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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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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2일 11시 39분 등록
 

Chapter1 소심 안의 나



1


"일어나 주인님!! 이제 일어나야 해~!! 착하지, 주인님? 응, 응? 지금 일어나야 한다니깐~!! 지금 못 일어나면 너 회사에서 짤리는 수가 있다!! 짤리면 갈데가 어디에 있겠니? 힘 없어.. 능력 없어.. 돈 없어..............“


이런 젠장. 오늘도 저 망할 놈의 벨소리에 눈을 뜬다. 잠이 싹 가심과 더불어 기분까지 싸하게 만드는 멘트다. 갖다 버려야지, 오늘은 필히 내다 버려야지 하면서도 다른 어떤 자명종보다 저것 만큼 효과좋은 것은 없었기에 아직도 그냥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저걸 마누라가 사오지만 않았더라면 벌써 수십번 박살나고 말았으리라. 그런데 마누라는 왜 이걸 사왔을까. 아무리 본인은 ‘재밌어서..’ 라고 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이른 아침부터 해괴한 자명종 소리에, 마누라의 괘씸한 행동에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마누라는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옆에서 정신없이 곯아 떨어져 있다. 휴~. 아직 밖은 어둠에 싸여 있다. 일어 나서 회사 출근 준비를 해야하는데, 오늘 따라 더더욱 움직이기 싫다. 요즈음처럼 회사 출근 하기가 싫은 적도 없었다. 팀장의 성난 얼굴까지는 그래도 참아줄만 하다. 하지만 사사건건 그 개기름 번들거리는 얼굴로 한가득 조소를 섞어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볼 때면 울컥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만약 내게 러시아 격투기 선수 에멜리야넨코 표도르의 힘과 주먹을 단 몇초만이라도 빌릴 수 있다면 이럴때 알차게 한방 먹였으리라. 그리고 쓰러진 팀장의 몸통 덩어리 위에 한 발을 얹고 의기양양하게 한마디만 하리라.


‘어이~ 팀장. 테마도 모르면서, 주제는 안다고 깝치면 안되지. 내가 사람이 좋아서 이 정도로 그치는 거지 만약 내 성질 그대로 드러냈으면 당신 몸통을 받치고 있던 206개의 뼈가 최소한 512개, 1,024개 이상으로 자잘자잘 쪼개져 병원 침대에 꼼짝도 못하고 처박혀 있었을거다. 이만하는 걸 천만다행, 천우신조라고 생각해라. 알긋냐, 잉?’


캬캬캬. 생각만 해도 육해상큼통조림(유쾌상쾌통쾌)이다!! 음.. 이참에 격투기나 아니면 권투라도 한번 배워볼까? 몸 되지, 힘 되지, 기술되는데 누가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있을까. 음... 좋은 생각이긴 한데, 마누라한테는 뭐라고 이야기하지? ‘못된 팀장 한방에 때려 눕히기 위해 격투기 좀 배워볼까 하는데, 한달 등록비만이라도 보태주면 안될까?’라고 하면 뭐라고 할까. ‘이 인간이 허구헌날 육상에서는 제대로 하는 것도 없으면서 또 날개달고 상상의 세계로 높이높이 올라갔다 오셨구만~.. 쯧쯧쯧... 좋은 말 할 때 겨드랑이 날개 고이 접어 속주머니에 꼭꼭 넣으시고, 어서 빨리 현실로 돌아오세요, 네?’ 으휴.. 생각만 해도 짜증이 물밀 듯 밀려온다. 젠장. 빨리 씻고 출근이나 해야 겠다.


부지런히 씻고 옷입고 나가려는데 침대 속의 아내가 부스스한 얼굴로 눈을 뜬다. 그리고 이불 속에서 얼굴만 살짝 내민 채 코맹맹이 소리로 한마디 한다.


“싸랑하는 우리 자갸~!! 오늘도 회사가서 마니(Money) 많이 많이 땡겨와야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마우스 테일, 용두사미, 꼬리뼈 같은 종류라는거 잘 알지? 그중에서도 특히 마우스 테일(쥐꼬리)가 제일 시러시러 시러하는 것 잘 알고 있지? 큭큭. 우리 착한 쟈갸~ 알라뷰~ 잘 댕겨와~!!”


나 이렇게 산다. 알콩달콩 행복하게.



2


나는 대중기업에 다닌다. 대중기업이 뭐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규모의 회사를 말한다. 예전 대통령을 지내신 그분의 기업도 아니고 국민대중을 위한 그런 기업도 아닌 그냥 규모상의 대중기업일 뿐이다. 나는 재경팀에서 돈을 만지는 일을 한다. 하지만 실제 돈은 거의 만지지 못한다. 숫자만 가지고 하루종일 논다. 업무상 회사에서 큰 숫자만 보다가 개인적 용무를 위해 내 급여통장을 보게되면 자리수가 한 3, 4개 이상은 빠져 보인다. 그 나마 그건 월급날 때나 그렇고, 평소에는 대개 숫자 앞에 ‘-’ 표시가 붙어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내는 통장을 볼 때마다 ‘으휴~ 또 쥐꼬리가 우물에 빠져 있네...’라고 말한다.


내가 근무하는 재경팀에는 모두 5명이 있다. 팀장, 오과장, 강대리, 나 그리고 출납 겸 사무 여직원 한명이다. 내 이름은 XX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김대리라고 불린다. 나와 강대리는 같은 해에 입사했다. 내가 몇 개월 더 빨리 들어와 엄연한 선배이지만, 언젠가 술자리에서 강대리 왈, 그정도 차이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자기가 먼저 대놓고 말을 놓아버렸다. 나? 기가 막혀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었더니 강대리는 그걸 긍정의 의미로 받아 들이고 그후부터는 아예 동기처럼 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팀에서도 이제는 강대리와 나를 동기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동기는 무슨 얼어죽을.... 공장에서 흔히 쓰는 전‘동기’도 태어난 연도와 등급이 다 나뉘어 있는데 말이다. 이런 꼴 당할 때 심적이나 육체적으로 받는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은 없을까?...


강대리는 나와 비교해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일을 추진하는 적극성이나 진행과정상의 깔끔함, 한눈에 쏙 들어오는 총천연색 보고서 그리고 사람 마음, 특히 상사 마음을 확 사로잡는 언변과 단어의 선정능력. 게다가 키 크고 전반적으로 균형잡힌 남성미까지. 나? 강대리와 비교해 모든 면에서 떨어진다. 일을 추진하는 소극성이나 진행과정상의 복잡함(나도 열심히 한다곤 하지만 하다보면 왜 이리 정리가 안 되는건지.. 흑흑...), 몇 번을 읽어도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복잡유치짬뽕 보고서 그리고 사람 마음, 특히 상사 마음을 절로 정떨어지게 만드는 언변과 단어의 선정능력. 어디 그뿐인가? 키 작고 어디하나 내세울 곳 없는 특징없는 외모까지. 정말 난 왜 이렇게 태어난 건지... 오늘따라 더더욱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강대리와 동기로 취급받다 보니 모든게 비교가 되어진다. 그러다 보니 ‘비교체험 극과 극’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게 다 등장한다. 게다가 팀장은 비교를 좋아한다. 비교를 통한 경쟁을 통해 두사람 모두를 능력면에서 현재보다 더욱 일취월장시키겠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그건 단지 말뿐이고, 한 분은 칭찬으로만 한 놈은 꾸중과 갈굼 그리고 잔소리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IP *.122.14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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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2008.12.22 11:43:38 *.122.143.151

컨셉만 가지고 일단 '스토리텔링'을 시작했습니다.
머리 속에서만 뱅뱅 도는게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쓰다보면 정리가 되지 않을까 그냥 제맘대로 생각해봅니다.
먼길 이겠지만, 가다보면 길도 보이고, 요령도 보이고, 먹을 것도 생기지 않을까요?
이왕 시작한 길, 많이 꾸짖어 주세요. 아니면 추임새라도 넣어주세요.
아프면 아픈데로, 즐거우면 즐거운데로, 슬프면 슬픈데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심하게 보고만 가지 말고, 꼭꼭꼭!!! 글 남겨주세요~!! 풀히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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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3 13:54:52 *.64.21.2
그냥 가려고 했더니 이런 압박을, 흠~~
지금 취중이라 헷갈리기는 하는데
스토리 텔링은 대사가 중요하지 않을까.
대사가 제대로 구사되지 않으면 심각한 소설이 될것같아잉.
글고 보니 대사나올 때가 아니군. 흠흠. 이만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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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화이팅
2008.12.22 13:14:14 *.46.130.124
소심하게 보고만 가지말고 !!!!  글을 안 남길수가 없네요..ㅋㅋ

글을 읽고 있자니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떠오르네요.. ^^

앞으로 기대되는데..  업데이트 언능 언능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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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12.23 15:06:10 *.97.37.242

재밌다.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는 장면,  갈구는 상사와 잘나가는 동기가 있는 컨샙. 와 닿는다.
글구, 모땐양 특유의 유쾌한 상상력.... 읽으면서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일단 이대로 함 가봐. 조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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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08.12.23 18:18:11 *.161.251.173
일단 시작을 축하해
밀어부치면 되겠네.
근데..용어는 꼭 이렇게 전투적이어야 하는겨?
요즘 시에 집중해서 그런가~~ 웬지 조금 넟서네.

차칸양, 모땐양, 하면 되는 양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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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4 00:01:35 *.38.102.232
가로안의 글들은 우찌할 건지, 궁금. 계속 갈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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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12.24 00:22:32 *.37.24.65
형. 그래도 빨리 나왔다. 역쉬......
일단 밀어부쳐부러.

소심함이 뭍어나는 대화체를 좀더 구사해봄 어떨까? 설명하려가히 보다 심리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어렵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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