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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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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0일 22시 53분 등록

[내 삶의 단어장


with, 함께 할 수 없다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여전히 만 명대를 넘는다. 우리나라에 첫 감염자가 보도되고 신천지발 대규모 감염 사태가 일어난 20201월 이후로 3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았다. 다만, WHO의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 선언과 함께 정부의 방역지침은 지난 6월부터 감염자 격리의무와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위기단계를 하향한 일상 회복 중심으로 전환했다. 일찌감치 코로나19가 종식된 듯한 분위기와 정부 방역체계 정책 방향성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알림을 보며 여전히 코로나19 시대이고 확진자 또한 증가추세임을 확인한다. 코로나19가 나를 지나쳐갔고 나와는 먼 거리에 있을 거라는 막연함 또한 사그라진다.

  꽤 오래전부터 ‘with 코로나로 진행돼온 방역체계에 맞추어 사람들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코로나19를 감기처럼, 독감처럼 여기며 함께 살아가야 함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꽤나 익숙해진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지만 또한 사라지지 않을 불안감과 함께.

  ‘with 코로나라는 말이 나올 즈음, 나는 꽤나 불편한 느낌에 가득 차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것만은 아니었다.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고픈 바람 때문이랄지 코로나 앞에 위치한 ‘with’라는 영어 단어가 무척이나 맘에 들지 않았다고나 할까. ‘with’ 용법, 숙어, 구문을 배우던 학창 시절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에서 내게 ‘with’라는 단어가 주는 그 감정과 인식의 근원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기억 속에 그건 커피숍 이름이었다. 빵집에서나 커피를 먹을까 했던 그때, 한발자국 디딜 때마다 닿는 무수한 커피숍이 있는 지금과는 달리 어쩌면 다방이 더 많았던 것처럼 느껴지는 시절(우리나라 최초의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2002년에 생겼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의 계절이었던 것도 같다. 반짝반짝하는 트리가 빨간색과 초록색의 파도 위에서 넘실거렸던 길거리, 지역의 최대 상권에 들어섰던 커피숍 with.

  커피가 주는 그 무엇도 느끼지 못한 채 몇모금 커피를 머금었던 그 밤 내내 잠들지 못했다. 선생님들은 늘 너희들은 아직 커피를 마시면 안돼!’라고 했고 나는 착한 아이인 것처럼 커피를 잘 마시지 않았다. 최초로 커피를 맛본 날도 아니건만 with가 이토록 기억나는 것은, 이것도 저것도 안돼라는 말에 반해 일탈을 감행했다는 떨림 때문이 아니었다. 유흥의 골목께 들어선 커피숍에 들어가게 된 것도, 커피를 마시게 된 것도 모두 내 마음과는 달리 이루어진 상황이라는 것이, 기꺼이 그날을 그 분위기를 즐기지 못했다는 기억이 여전히 나를 휘두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떤 행동에는 함께하는 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중학생인 그때도 지금도 실감하곤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규격화된 사회인의 가면을 두르고 사는 것이라지만 목적방향가치가 다른 이에게, 나와 결이 달라 매번 부딪치기만 하는 이에게, 적절하게 둘러 내가 망가지고 상처받지 않을 가면이 늘 만들어질 수는 없다. 오래 전 그날, 그 애와 함께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with’ 속에 갇혀 안절부절하며, 그래서 더욱 미안하고 그래서 더더욱 힘들었던 그날을 떠올리면, ‘함께를 진리처럼, 너무나 절대적인 것마냥 생각하던 것이 이유였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 ‘함께해야 함을 너무 강요받아 왔다.

  ‘함께라는 말이 가진 힘이란 누가무엇을에 해당하는 말이 잘 자리잡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래서 함께‘with’도 불편한 누군가를, 원치 않는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을 때 기꺼이 떼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 오래도록 함께라는 말 자체가 옳고, 바람직하다는 인식으로 닥치고 함께하기 위해 얼마나 아등바등 살아왔던가, 싶다.

  ‘함께함께이므로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만들어낸 내 오랜 나날들을 덮어버리고, 함께 할 수 없음 또한 받아들이려 한다. 물론 지금 당장은 오염수와 함께 할 수 없고. , 생각만큼이나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데, 생각보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찾는 일이 힘들다.

   with 속에는 함께 할 수 없음을 절실히 실감하는 어린 내가 있고, ‘누가무엇을이 주는 힘과 위안으로 with를 벗어나려는 지금의 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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