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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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2016년에 결혼했습니다. 제가 만 스물아홉, 남편이 서른하나였을 때였지요. 아이를 갖기로 결정한 건 2022년으로 결혼 후 7년 뒤였습니다. 장거리 연애로 시작해서 서울-부산 주말부부였다가 2016년 하반기 즈음부터 쭉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결혼 후 임신할 때까지 기간이 꽤 긴 편이어서, 주변에서 어떻게 저희가 아이를 갖기로 결정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단한 이유는 아니지만 오늘은 그 과정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기본적으로 저희는 둘 다 아이를 크게 좋아하지 않아 그동안 아이에 대한 생각이 크지 않았습니다. 저도 당시 대리였고, 남편은 막 회사에 입사한 터라 집중해야 할 다른 것들이 많았다고 회상합니다. 아이를 갖는 것보다 즐거움을 주는 일들이 많았고, 결혼이 주는 만족감이 크게 느껴져서 더 이상의 가족을 늘리는 선택지에 대해 생각을 깊게 해볼 일이 없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불안과 제 신변의 변화가 영향을 주었습니다. 임신과 출산 과정 자체가 험난하고 예측불가하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앞으로의 세계가 환경 면에서도, 치안 면에서도, 정치 면에서도 제가 살아왔던 시대보다 더 좋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신입으로 입사하고 일했던 사업부가 정리되면서 제 커리어에도 큰 변화가 왔었습니다. 이 변화에 적응하느라 다른 일에 신경 쓰기 어려웠습니다.
한편, 남편은 다른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가 다닌 회사는 수직적이고 업무 시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회사에 쏟기를 알게 모르게 요구하는 편이었습니다. 몇 년 지나서는 개인 시간을 가지기 어려운 부서로 이동하게 되어 다른 일에 신경을 쓰기 더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가족을 부양할 책임을 느껴 경제 활동을 하면서도 가족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양육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을 굳혔다고 했습니다.
저희 부부가 아이를 갖기로 마음먹는 과정은 상당히 미묘하고 느리게 진행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이 안정되고, 그에 따라 마음도 편하게 갖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자기 시간을 스스로 운용할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되었고, 저희 회사는 코로나 시국을 지나면서 재택근무와 유연 시간제가 도입되어 일과에 유연함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남편과 아내 모두 일과 삶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하루의 일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으며, 당장 일을 중단하더라도 당분간은 먹고 살 걱정이 없고, 가정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이를 지지할 때에야 아이를 낳는 것을 긍정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여러 번의 선택의 기로에 들어섰고 그때마다 각자에게, 우리에게 최선이 무엇일지에 대해 열심히 생각했습니다. 선택이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얻고자 한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해졌습니다. 아이를 갖겠다는 선택 역시 그럴 것입니다.
물론 저는 모든 사람이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책임지기 이전에 우리는 각자 개인의 삶을 책임져야 하며, 앞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자유이자 권리이자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아이’라는 새로운 인격체가 최소한 성인이 되기 전까지 아주 오랜 기간을 책임져야 하는 결정을 누군가가, 혹은 사회가 떠밀어서 개인에게 부과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강인한 사람도 아니고, 현명한 사람도 아닙니다. 살면서 어리석은 결정을 수도 없이 내렸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제 결정이 옳은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제가 스스로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선택의 순간이 오겠지만 선택에 대한 자세만은 그대로 가져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