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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7일 15시 23분 등록

지난주 일요일, 일본어 시험을 보고 왔습니다. 이번 시험은 지난 7월에 봤던 시험(2급)보다 한 등급 더 높은 난이도로, 이번 시험을 통과한다면 JLPT는 졸업하는 셈입니다.


일본어 시험도 벌써 세 번째이다 보니 긴장감이 많이 사라져서 하마터면 시험에 늦을 뻔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 시험장은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여서 이동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한 반에서 스물다섯 명이 시험을 보는데 그중 여덟 명이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합격할지는 모르겠지만 오지 않은 사람들보다야 조금은 앞서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시험이 워낙 어려워서 도망치지 않고 왔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번 시험을 돌이켜 보면, 시험장이 집에서 차로 30분 이상 가야 하는 곳이었고, 입덧이 최고조였을 때라 시험이 끝나고 돌아올 때 시험을 어떻게 봤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습니다. 합격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도 이유를 모르는 부분은, 이번의 최고 난이도 등급 시험을 신청한 것입니다. 분명 지난 시험을 통과하면 거기까지만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아무래도 자신의 끝을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던 모양입니다.


이번 시험도 독학으로 준비를 했지만, 그와 동시에 그전에는 하지 않았던 것을 여러 가지 시도했습니다. 첫 번째는 우선 함께 12월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모이는 JLPT 공부 인증반에 둘어갔다는 것입니다. 인증반에서는 매일 아침 오늘의 공부 계획을 올리고 시간이 찍히는 사진 앱을 다운로드해서 공부한 부분과 완료한 시간을 업로드해야 합니다. 3번 이상 업로드를 못하면 강퇴당합니다. JLPT 대비 카페에서 모집 글을 발견해 가입했고, 오픈 카톡 방에서 모든 인증이 진행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시험 날까 지의 계획과 인증 내역을 모두 기록해서 정리한 것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노션 앱의 새로운 기능을 익힐 겸, 공부를 시작했던 9월 28일부터 시험 날인 12월 3일까지의 계획과 수행 결과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관리했습니다. 그 결과 계획표를 보기만 해도 뿌듯해질 만큼 빼곡한 공부 인증 목록이 만들어졌습니다.


세 번째는 시험 준비 기간을 길게 잡은 것입니다. 이번에 본 시험은 시험 범위도 넓고 문제 유형도 다양하고, 헷갈리기 쉬운 함정도 많았습니다. 실제로 9월 28부터 67일간 준비했는데도 시간적으로 충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문제집을 한 번 훑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이전까지의 레벨에서는 공부를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벼락치기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이번에는 차근차근 문제 유형별로 공부를 해나고 자투리 시간과 퇴근 후의 시간은 모두 공부에 투자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를 했지만 역시나 시험을 안정권으로 통과하기는 어려운 점수가 나왔습니다. 다음 달 말에 결과가 나오는 것을 봐야 합격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위험한 점수권에 있길래 결과가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까지 세 번의 시험을 치르면서 제가 얻었던 가장 멋진 교훈은 ‘안 했다면 좋았을 도전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서 크게 동기부여를 받는 유형의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실패할 것이 두려워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이라도 굳이 도전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습니다. 특히 이번 시험은 시험 범위도, 난이도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 일본어 수준을 아득하게 웃돌았습니다.


실패할 것이 분명한 시험인데도 긴 시간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7월 시험이 있었습니다. 벼락치기로 2급 공부를 하면서 ‘불합격할 걸 알면서도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것입니다.


그때 제가 내렸던 결론은 ’결과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과정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보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목적이 무엇이든 공부하는 만큼 실력이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면서 공부를 지속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경험이 이번 시험에서도 제 마음을 다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음먹기라는 것도 근육처럼 단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확실히 처음보다 두 번째는 훨씬 쉽고 자연스럽게 가능했습니다. 아마 2급 시험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번 시험에서도 매우 고생했을 것입니다.


내년에 출산도 있어서 아마 더 이상 일본어 공부를 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막달 직전까지 최선을 다해 즐겁게 공부하며 자신을 시험해 보는 경험은 매우 즐겁고 보람찼습니다. 인간은 공부라는 과정 자체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자신을 일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연말입니다. 즐거운 마무리를 하고, 내년에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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