻게 하면 엄마가 나을 수 있죠? 제발, 꼭 가르쳐 주세요! 네? 네?’

‘진정하고 차근차근 들어 보거라. 단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것은 너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네가 중도에 포기하게 되면 결코 너의 엄마는 일어날 수 없을거다. 알겠느냐?’

'네, 갓님 할아버지. 절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에요. 그러니 방법을 말씀해 주세요. 빨리요.‘

‘네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는 ’만병통치숲‘에만 살고 있는 보아뱀의 심장이 필요하단다. 이 심장을 유기농야채와 잘 삶아 그 즙을 내어 엄마에게 먹이면 거짓말처럼 떡 하니 일어나서 움직일 수 있을게다.’

‘네~! 응? 그치만 만병통치숲은 어디에 있는거죠? 거긴 어떻게 가야하는거죠?’

‘지금 여기서 거기까지 가는 길을 일일이 말로 설명하다보면 아무래도 칼럼의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질테고, 길어지다보면 내용도 없는 것을 가지고 또 울궈먹느니, 그냥 놀면서 한 주 지나간다느니 그런 악플이 달릴 우려도 있을 거다. 또한 부디갱생(?)님께서 “내용이 없다”라고 짧게 한마디 할 수도 있을거고.... 흠흠... 그러니 그 모든 리스크의 회피를 위해서 내가 이 지도를 주마. 여기 소상히 나와있으니 잘 보고 가면 될게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도중에 너는 3개의 관문을 거치게 될거다. 그 관문을 잘 통과해야만 만병통치숲의 보아뱀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참... 지도와 함께 그 보아뱀과 싸울 수 있는 ’칼‘을 하나 주마. 이 칼은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휘두르면 한 칼에 수십, 수백마리의 드래곤 플라이와 모스키토도 잡을 수 있는 강력한 기(氣)가 들어있는 칼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부지깽이만도 못하니 잘 사용하거라.’

‘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마지막으로 노파심 아니, 할부지심에서 말하건데, 절대 자신감과 용기를 잃지 말거라. 그것이 없다면 넌 너의 목숨도 부지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잊지 말아라. 알겠느냐?’

‘네~!!’

‘펑~!!’

‘아~ 갓님 할아버지! 갓님 할아버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심장을 사무치게 만든다’(앞으로는 이름이 긴 관계로 ’소심이‘로 사용)는 ‘할아버지!’ 소리를 크게 외치며 잠을 깼다. 엄마는 모처럼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처럼 평안하게 잠이 들어 있었다. 다행이었다. 주변을 둘러 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꿈 속에서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발아래 지도와 칼이 있는 것이 아닌가! 소심이는 다시 한번 꿈을 더듬어 보았다. 만병통치숲, 보아뱀, 지도, 칼... 그리고 다소 미심쩍은 구석이 있는 ‘갓님’ 할아버지... 가만 생각해 보니 그 할아버지에게서 돌아가신 아빠의 흔적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사람이 돌아가신 아빠가 아닐까? 에이, 설마.... 소심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소심이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한시가 급했다. 엄마가 언제 돌아가실 지 몰랐다. 최대한 서둘러야만 했다. 이웃집에 엄마를 잠시 부탁드린다는 편지를 넣어 놓고 그는 길을 나섰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새벽달은 환히 소심이의 갈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그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자신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 넣어 달라고 꿈 속에서 본 할아버지에게 빌고 또 빌었다. 달빛이 닿지 않아 어두운 그의 한쪽 얼굴에 반짝 눈물이 빛났다가 금새 사라졌다.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과연 살아서나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길을 떠난 소심이는 만병통치의 숲을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쳐야 할 세가지 관문을 거친다. 그 관문은 바로 내면 속 자신을 만나는 것이었다. 세가지 관문의 이름은 바로 용기, 자신감 그리고 자신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는 용기도, 자신감도 그리고 자신에 대한 사랑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 관문들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만약 엄마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엄마를 살리기 위한 그의 절실함이 없었다면, 관문을 통과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세상 하나 뿐인 엄마를 살리기 위한 그의 희생이 아니었더라면, 그는 그 자리에서 한줌 재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살아야만 했다. 그의 소심병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자신의 문제였을 뿐이었다. 소심은 자신의 내면 안에 있는 본질, 또 다른 나로서 스스로 받아 들여 융화하고 포용할 수 있다면 병이라고 할만한 것도 되지 못했다. 그것은 절대 불치병이 아니었다. 소심이는 관문을 통과하며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소심이란 또 다른 자신임을. 평생 같이 살이 도우며 살아가야할 내 안의 다른 나 임을.

드디어 소심이는 만병통치숲에 도착하였다. 보아뱀은 이 세상 무엇보다 거대했다. 보아뱀의 ‘쉭~쉭~’ 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그는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침착했다.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았다. 그는 한발한발 다가섰다. 보아뱀은 그의 몸만한 혀를 낼름거리며 한 입에 그를 삼켜버릴 듯이 달려 들었다. 순간 소심이의 눈과 보아뱀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하지만 소심이의 눈이 더 빛났다. 소심이는 빠르게 달려오는 보아뱀의 머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눈에 그의 칼을 박았다. 하지만... 그 순간에 보아뱀도 그의 다리를 물었다. 보아뱀은 이 세상 가장 처절하고 듣고 있기 힘든 소리를 냈다. 만병통치숲의 모든 동물들이 두려움에 떨 정도로 큰 소리이자, 무서운 소리였다. 소심이는 그 와중에도 침착하게 다시한번 이번에는 반대편 눈에 그의 칼을 쑤셔 넣었다. 보아뱀의 눈에서는 초록색 피가 솟구쳐 나오기 시작했다. 소심이의 몸은 그 피로 뒤범벅이 되고 말았다. 보아뱀은 고통에 계속 몸을 엄청나게 흔들어댔다. 죽음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소심이 또한 다리에서부터 독이 퍼져 오르고 있었다. 그 독은 순식간에 몸통으로 팔로 그리고 머리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 또한 살기 어려워 보였다. 그의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아... 보아뱀의 심장을 꺼내서 엄마에게 가야하는데... 그래야 엄마가 살 수 있는데... 내가 지금 여기서 쓰러지면 안되는데... 엄마... 엄마가... 기다..리...는......데........., 엄...마......나.... 어...떡....해.......... 미....안.....해..........엄......마.........사...........랑.................해................................................................................

엄마 ‘당사위태사’는 눈을 번쩍 떴다. 꿈 속에서 아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이건 아니었다. 죽을 건 아들 소심이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 나는 죽더라도 소심이는 살아야 했다. 우리 아들 소심이는 누구보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야만 했다. 아들이, 아들이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대본에도, 각본에도 있어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스토리 전개였다. 하지만 아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냥 흐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 흐느낌은 작지만 길게, 아주 길게 퍼지고 있었다.

며칠 후 트리미 왕국에는 한가지 소문이 돌았다. 그 소문은 한 엄마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엄마를 살리기 위해 떠났던 여행에서 죽은 아들과 그 죽은 아들 덕분에 몸은 나았지만, 결국 죽음을 택한 슬픈 모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소문은 곧 사람들의 머리에서 잊혀져 갔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듯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단지 ‘남’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한편 트리미 왕국의 의사들은 계속해서 <소심병>의 치료법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었으나, 그 원인을 밝혀 내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은 <소심병>을 불치병으로 선언하고 말았고, 현대까지도 그 병은 이어져 내려와 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심이 모자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소심병은 결코 병이 아님을. 그리고 그것은 소심이가 했던 것처럼 자신의 또 다른 나와 만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음을....

<소심의 유래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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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2008.12.15 06:12:36 *.178.33.220
재밌는 얘기 하나만 할까? 마지막 편을 쓰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거야.... 그리고 갑자기 눈물이 솟구치더니, 무릎을 적시고, 발목까지 차오르는거야.. 캬캬캬... 있지도 않고 다소 황당스런, 소심의 유래라는 이야기를 쓰면서 그래도 '노아'와 '소심이' 두사람 모두와 살짜꿍 공감이 되었나봐. 글이란게 그 사람의 정신과 마음에서 나오듯, 알게 모르게 이 캐릭터들이 나의 어딘가 깊숙한 곳에서 빠져나와 그러한 모습으로 만들어진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비슷한 점도 많았을 것이고. 아뭏든 홀가분하다. 이제 딴 걸 할 수 있으니까. 창작이란게 꽤나 어려운 작업이란걸 느낄 수 있던 좋은 시간이였어. 그래도 돌아보면 꽤 재밌었어. 그래서 앞으로도 쭉~ 계속 할거야. 하지만 앞으론 좀 더 세련됨은 갖춰야하겠지?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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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12.15 09:13:17 *.127.99.9
수고했네, 휴, 초록피가 온 몸을 뒤덮어도 꿋꿋한 소심이는 이미 소심이가 아니야!!
그런데 두 모자를 꼭 죽여야 했어? 살려주지 그랬어. 소심병이 극복된 멋진 모습으로 잘 살게...

"왜 죽였어, 살려내. 살려내란 말야!!"('아내의 유혹'의 하늘이 버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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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12.15 12:19:59 *.244.220.253

소심의 완결, 축하드립니다. ^^
이제 본격적인 스토리텔링인가요? 기대합니다~~~ 소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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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5 20:42:51 *.163.65.81
완결 축하, 빵빠방~~~
이렇게 말하니까 다 읽은거 같지만 결국 다 못읽었다
미안하다. 삐지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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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12.15 20:56:27 *.5.98.153
북리뷰도 아니면서, 왜 이리 기냐?...^^
그래도 여하튼, anyway, 축 <THE END>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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