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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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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3일 11시 43분 등록

겨울 자작나무1.jpg

나의 스승님, 현정효 선생님

 

선생님 평안하신지요.

겨울 자작나무 숲을 다녀왔습니다.

나무는 잎을 다 떨구고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펴듯 서 있습니다.

나뭇가지들이 그리움의 손을 뻗어 서로 마주잡고

하늘까지 닿을 듯 합니다.

 

자작나무 숲은 사시사철 반짝이는 빛의 숲입니다.

, 여름 눈부신 햇살을 머금은 이파리들의 은빛 파도

가을 자작나무는 황금빛으로 화답하고

겨울이 되면 푸른 하늘을 향한 거침없는 은빛 줄기

눈이 부십니다.


자작나무5.jpg

 

선생님, 선생님은 항상 그런 분이셨습니다.

섬 머스메 같은 시골 촌뜨기 우리를

때로는 은빛으로 때로는 황금빛으로 때로는 푸른 창공을 향한 기상으로

빛나게 하셨습니다.

유난히 몸이 허약하고 쪼그만 아이

유난히 감수성이 예민해 자주 울던 아이

절대적 지지자의 부재로 사랑에 목마른 아이

그 아이에게 선생님은 동무였고 엄마였고 스승이셨습니다.

 

그 시절,

나만 홀로 세상에 내팽겨쳐진듯 했고

순수가 오히려 짐이 되던 그 때

스승님은 저의 든든한 후원자였고

절대적 지지자였으며, 변호인이셨습니다.

 

 자작나무3.jpg


스승님,

자작나무가 자신의 껍질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벗어던지므로 더욱 빛이나는 것처럼

늘 성장하는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영혼이 깃들어 사는 자작나무

밤마다 손을 뻗어 별을 먹고 사는 자작나무

겨울에 유난히 아름다운 자작나무

 

천천히 자작나무 숲을 거닐며
선생님과의 인연에
참 행복합니다

 

선생님 올 겨울엔 스승님과

저 눈부신 숲을 거닐고 싶습니다.

 

                                                         겨울 자작나무 아래서 .은미 드림.

 

 자작나무3.jpg


자작나무

                                          로버트 프로스트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타던 소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을 꿈꿀 때가 있습니다.

내가 심려에 지쳤을 때

그리고 인생이 정말 길 없는 숲 같아서

거미줄에 걸려 얼굴이 달고 간지러울 때

내 한 쪽 눈이 작은 나뭇가지에 스쳐 눈물이 흐를 때

나는 잠시 세상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새 시작을 하고 싶어집니다.

그렇다고 운명의 신이 나를 잘못 이해하고

반만 내 소원을 들어주어

나를 데려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세상은 사랑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더 좋은 세상이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나는 자작나무 타듯 살아가고 싶습니다.

하늘을 향해, 눈같이 하얀 줄기를 타고 검은 가지에 올라

나무가 더 견디지 못할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땅위에 내려오듯 살고 싶습니다.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자작나무 흔드는 이보다 훨씬 못하게 살 수도 있으니까.

 

IP *.161.25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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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3 14:20:46 *.64.21.2
'은사님'보다 그냥 선생님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더 부드럽고 살가워 보일것 같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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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12.23 14:47:27 *.97.37.242
은사님, 선생님, 스승님. 변화를 준게 의미하는 뭔가가 있나?
내 생각도 창과 같아. 초등학교 선생님은 영원한 선생님이지.

생각하고, 불러보면 그리움에 목 메이는... '선생님'...
은미 글 읽다보니 내게서도 시가 나올것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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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12.23 15:26:50 *.190.122.154
은미님..

미루나무에 이어 자작나무라....
이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서 갑자기 나무들이 제 눈에 들어옵니다.

자작나무가 껍질을 벗고 다시 태어난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나무에 대하여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나무가 점점 좋아지는군요.  

지난 여름 쌀나라에 갔을 때도 원래 일정에는 없었지만 삼천년을 살았네 마네 하는 나무를 만나뵈었고...
꿈벗 가을 소풍때에는 500년을 넘은 소나무님을 뵈었었지요..

은미님이 가보신 그 자작나무 숲이 어디인지 갑자기 가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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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12.23 15:32:21 *.190.122.154
스승님을 만나고 그 인연을 스승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은미님이 부럽습니다.

예전에 왜 내 주변에는 스승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스승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스승을 알아볼 눈이 없었다는 것을
나이 마흔에 이르러서야 알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살날이 얼마가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아주 중요한 시점에
좋은 스승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죠. 주변이 스승들로 가득차고 있습니다.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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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08.12.23 17:32:30 *.161.251.173
의견 수렴해 은사님 대신 선생님으로 일부 수정 합니다.
감사~~

햇빛처럼님^^
자작나무는 춥고 높은 곳에 가셔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강원도 인제군 남면 수산리라는 곳에서 소양호 한쪽 자락을 따라 가다 보면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고
강원도 홍천군 우천면에 위치한 '미술관 자작나무 숲'이란 곳을 들르시면
자작나무 숲은 물론이고 미술관까지 ~~
가족과 즐거운 겨울여행이 되실 겁니다.

어줍잖은 글에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햇빛처럼님도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에도 가정의 축복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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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12.23 19:50:09 *.190.122.154
답변 감사드립니다.

강원도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겨울에 움직이기가 두렵지만서도 아내와 상의하여 이번 신년 결혼기념일 즈음에 한번 다녀올까도 싶습니다.(마침 신혼여행을 간 곳이 강원도였거든요.) 아니면 신년에 혼자라도 대중교통 이용해서라도 한번 가봐야겠군요.

그런데 홍천출신 직장동료에게 물어보니 홍천이 아니고 횡성이라는 군요. 어쨌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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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4 00:07:57 *.38.102.232

  나무 사진이 너무 애잔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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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12.24 00:41:04 *.37.24.65
사족을 달자면..


유난히 몸이 허약하고 쪼그만 아이

유난히 감수성이 예민해 자주 울던 아이

절대적 지지자의 부재로 사랑에 목마른 아이

그 아이에게 선생님은 동무였고 엄마였고 스승이셨습니다.


이부분에 좀더 다른 엑센트는 없을까..ㅎㅎ
같은 단어의 반복 보다 좀 다른 엑센트.
신문지를 풀치해 붙이다 만듯한 자작나무 껍질을 포착한 사진이 예술이네.

글도 좋고.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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