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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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일본어 능력 시험(JLPT)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지난 주말에 드디어 시험을 치르고 왔습니다! 2시간 반 동안 집중해서 일본어만 읽고 들었더니 시험장을 나설 때는 파김치가 되었습니다. 답을 맞히기 어려운 문제가 많은 것을 보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본어 능력 시험은 N1부터 N5까지 총 다섯 개 등급이 있고, 숫자가 작아질수록 높은 등급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제2 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기 때문에 지난겨울 N3 급수 시험을 봤을 때는 문제가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서 자신감을 얻어서 N2도 한 번 시험을 치기로 마음먹었는데 연초쯤 N2 용 참고서를 보니 ‘아 이건 너무 어렵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수험생이 N3와 N2의 체감 레벨 차이를 굉장히 크게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반쯤 시험을 포기하고 있다가, 그래도 이 시험이 일 년에 두 번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제가 언제 또 이렇게 시험에 몰입해서 준비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막판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또한 애초에 응시의 목표가 일본어를 전보다 조금 더 잘하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합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더라도 단어나 문법을 조금 더 외우는 과정에서 그 목표는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사뒀던 참고서도 다 못 훑고 시험을 치렀지만, 그래도 시험 직전 일주일은 대부분의 시간을 일본어만 듣고 쓰며 보냈습니다. 오랜만에 마감에 쫓기며 공부를 하니 잊고 있었던 성취감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어 능력이라는 건 약간 마이너 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이 우리나라와 교류가 많은 편이니 수요는 많지만, 그만큼 잘하는 사람도 무척 많고 또 영어나 기타 언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지는 못하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양국 간 여러 어젠다가 아직 완전히 결론나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새로운 논쟁거리도 늘어나고 있죠) 한 번은 회사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일본 문화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회사 상사로부터 ‘본인은 일본이 너무 싫으니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주의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또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지상파에서 방영해 주는 일본 만화들은 완벽한 한국 현지화 작업을 거쳐 방송되곤 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있다 보니 저도 고등학교 이후 추가적으로 일본어 공부나 자격증 취득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챙겨가며 즐기고 있는 저 자신을 보며, 무언가에 몇 십 년간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도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좋은 자원이지 않나 하는 발상의 전환이 최근에 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회사 내 각 지역 영업팀이 일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기회를 가지면서, 어떤 언어든 잘하면 다 쓸모가 있고 멋있다는 것을 알게 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여러 가지 자극으로 인해 이번 자격증 시험까지 완수했습니다. 합격이 되면 좋겠지만, 약간 어중간하게 점수를 따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합격 여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꽤 어려운 시험을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과 어쨌든 지난 주말 이전보다는 일본어를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아주 뿌듯합니다. 혹시 합격이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시험을 준비하며 언어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방법을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에게 어떤 관심사가 있는지 살펴보고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키워나간다면 잊고 있던 배움의 즐거움을 발견하실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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