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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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도 계속하는 것. 그것이 보통 사람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든다 - 폴포츠
얼마전 MBC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기안84가 42.195km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한 것을 보았습니다. 중간중간 좌절하며 포기 직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풀코스 완주를 해냈습니다. 짠하더군요. 막바지에 이르러 먼 곳을 쳐다 보지 않고 그냥 한 걸음 한 걸음 터벅터벅 내딛는 기안84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라톤은 참 많은 것들에 비유되지요. 특히 길고 긴 고행 비스므레한 것들에 자주 비유됩니다. 인생이 그렇지요. 처음에는 호기롭게 시작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크고 작은 시련을 만나는 것은 필연입니다. 한번쯤은 빠른 속력으로 사람들을 제끼는 희열을 느끼기도 하지만, 발이 무거워지게 되면 앞서가는 타인의 뒷 모습에 절망합니다. 이겨내기 힘든 쓰라린 좌절이 찾아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막바지로 가면 갈수록 남은 길이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고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만이 가득 차게 됩니다. 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더이상 앞으로 갈 수 없을 것만 같을 때는 먼 곳을 쳐다 보지 않고 그냥 바닥만 보면서 한 걸음 한 걸음만 내딛는 것이 최선입니다.
한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계속 스스로에게 되뇌입니다. 지루한 반복이지만 그 순간만을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바로 그 순간이 생명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있는 힘을 짜내서 바로 앞에 내딛을 한 걸음에만 온전히 집중하며 막막한 삶을 어떻게든 견뎌내다 보면 차츰차츰 좋아지게 될 거라 믿습니다. 절망속에서도 생과 한번 부딪쳐보겠다는 의지는 지금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으로부터 생겨날 수 있습니다. 윈스턴 처칠이 말했죠. 만약 지금 지옥을 걷고 있다면, 계속 걸으라고 말입니다.
마라톤을 마치고 기진맥진한 상태로 드러누운 기안84의 표정이 너무도 행복해 보이더군요.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많이 행복했을 겁니다. 그가 부러워지는 것은 왜일까요.
낙엽이 점점 많이 쌓이고 있네요.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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