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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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근래에 읽었던 심리학 책들에 나왔던 내용 중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심리학 책을 읽다 보면 '아하' 모먼트가 자주 발생합니다. '아하, 이게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무릎을 탁 치는 순간들이 다른 책들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의 일상을 이루고 있는 원리들로, 이미 어느 정도는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인데, 심리학자의 설명을 통해 명쾌해지는 거죠.
대표적인 것이 점화효과입니다. 아래 질문에 대답해보세요.
눈은 무슨 색인가요?
흰색!
구름은 무슨 색으로 보이죠?
하얗게!
집의 맞은 편 벽은 어떤 색인가요?
흰색!
그럼 암소는 뭘 마실까요?
십중팔구 우유나 밀크가 연상되었을 겁니다. 하얀색이니까요. 하지만 암소는 물을 마시죠. 단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점화효과는 작용합니다. 따라서 긍정적인 단어와 말을 반복하면 실제로 긍정적인 기분이 됩니다. 실제 여러 실험결과를 봐도 공정, 배려와 같은 단어들을 많이 접한 참가자들이 게임을 하며 서로 협력하고 페어플레이를 한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만 생각하더라도 원래 운전하면서 약간 과속을 하는 편인데, 앞으로 끼어들지 못하고 엉금엉금거리는 초보딱지 붙은 차를 배려해서 속도를 늦추고 앞으로 끼워주는 행동을 하고 난 이후에는 과속을 안 하게 되더군요 ㅎㅎ
점화효과 외에도 긍정적인 기분을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심리이론이 있습니다. 안면피드백이론이라는 건데요. 미국의 심리학자 실반 톰킨스가 1960년대에 개발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감정체험이 얼굴표정의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미소짓고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거죠. 그따위 별 것도 아닌 듯한 얘기를 심리학이론으로 누가 개발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만, 보통 사람들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안면의 근육을 움직임으로써 본인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는 믿지 않죠. 하지만 실제 기분을 끌어올리는데는 입 꼬리를 살짝 들어주는 기계적인 움직임만으로 충분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해서 손해 볼 건 없겠죠?
본인의 기분을 긍정적으로 만들려는 노력 대신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안 좋은 기분상태로 들어가려 애쓰기도 합니다. 그런 행위들을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가 환상오류입니다. 환상오류는 자신이 무력하다고 느낄수록 갖은 지레짐작으로 또 우연이라는 이름의 퍼즐조각을 모아 왜 그런지 설명을 완성하려 안간힘을 쓰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그냥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혼란이 좀 있을 때도 그저 아무것도 아닌 혼란이라고 느긋하게 반응합니다. 환상오류중 대표적인 예가 미신이라고 하네요. 미신은 우리 뇌가 무력함을 느끼는 탓에 자꾸 설명을 시도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기분을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이 결정되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결국 자기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좌우됩니다.
내적 자기 인식과 외적 자기 인식이라는 심리학 원리에 대해 얘기해볼께요. 남이 보는 내 모습과 내가 보는 내 모습의 차이를 어떻게 알고 있느냐인데요. 네 살까지의 꼬마들에게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했습니다. 초콜릿 상자에 연필을 넣어 놓고 아이에게 안에 뭐가 들어 있냐고 물어보면 아이들은 연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모두 초콜릿이 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다음 상자안에 초콜릿 대신 연필이 들어있는 것을 보여주죠. 그 다음 아이에게 다시 묻습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가 초콜릿상자안에 뭐가 들어있다고 할 것 같은지 말이죠. 십중팔구 아이들은 연필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런데 네 살 이후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밖에 있는 아이는 상자안에 연필이 들어 있는 것을 모를테니 초콜릿이라고 대답할 거라고 말하는 거죠. 즉 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나이가 네 살 이후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정말 네 살 이후면 다 그럴까요?
외적 자기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또한 외적 자기 인식의 문제는 나이가 들면 네 살이전의 인식수준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꼰대가 되고 고집불통이 된다는 거죠.
이런 인식의 문제는 문화적인 차이에서도 나타납니다. 심리학 용어로 '귀인'이란 사건과 사람의 행동에서 원인을 찾는 것입니다. 외적 귀인과 내적 귀인이 있는데, 외적 귀인은 밖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고 내적 귀인은 내부적으로 다시 말해 사람에게서 원인을 찾는 것입니다. 서구는 내적 귀인이 강하고 동양은 외적 귀인이 강합니다. 그리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귀속오류라고 한답니다. 예를 들어 약속이 있는데 한 친구가 늦게 오면, 동양인들은 그 친구가 늦은 이유를 차가 막혀서, 또는 무슨 일이 있어서 그랬을 거라고 추측하는데 반해, 서양인들은 그 친구의 성향이 원래 약속을 가볍게 생각한다거나 신의가 없다거나 하는등의 내적 요인을 원인으로 추측하는 거죠. 서구문화에 그만큼 개인주의가 강하게 뿌리박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반면 동양문화에서는 공동체의 관점을 중요시하죠. 대개 사건이 상황 때문에 빚어졌다고 보고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으려고 하지 않는 성향이 강합니다.
단순한 심리학 이론 덕분에 우리의 행동들을 이해하는게 더 쉽고 재미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심리학 이론은 심리학 이론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겁게 살자구요.
오늘은 폴커 커츠의 <마음의 법칙>에 나오는 내용을 위주로 몇 가지 심리학 원리들을 설명드렸습니다. 그럼 남은 한주도 파이팅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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