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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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영화 토론방을 운영한지 3주년이 되었습니다. 매달 영화 한 편, 책 한 권 갖고 토론을 해왔는데 어쩌다 보니 3년이나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몇 번을 빼고 봐도 영화 서른 편, 책 서른 권 가까이 되니 많진 않아도 뿌듯해지는 숫자입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축하받았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친구는 멋진 그림을 그려줬고, 움직이는 영상을 만든 사람도 있었으며, 중국어가 특기인 분은 중국식 축전을 보냈습니다. 모두가 3년 혹은 함께 했던 시간 동안 좋았던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방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또 몇 년이나 함께 해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아 오래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영부영 시작하게 됐다가 어쩌다 보니 3년이나 운영한 일은 신기했습니다. 책 읽는 취미, 영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크게 시간 내지 않아도 메신저로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간편함이 좋았고 또 많은 양은 아니지만 편식하지 않고 책이나 영화를 골고루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사는 곳도 멀고 자세한 신상은 모르지만 일상을 공유하고 고민거리에 대해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면서 저도 좀 식견이 넓어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소한 거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어서 3년이나 이 방을 운영해왔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토론의 준비나 마음가짐이 좀 해이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곳을 잘 가꾸려는 노력을 계속했습니다. 물론 지금보다 현생이 더 신경 쓸 게 많아지면 다른 사람이 운영하도록 해야겠지만 지금은 운영에 필요한 노력의 크기를 알맞게 분산해놨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소모임을 하게 된 것은 아빠의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았을 때의 행복감,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 또 즐거움을 곁에서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에 저도 그런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변경안처럼 정기적인 모임을 갖거나 여행을 가는 것은 제가 다시 한번 아주 큰 용기와 지혜를 짜내야 하는 부분 때문에 진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온라인으로라도 마음 맞는 친구들을 찾아내 오래 함께 해온 것은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얼마 전에 한 게임 전문 변호사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온라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게임의 경우) 돈을 투자한 사람들은 게임 속 자신의 위치와 이미지를 자기라는 아이덴티티의 중요한 일부로 여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쩌면 저도 이 토론방의 방장이라는 역할과 이 안에서 사용하는 제 닉네임을 저의 아이덴티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살면서 다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것을 보았을 때 ‘내가 하면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 자신의 적성일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제가 토론방을 운영하는 것은 아무런 소득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게 운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지속적으로 재미를 느끼면서 해내는 것을 보니, 저는 무언가를 할 때 잘 맞는 사람들과 상호 소통을 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걸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 생각할 수 있지만, 운영을 잘 하는 능력은 제법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다른 모임도 운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지만, 좋아하지 않는 일만 하면서 살 필요도 없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자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스스로가 누구인지 확인해 볼 수도 있고 또 내 안의 기쁨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조력자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 하던 일을 벌이려면 어쨌든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중간에 포기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들로부터 스스로를 설득해야 합니다. 저는 이 마음 편지를 읽는 독자분들이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3년 동안 만난 사람들로부터 참으로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이 방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뿐이기 때문입니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고 하지요. 미인을 내가 원하는 것으로 바꿔도, 예를 들어 ‘친구’나 ‘즐거움’으로 바꿔도 저는 이 말이 여전히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부딪히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더라도 일단 도전해 보시기를 응원합니다. 제가 어제 받았던 축전을 첨부하면서 마음 편지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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