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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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지 독자 여러분,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겨울도 지나고, 봄도 지나고, 완연한 여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저는 1월 중순에 아기를 낳고, 거의 6개월이 된 아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정신없는 하루하루지만, 그만큼 보람도 즐거움도 큰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육아에 전념하며 현실적으로 글을 쓸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아 마음 편지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출산과 육아의 과정을 겪으며 마주한 많은 마음의 변화들과 아이에게 꼭 전하고 싶은 것들이 마음속에 새록새록 생겨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작게는 의식주와 관련된 부분부터 크게는 저의 직업관, 소비관이나 역사관에 대한 관점처럼 제 안의 많은 관점들이 출산 이전과는 달라졌습니다.
마치 조선 후기 사람이 처음 청나라에 가본 것처럼 제가 서 있던 위치를 완전히 바꿔놓을 만큼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아이를 낳음으로써 저는 이 전에는 납득할 수 없던 타인의 많은 부분을 이해할 준비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믿고 싶고) 또 제가 오랫동안 서 있었던 ‘아이 없음’ 상태에 대한 많은 부분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출산은 제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관점에 대해서도 큰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아기를 돌보며, 저 또한 아기였음을 간접 체험하며 제가 잊어버린 시절이 있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마음속에 반투명한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던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기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마도 아기의 발달과정을 지켜보며 이 과정이 나에게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봐 준 부모님과 가족들이 있었다는 것을 선명하게 자신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서 그렇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지나왔으나 잊어버린 단계를 확인하며 ‘내 안의 힘을 다시 깨닫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기가 잠든 깊은 밤, 조심스럽게 키보드를 눌러가며 한 글자씩 다시 글을 쓰면서 ‘엄마’ 구해언이 아닌 ‘구해언’의 시간을 다시 만난 것 같아 정말 기뻤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분들께서는 오래전에 졸업하셨을 이 시간들을 제 편지를 통해 다시 읽으시면서 예전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또 그때와 지금의 변화를 다시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지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럼 다음 주부터 다시 마음 편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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